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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정원 사건도 NLL 논란도 "우린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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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정원 사건도 NLL 논란도 "우린 몰라요"

'수사개입' 의혹 민정수석은 국회 출석도 안해…내부감찰도 없었다

청와대 업무보고를 받는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오전 전체회의는 야당의 맹공과 여당의 결사 방어, 청와대의 최소 대응으로 일관됐다. 청와대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은 물론, 국정원이 여당 의원들에게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시킨 일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철저히 '우리와 무관한 일'이라는 태도를 취했다.

특히 청와대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의 장본인 곽상도 민정수석을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 출석시키지도 않았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곽 수석의 외압 의혹과 관련한 감찰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의미있는 결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곽상도는 업무 수행차 불출석"…김장수는?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는 청와대의 업무보고가 시작되기도 전에 한 차례 정회됐다. 곽상도 민정수석의 출석 문제였다. 야당 의원들은 곽 수석이 '수사 개입' 의혹의 당사자인 만큼 출석해 질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새누리당 소속 최경환 운영위원장과 여당 의원들은 '직속상관인 비서실장이 나와 있으니 된 게 아니냐. 바쁜데 굳이 나와야 하나'고 맞섰다.

여당에서는 '과거에 민정수석이 업무보고에 출석한 적이 없다'며 관례를 들고 나오기도 했지만, 민주당에서는 '과거 참여정부 문재인 민정수석, 국민의 정부 김학재 민정수석이 나온 적 있다'고 반박한 데 이어 전해철 의원이 "저도 민정수석 할 때인 2004년, 2006년에 참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곽 수석은 이날 '수시로 사정기관 업무 진행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등 일상적 업무를 불출석 사유로 기재해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은 공개 일정이 없다. 안보 현안에 대해 24시간 실시간 대응체제를 갖추고 있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조차 위기관리센터(소위 '청와대 지하벙커') 책임자 1명을 제외하고 김장수 실장을 비롯한 비서관급 이상 전원이 국회로 와서 업무보고를 했다.

그러나 결국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따라 곽 수석은 불출석한 가운데 업무보고가 시작됐다. 일단 허 실장에게 민정수석실 관련 현안을 질문하되, 허 실장이 답변을 제대로 못 하면 곽 수석의 출석 여부를 다시 검토하자는 것이 여야 간사 간 합의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태열 "곽상도 통화기록 감찰, 검토하겠다"

어렵게 시작된 업무보고에 이은 질의 순서에서 허태열 실장은 '곽상도 민정수석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곽 수석 본인도 전화를 한 적 없고, 검찰에서도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민주당 박민수 의원은 "(곽 수석) 본인 얘기만 들은 것이냐, 아니면 구체적으로 통화 내역 등 신빙성이 있는 객관적 증거가 있는 것이냐"며 "전화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통화 내역만 확인해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민주당 김현 의원도 "청와대 직원은 보안 각서를 쓰고 사건이 생기면 통화기록을 내놓게 돼 있지 않나. 조사도 안 했는데 어떻게 믿나"고 추궁했다.

허 실장은 "(통화 내역을) 확인해 보지 않았다"며 "그것은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재조사 검토를 약속했다. 김 의원이 "감찰을 할 것이냐?"고 물은데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불법한 사실이 있다면 법에 따라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허 실장은 이 사안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보고는 안 드렸지만 언론에 보도됐으니 아시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러나 허 실장은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곽 수석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수사검사였던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몇 초간 침묵하다가 "불찰이다. 미처 모르고 있었다"고 답해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린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장 의원은 "어이가 없다"며 "인사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알겠다. 누구인지도 모르고 막 데려다 쓰시나?"라고 매섭게 질타했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눈을 감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모습이 허 실장 뒤로 보인다. ⓒ뉴시스

허태열 "노무현 'NLL 발언' 정상회담 발췌록 열람, 다음날 신문 보고 알아"

전날 국정원이 새누리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들에게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시킨 일 또한 쟁점이 됐다. 전날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으면서 민주당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맹공을 폈었고, 발언 내용 일부분은 이날 <조선일보>에 흘러나왔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물타기'라는 의심이 대번에 나왔다.

민주당 김현 의원은 허 실장에게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회에 발췌본을 가져가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나"라고 물었고, 허 실장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정원이, 여야 합의도 안 된 상태에서 여당 의원에게만 (자료를) 열람하게 한 게 잘한 일이냐"고 따져 묻자 허 실장은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켜 갔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도 "사전에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않았다"며 "그건 안보실과 협조할 일이 아니라 국정원장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장이 여당 의원들에게만 자료를 보여줬다면, 그 정도는 자기 권한에 속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고 김 실장은 덧붙였다.

허 실장은 은수미 의원이 비슷한 질문을 한 데 대해 거듭 "저도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국정원법이나 국회법을 위반한 일이 아니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에 따라 하는 행동이야 어떻게 (잘못됐다고) 이야기를 하겠나"고 잘랐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열람 허용이) 청와대가 허락할 일이냐? 허락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정원 내에도 법률적인 소양이 있는 사람이 있을 테고, 그 분들 검토에 의해서 했을 것"이라고 국정원에 책임을 미뤘다. "그에 대한 책임은 결단 내린 쪽에서"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정치의 중심이 국회"라며 "자꾸 청와대에서 뭘 해결하라, 결단 내리라, 입장 얘기하라고 해서 (그렇게) 하면 국회가 스스로 작아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를 존중하기 때문에 침묵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정치권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정치권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정권의 정통성'과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위기는 수시로 전해져 온다. 곽 수석의 수사 개입 의혹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 일정도 없는 날인데 일상적 업무를 이유로 곽 수석이 국회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국회 존중'이라기보다는 회피나 무시로 보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의 행위에 대해 '원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고 있는 부분 또한 궁색한 변명으로 비친다는 지적이 많다.

또 국회의 중심 축 중 하나인 여당은 사실상 지난해 총선 때부터 '박근혜 당'이었고 현재 당대표와 원내대표도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정치권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선을 긋는다고 해서 여론이 갑자기 청와대와 여당을 분리된 존재로 봐 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이날 여당 소속 의원들은 '곽 수석의 통화기록을 열람하지 않은 것이나 국정원장의 정상회담 자료 제출은 문제가 없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같은 질문을 허 실장에게 던지거나, 청와대 건물이 너무 낡아 걱정이라며 "리모델링 작업에 박차를 가해 달라"는 지적을 하는 등 청와대를 적극 엄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 "朴, 대선 당시 발언 사과해야"…허태열 "선거 특수성 있지 않나"

한편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선거 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이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사안을 '여성 인권 침해'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이 부분을 사과해야 할 뿐 아니라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책임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허 실장은 이에 대해 "선거 개입 문제는 곧 재판이 시작될 것"이라며 "선거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답변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피해갔다. "국정원 여직원이 대선에 개입했느냐 여부는 재판을 지켜봐야 결론날 문제"라는 것이다.

은 의원은 그러자 "'사실이 아니면 책임을 지라'고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에게 말한 분이 지금까지 6개월이 넘도록 아무 말을 안 하고 있다"면서 "그러면 그 때는 왜 그렇게 자신있게 '책임지라'고 했나? 그 때도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를 다 지켜보고 하자'고 했어야 하지 않나"고 공박했다.

이에 대해 허 실장은 "선거의 특수성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고 답했고, 은 의원은 "선거의 특수성 때문에 위법한 행위를 호도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고 재차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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