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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조종사 과실' 사실상 인정했나

CFIT 예방 문건 발표 보류, 샌프란시스코 회견도 취소

아시아나항공이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의 원인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조종사 실수'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이미 '조종 미숙'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오마이뉴스>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9일 윤영두 사장의 기자회견 때 '향후 안전관리 중점방안(운항)'을 발표하려고 했지만 "회사 안팎에서 이같은 내용이 알려질 경우, 자칫 회사가 조종사 과실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계획이 취소됐다.

이 방안은 6개항으로 구성됐으며, 1항은 '유사 사고 절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시행'이다. 특히 2항에는 "CFIT 사례들을 집중 분석"이라는 대목이 있어 주목된다. CFIT는 '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의 약자로 항공 사고로 인한 사망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것이다.

▲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러 허즈먼 위원장이 아시아나항공 사고의 원인을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두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도 조종사와 관련된 문제점 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AP=연합
'조정 가능한 상태에서 지상 충돌하는 사고'에 해당?

정상적으로 제어 중인 항공기가 의도하지 않게 지면, 산, 물, 장애물을 향해 비행하여 기체가 파손되는 사고를 뜻하는 이 용어는 "조정 가능한 상태에서 지상에 충돌하는 것"을 가리킨다. 즉, 기체결함도 아니고 통상적으로는 정상적인 조정이 가능한데, 조종사들이 두 눈 멀쩡히 뜨고서 충돌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그 원인으로는 조종사가 피로 등으로 순간적으로 방향감각을 상실하는 상태에 빠지는 것 등이 꼽힌다.

2항에는 "비정밀 접근 후 발생했던 타사의 CFIT 사례들을 집중 분석하여 당사에서 발생 가능한 공항과 사례에 대비토록 교육 전파함"이라고 적혀있으며, 윤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문건의 내용 중 2항과 관계가 있는 "앞으로 비정밀 공항 접근에 있어 기장들의 훈련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윤 사장이 언급한 '비정밀접근'은 자동착륙유도장치 등 계기에 의한 '정밀접근'보다 상대적으로 지원되는 계기가 적은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하는 것이다. '

'비정밀접근 및 육안 접근 능력 강화를 위한 전 조종사 훈련 PROFILE 강화'라는 2항에는 "비정상 사례의 대부분이 비정밀 접근 상황에서 발생함을 고려하여 취항 공항별 비정밀 접근 상황에 대한 심층 깊은 훈련을 연간 정기훈련, 계절별 훈련, 전환 및 승격 훈련 등에 반영하여 비정밀 접근시 발생할 수 있는 예상 상황에 철저히 대비함"이라고 적혀 있다.

2항은 아시아나 측 스스로 샌프란시스코 착륙 사고가 '비정밀 접근' 과정에서 벌어진 CFIT의 사례로 보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다.

인성, 피로 등 민감한 '관리 방안' 내용들

이런 해석은 3항 이후의 내용에서도 보여진다. 3항은 '비행 분석 장치의 분석 결과를 최대한 활용하여 공항 별 취약 요인에 대한 실질적 대응'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은 "공항의 지형에 의한 장애물, 지역적 특성에 의한 이상 기후, 국가의 문화에 따른 관제기구와의 소통 특성, 비행시간과 도착 시간대의 취약 요인에 의해 예상 가능한 안전 저해 요인 등을 분석 종합하여 구간별 안전 저해 요소를 재확인 후 대응케 함으로써 안전 강화"라고 적혀 있다.

게다가 4항에는 "특히 안전의 최종관리자인 가장의 선발에는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인성에 의한 규정 미준수 상황이 절대 발생치 않도록 사전관리"라는 대목이 있고, 5항에는 "향후 국토교통부의 진행 일정에 맞추어 운항 승무원의 피로관리제도(FRMS)의 정착을 통하여 장시간 비행에 따른 피로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비정상 상황을 사전에 차단 가능토록 함"이라고 적혀 있어 주목된다.

NTSB 경고에 더 이상 "조종사 과실 아니다" 주장도 못해

<오마이뉴스>는 아시아나 관계자가 "윤 사장 회견문에 그같은 방안이 포함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는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윤 사장의 회견 때 이 방안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회견 중이라도 조종사 과실 등의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올 것에 대비해 준비한 문건"이라는 해명도 소개했다.

이 관계자의 해명은 그 자체가 '조종사 과실'이 사고 원인이라는 미 조사당국의 발표 이후 더욱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언제든지 신속하게 나오거나 이미 충분한 증거가 있는데도 외교적 문제 등으로 미국 당국이 최종 결론을 유보해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로 급히 날아간 윤영두 사장은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압박으로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NTSB는 사고 발생 직후 조종사 면담도 하지 않은 채 블랙박스와 조종석 음성녹음기록 등만으로 '조종사 과실'로 거의 단정하는 듯한 중간조사 결과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발표했고, 미국 언론들은 "조종사 과실이 사고 원인이라고 규정한 내용"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취재할 거면 아무 말 안한다"

NTSB는 윤 사장의 기지회견을 자제해달라는 요구를 담은 공문을 2차례 보냈으며, 윤 사장이 국내에서 7일부터 9일까지 매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종사 실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취지로 강력하게 NTSB의 발표를 부인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사장은 기자회견은 물론, 샌프란시스코 공항 출국장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응하지 않아 NTSB로부터 모종의 강력 경고에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사고 이후 <프레시안>의 취재 과정에서 늘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담담하게 응했던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향후 안전관리 중점방안'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런 문건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이런 식으로 취재할 거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면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보 담당 고위관계자가 사장의 기자회견에 포함된 문건의 존재 여부조차도 "확인해보겠다"고 피해가려는 것 자체가 '조종사 과실'을 내부적으로 이미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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