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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떠난지 29년 된 65세 여성이 1급 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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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떠난지 29년 된 65세 여성이 1급 테러리스트?"

[해외발언대]'자생적 극단주의' 낙인이 무서운 이유

지난달 15일 발생한 미국 보스턴 테러 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자생적인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건 한 달이 지난 지난 16일 생포된 용의자 조하르 차르나예프가 체포 직전 숨어 있던 보트 안쪽에 범행동기를 엿보게 하는 낙서를 써놓은 것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매사추세츠주 경찰에 따르면 이 낙서에는 미국에 대한 욕설과 보복을 다짐하는 문구와 함께, 보스턴 테러로 희생당한 민간인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이른바' 우발적 피해'를 당한 무슬림 민간인들과 같은 처지가 됐을 뿐이라는 차르나예프 형제의 생각도 보여줬다.

문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부터 언급한 '자생적 극단주의'에 대한 경계령이 미국 사회를 더욱 공포스러운 경찰국가로 몰고가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소수인종과 이민자들은 보스턴 테러 사건 이후 미국 주류 사회에서 '잠재적인 범죄 용의자'로 취급되는 분위기가 짙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흑인 좌파 운동 대변지 <블랙어젠더리포트>의 편집장 글렌 포드가 쓴 'Radicalized = Weaponized = Kill at Will(극단주의=무장=묻지마 살인)'이라는 글은 이런 변화에 대한 우려와 경고를 잘 전하고 있다. <편집자>

▲ 18일 쿠바 관타나모 강제수용소 수감자들의 단식 투쟁 100일째를 맞아 일단의 시위대들이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관타나모 강제수용소 수감자들을 강제급식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항의 시위릘 벌이고 있다. ⓒAP=연합

"자생적 극단주의자들 때문에 미국이 위험하다"

미국의 국가안보기구들이 경찰국가스러운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이런 언어는 누군가를 '적'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제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자생적 극단주의'는 이런 언어에 속한다.

매주 화요일 '살해명령 명단'에 살해목표 대상들을 추가하는 작업을 하는 오바마 대통령 같은 국가안보체제 운영자들에게 '자생적 극단주의'는 미국에 대한 중대위협으로 간주된다.

☞관련기사: "오바마는 제임스 본드?"…'초법적 살인면허' 문서 공개

오바마 대통령은 보스턴 테러 사건에 대해 "우리가 직면한 위험 중에는 미국에는 이미 자생적 극단주의에 빠진 개인들이 있으며, 이들이 테러 계획을 실행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서 나온 '극단주의'라는 용어는 맥락으로 볼 때 '무장화'와 대동소이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극단주의에 빠진 사람은 위험한 무기로 취급되는 것이다.

'극단주의자'는 더 이상 '철저한 정치적, 사회적 개혁을 주창하는 개인'이 아니라,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국에 대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되는 것이다.

정치적 신념과 불법행위 사이의 경계선은 없어지고 '극단주의에 빠진 개인이나 조직'은 존재 자체가 척결 대상이다. '극단적'이라는 낙인만 찍으면 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뇌된 상태로 자기의 의지나 의식 없이 어떤 일을 하는 자들을 말하고 있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정책에 의식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그들은 언젠가 미국의 정책과 관련한 어떤 일을 저지르거거나 미국에 대한 여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안타까워하는 점은 '자생적 극단주의자'들은 적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개인이나 조직들과 연계되지 않은 이런 '자생적 극단주의자'들은 경찰국가 운영자들에게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망명 29년째 65세 노인이라도 '1급 테러리스트'

최소한 45년 전부터 당국에 의해 '극단주의자'로 낙인찍힌 아사타 샤쿠르라는 인물이 있다. 백인만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그녀가 뉴저지 경찰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녀는 탈옥해 지난 29년 동안 쿠바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정치적 망명을 한 것이다.

사건과 관련된 경찰은 1973년에 죽었고, 샤쿠르가 속한 정치단체는 해체된 지 오래다. 그녀는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할머니가 됐다. 하지만 미 연방수사국(FBI)는 샤쿠르에 대한 현상금을 100만 달러에서 두 배로 올리고, 1급 테러리스트로 승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샤쿠르가 여전히 불온한 이념과 반미사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그녀의 이름조차 아는 이들이 드문데도, 샤쿠르는 여전히 '극단주의자'이며 따라서 '무기'로 취급되고 있다.

FBI는 그녀의 '이데올로기'가 언제라도 퍼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체한다. 물론 그들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화된 경찰은 극단주의를 범죄와 동일시하는 강고한 입장을 갖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피부색이 검다는 것은 범죄와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 이런 연결 공식에 따라 미국사회에서 '극단주의적인 흑인 여성'은 정치적 마녀사냥 대상으로는 전형적인 인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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