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사건의 동기나 배후 여부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의문만 커지고 있다. 게다가 생포된 용의자 조하르 차르나예프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에서 '테러 용의자가 미국 시민권자일 경우' 기본권 보장의 예외가 되는지, 미국 사법제도에 중대한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01년 9.11 사태로 미국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이후 미국 본토에서 미국 시민권자에 의해 벌어진 대형 테러이기 때문이다.
▲ 보스턴 테러 사건 용의자 형제들이 다녔던 보스턴 이슬람 사원. 사건 이후 미국 무슬림 사회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증오의 시선에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P=연합 |
미 시민권자, '미란다 원칙' 제외된 채 억류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으로 테러 용의자에 대한 기본권 문제에 대해 새로운 차원의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정치권은 테러 용의자에 대한 기본권 문제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념적 성향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대조적이다.
공화당에서는 린지 그레이엄, 존 매케인 등 상원의원과 피터 킹 하원의원 등 상당수의 의원들이 "조하르는 '적 전투원'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에 서있다. '적 전투원'은 전통적인 전쟁터에서의 적군이 아니더라도 테러용의자를 이에 준하는 적으로 규정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조하르를 변호사의 도움 등 사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심문을 할 수 있도록 '적 전투원'으로 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조하르 체포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적용하지 않아서 논란이 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 진술을 거부할 권리 등을 고지받지 못한 채 체포되면 용의자가 석방을 요구할 수 있고, 어떤 진술도 법적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보스턴 테러 사건', 정치적 이념 대결 조짐
오바마 정부는 미국 시민권자가 미국 내에서 테러를 저지른 혐의가 있을 경우 '적 전투원'으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규정하는 '적 전투원'은 '테러와의 전쟁' 대상인 알카에다와 탈레반이라는 특정 테러조직, 또는 이들과 연계됐다는 근거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조하르는 미국 시민권자이며, 알카에다와 탈레반과 연계됐다는 근거도 없기 때문에 '적 전투원'으로 분류할 이유가 없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의 칼 레빈 의원은 성명을 통해 "조하르는 미국과 전쟁 중이라고 규정된 알카에다 같은 조직은 차치하고, 지금까지 어떤 조직적인 그룹의 일원이라는 증거가 없다"면서 "적 적투원으로 규정할 증거도 없이 미국 시민권자를 적 전투원으로서 억류하는 것은 사법체계를 거스르고, 피의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으로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에 적극 반대의견을 펼쳐 주목받았던 그레이엄은 "조하르가 다른 테러공격이나 테러범에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를 신속하게 알아낼 필요가 있다면, 적 적투원으로 억류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레이엄 의원은 "조하르에 대해서도 고문을 동원한 심문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진술을 법적 증거로 채택될 수도 없지만 그저 진술을 얻어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레이엄 의원은 "미국 시민권자의 경우 적 전투원으로서 30일 정도로 억류한 채 심문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이처럼 어정쩡한 타협안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지난 부시 정권 때 아프가니스탄 전쟁 터에서 테러 용의자로 체포된 미국 시민권자 야세르 함디에 대해 '무기한 억류'를 한 정부에 대해 손을 들어준 샌드라 오코너 대법관은 당시 판결문에서 "적을 억류하는 것은 전투 복귀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심문을 위해 무기한 억류하는 것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런 논리로 시카코에서 잡혀 몇년간 사법당국에 의해 억류됐던 미국 시민권자 호세 파디야는 항소심까지 논란을 빚다가 대법원에 가기 전에 부시 정부가 무기한 억류 조치를 중단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문제는 미국의 안보정책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향후 상당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FBI가 정보 입수하고도 막지 못한 다섯번째 테러"
현재 미국 사회에서는 보스턴 테러 용의자가 '무슬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에드 데이비스 보스턴 경찰국장은 21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차르나예프 형제의 사제폭탄 저장소를 발견했다"면서 "지금까지 발견된 폭탄과 폭발물 등을 볼 때 이들 형제가 추가 공격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사망한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의 유튜브 계정에서 체첸과 다게스탄 지역 최대 이슬람 반군 요원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게시된 적인 있으며, 동영상이 게시된 시점이 당시 타메를란이 다게스탄 등 러시아 남부 일대에 6개월간 머물다 미국으로 돌아온 지난해 8월로 추정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타메를란은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러시아를 가명으로 여행했으며 이슬람 분리주의 운동이 거센 체첸 지역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 테러에서 용의자들이 사제폭탄 두 개를 성공적으로 폭발시킨 것은 상당한 훈련과 생각보다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배후세력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떤 조직도 보스턴 테러와 관계가 있다고 밝히지 않아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테러'에 대해 자신들의 행위라고 자처하는 전례와 다르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행위'일 가능성도 여전하다.
미국 정부를 당혹하게 하는 것은 배후가 있건 없건 '미국 시민권자에 의한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테러'라는 점이다.
게다가 차르나예프 형제의 부모 등 가족들은 FBI가 5년전부터 타메를란이 이슬람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요주의 인물'로 감시하며 가족들에게도 접촉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9.11테러 사태에 이어 또다시 미국의 대 테러 기관들의 허점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타메를란은 지난 2010년 무렵부터 이슬람 극단주의에 기울기 시작했으며 러시아 정보당국이 지난 2011년 미 연방수사국(FBI)에 타메를란을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FBI는 "러시아 측의 조사 요청 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
피터 킹 의원은 "내가 알기로 FBI가 정보를 제공 받고도 테러를 막지 못한 것이 이번까지 포함해 다섯번째"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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