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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부 주관으로 '가문 명예회복 기념식'?

워싱턴포스트 "사실까지 재해석하려는 아베 위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우경화 노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위협'이라고 일축한 이후 상징적인 정부 차원의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28일 도쿄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주권 회복·국제사회 복귀를 기념하는 식전'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1952년) 61주년을 맞아 일본 정부가 직접 기념하는 첫 행사였다.

일본 학계 일각에서는 아베의 의도를 "패전한 1945년 이후 미 연합군 점령 하의 7년을 거쳐 평화조약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맺은 4·28(강화조약 발효일)을 일종의 해방기념일로 규정하려는 것이며, 현행 평화헌법을 점령시대에 강요당한 것으로 개헌을 위한 여론 형성이 목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기념일을 일왕 내외까지 참석한 정부 주관 행사로 치렀다. 아베 총리가 축사에 앞서 일왕 내외에 예의를 표하고 있다. ⓒAP=연합

총리와 부총리의 남다른 감회 어린 '강화조약일'

아베는 축사를 통해 "7년의 세월은 우리나라 역사의 가장 깊은 단절이자 시련이었다"면서 "미래를 향해 희망과 결의를 새롭게 하는 날로 삼고 싶다"고 강조함으로써 개헌 의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아베 총리와 2인자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에게 이날은 '가문의 명예회복 기념일' 행사이기도 했다.

아베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태평양전쟁 중 물자동원을 총괄한 고위관료로 패전 후인 45년 9월 A급 전범으로 지명돼 수감됐으나 강화조약 발효일에 복권돼 1957년 총리까지 올랐으며, 박정희 정권 시절 체결된 한일협정을 성사시킨 일본측 막후세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 당사자인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도 아소 다로 부총리의 친할아버지다. 이날 식장에 총리와 부총리는 나란히 앉아 남다른 감회를 느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행사가 일본에서 정치적 논란조차 없이 일사분란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일왕 내외가 내각의 결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참석하게 되자 공산당·사민당 등 야당은 국론 분열적인 행사에 '국민통합의 상징'인 일왕이 참석하는 것에 반발해 불참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본토에서 분리돼 20년 동안 미국에 귀속(72년 5월 일본에 반환)됐던 오키나와(沖繩)에서도 현지 시민단체들은 "4·28은 '주권 회복의 날'이 아니라 오키나와에게는 일본으로부터 버림을 당한 '굴욕의 날'이었다"면서 정부 기념식 시간에 맞춰 이날 '굴욕의 날' 행사를 별도로 개최했다.

"독일과 달리 왜 역사적 사실도 인정 못하나"

미국의 주류언론들도 아베의 우경화 노선에 대해 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이어 워싱턴포스트(WP)도 27일자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의 '침략 부정발언'을 비판했다.

지난 23일 아베 총리가 의회 답변을 통해 "침략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으며 국가와 국가 간 관계에서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 것을 '왜곡된 인식'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사설은 "역사는 항상 재해석되지만, 사실이라는 것도 있다"면서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고, 만주 등 중국 일대를 점령하고, 말레이 반도를 침략한 것은 사실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사설은 "독일은 정직하게 역사를 직면함으로써 유럽에서 자신의 위상을 확고한 지 수십년이 지나도록 일본의 일부 진영에서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베 총리가 보다 타당한 목표를 추구한다고 해도, 역사를 직면하지 못하고 제국주의적 향수를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이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설득하는 능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아베 총리는 제 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사실에 대해서가 아닌, 사실 자체를 재해석하고 있다"면서 "전쟁을 누가 일으켰는지는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처럼 이론의 여지가 없는 문제인데, 사실을 부정하는 아베의 '수치스러운 발언'은 일본을 국제사회의 외톨이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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