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30일 교통방송(TBS) 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세제 개편) 뉴스를 보고 좀 당황스러웠다"며 "재벌에 대해서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을 완화해준다(는 것은), 사실 많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걱정된다"고 수 차례 우려를 표했다.
이 최고위원은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가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또는 상속의 악용수단으로 악용돼 왔기 때문에 근절하자는 차원에서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었고, 그런 차원에서 과세를 도입했다"며 "그런 과세가 사실 이제 시작이 되려는 마당 아니겠느냐? 아직 시작이 된 것도 아닌데 이걸 무력화시킨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H그룹 총수 아들이 2001년에 30억을 투자해서 만든 물류 회사에 H그룹의 모든 계열사들이 일감을 몽땅 몰아주지 않았나? 그래서 10년 만에 11조7460억 원으로 거의 폭발적인 성장을 하지 않았느냐?"는 사례를 들어 "이것은 편법 상속일 뿐만 아니라 사익편취 등 여러 가지 부당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부당한 일을 막자는 차원에서 과세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안의 취지를 재강조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27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포럼에서 "하반기에는 기업활동 지원을 통한 경제활성화에 중점을 두겠다"며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해서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해 논란을 낳았다. 이 최고위원의 발언은 이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현 부총리의 발언 이후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와 함께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일몰시한 연장, △금융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비정규직 전환고용 기업 세금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28일 마련, 내달 8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직접세인 상속·증여·법인세는 완화하고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는 반면, 간접세인 부가세는 학원비·의료비에도 적용하는 등 확대하는 방향의 중장기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보기)
▲햔오석 경제부총리(자료시진) ⓒ프레시안(최형락) |
이혜훈, 박근혜 '경제민주화 마무리' 발언에 "이해 안돼"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 최고위원은 "경제 활성화에 힘을 실어 줘야 된다는 말씀은 백 번 지당하다"면서도 "그런데 경제 활성화를 하기 위해 재벌의 불법·부당한 일을 묵인해야 된다는 의미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그는 "만약 그런 의미라면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재벌의 불법·부당한 일을 바로잡는다고 경제가 위축되지 않는다"며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면 경제가 위축된다는 논리는 경제민주화를 바라지 않는 세력들이 하는 거짓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친박계인 이 최고위원이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우회적 비판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박 대통령이 언론사 논설실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중) 중점으로 하는 게 7개 정도였는데 6개가 이번에 통과됐다. 그래서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왜 그렇게 말씀을 하셨는지, 제가 생각이 짧아서 이해를 못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제가 보기에는 그래도 신규 순환출자 금지라는 아주 큰 법안이 남아있고, 금산분리 중에서도 의결권을 제한하는 부분이 남아있고, 집단 소송에 관한 법률 등 굉장히 중요한 법률이 남아있다"며 "저희들이 생각하기에는 아직 중요한 법률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당 내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제출한 법안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이 최고위원은 취득세 인하와 관련해 현오석 부총리의 선제적 리더십 부족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진행자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요즘 경제민주화 정책 관련 당정 협의를 자주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한데 대해 "잘 하지도 않고, 해도 말씀을 듣지를 않고…"라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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