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던 금융·학원 등 부가가치세 면세 영역이 중장기적으로 과세 대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500만 명에 달하는 소득세 면세자를 줄이고 양도세 중과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향성이 제시됐다.
새 정부가 설정한 국정 과제인 복지 확충을 위해 증세나 지출 축소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책 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은 23일 조세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중장기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확정해 8월 세제개편안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매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할 때 정책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유지하자는 차원에서 중장기 개편 방향을 올해부터 처음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연구원은 발표 자료에서 복지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 수요 충족 차원에서 부가세 면세·감면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기존에 부가세 면세 영역이었던 금융과 의료영역, 학원 등을 과세 범위에 집어넣자는 의미다.
이 경우 수익증권 판매 대행 등 수수료가 발생하는 금융사의 부가서비스, 성인 대상의 학원 서비스 등이 과세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쌍꺼풀·코성형·지방흡입 등을 제외한 성형수술, 침사(鍼士)와 안마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치과위생사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장의사의 장례서비스도 중장기적으로 과세 영역이 돼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개별소비세는 환경세 등을 강화하면서 고가 사치재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수입은 면세자(2011년 근로자 기준 36.1%)를 줄이고 과표를 양성화하는 방식을 통해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과세 소득을 과세로 전환하고 소득공제 중 일부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며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범위를 늘리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재산세의 경우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종합부동산세는 부담을 현실화하면서 지방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세연구원은 국제적으로 인하 경쟁이 붙은 법인세에 대해선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상속·증여세는 일정 부분 누진성을 유지하되 투자·성장을 유발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증세없는 복지'라는 새 정부의 국정 기조 중 일부를 국민적인 합의로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연구원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10년 19.3%로 미국(18.3%), 일본(15.9%)보다 높았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9%보다 낮다고 밝혔다.
한국의 소득세 비중은 14.3%, 일반소비세 비중은 17.6%로 OECD 평균인 23.9%, 20.5%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구원은 잠재성장률 하락 상황에서 고령화로 재정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통일을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 정부가 세율 인상이나 세목 조정 등 직접적 증세보다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를 통해 복지 재원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면 증세나 지출 축소 등에 대해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종석 선임연구위원은 "세금을 얼마나 거둬들일지는 복지 수준을 어느 정도로 가져갈지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지하경제양성화 등을 통해 마련하는 자금이 부족하다면 복지를 더는 안 할 것인지 세금을 올릴 것일지는 사회적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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