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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메시지는 '원칙론', 北이 원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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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메시지는 '원칙론', 北이 원하는 것은…

[전문가 평가] 케리 美 국무, 한ㆍ중 순방에서 남긴 것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한국, 13일 중국과의 대화를 마치고 14일 일본에 입국했다.일본 방문에서 추가적 대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한반도 이슈에서 가장 주요한 행위자는 남·북·미·중 4자라는 점에서 서울과 베이징의 회담으로 사실상 케리 장관 순방의 '알맹이'는 이미 다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레시안>은 남북관계 및 국제 정세 전문가들에게 케리 장관이 한국·중국 지도부와 만나 진행한 대화의 성과와, 대화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대북 대화를 제기한 것 자체에 대해서는 일치되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나 이같은 입장 표명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구체적으로 의견차를 빚은 지점은 △북한이 박근혜 정부의 대화 의지 표명에 어떤 수준에서 호응할지, △케리 장관의 '양자 대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향후 한반도 정세가 큰 폭으로 전환될지 대립 국면이 지속될지 등이었다. 전문가들의 평을 내용 흐름에 따라 재정리해 요약했다. 긍정적 시각을 앞에, 비관론을 뒤에 배열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뉴시스

■ 김근식 경남대 교수

전반적으로 미국도, 중국도, 박근혜 정부도 지금의 한반도 위기에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남·북·미·중 가운데 북한을 제외한 3자가 '이 상태로 계속 가면 안 된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긴장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북한의 화답이 남아 있기는 한데, 북한 입장에서도 '마무리 액션' 하나 정도를 하고 출구로 나오지 않을까 한다.

한국, 중국이 대화를 강조한 반면 미국이 원칙을 강조해 다소 입장차가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항상 '동맹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케리 장관이 대화의 조건을 말했다고 하는데, 이 국면에서는 대화를 얘기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본다. 또 미국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군사훈련을 연기함으로써 북한에 메시지를 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물밑에서 대화가 될 것이냐다. 한·미·중이 이 정도 메시지를 보냈다면 북한도 원칙적 수준에서 '우리도 대화 싫다고 한 적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그에 따라 물밑 채널이 가동될 수 있다. 케리 장관이 '6자 또는 양자'라고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메시지를 던진 것도 긍정적이다. 북한은 북미 대화가 먼저, 6자는 그 다음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미국은 남북대화가 우선, 그 다음이 북미 대화로 간다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 정영철 서강대 교수

미국은 '대화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있어서 북한에 공을 넘긴 것이다. (대화가 중요하다는) 원칙적 입장 정도에서 더 나아간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중국이 대화를 강력하게 요구했을 것이고, 케리 장관의 성향으로 봐도 대화 쪽에 방점이 찍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보면 한반도 상황에서 강 대 강의 충돌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넘기자는 것에 3자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구체적으로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남아 있는 문제다.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자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협상의 의제가 비핵화로 맞춰져 있다. 비핵화는 물론 중요한 의제이지만 북한, 특히 북한 내의 강경파들은 평화 의제를 강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이 과거와 같은 방식의 비핵화 회담을 쉽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북한이 대화 제의를 받을 가능성은 북미 간 양자 대화가 성사될 것인가에 있다. 양자회담이 된다면 북한도 긍정적으로 수용을 검토하지 않을까 한다. 비핵화만으로 한정되는 회담은 한계가 있을 것이고, 평화협정이나 평화체제 문제를 북한이 주요하게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양자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 입장에서도 '우리의 의도가 관철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케리 장관의 메시지는 전제가 확실한 원론적인 얘기다. 북한이 거부한 비핵화와 9.19 공동성명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구체적 복안이 있지도 않다. '한국이 하는 대로 따라하겠다'면서 한국 내의 대화 움직임을 지지하는 정도의 입장이다. 북한 문제를 한국에 '아웃소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단 '긴장을 격화시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여주긴 했다.

한미, 미중 대화의 결과는 협상 국면에 대비하는 측면이 있을 것인데, 대화를 위한 전제로서 대북 압박에서의 공조를 얘기하지 않았을까 한다. 겉으로 드러난 메시지는 '대화를 중시한다'는 타협된 메시지이나, 구체적 복안이 없다는 점에서 정세 변화에 큰 계기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이 대화 제의에 화답할 것인가, 어렵다고 본다. 한국 대통령, 통일장관의 메시지는 다 개성공단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북한은 지금 한반도 상황을 전시로 규정하고 평화 의제를 제기하고 있다. 평화회담, '위성' 발사 권한, 대북 제재 등이다. 이런 의제에는 전혀 언질을 주지 않고 기존의 원칙적인 입장을 천명한 거라 북한 내부에서 다소 고민은 있을지라도 자기들이 원한 답은 전혀 나온 게 아니니 국면을 전환시키에는 명분이 없지 않겠나.

케리 장관이 '양자 회담도 준비돼 있다'고 했지만, 북한은 작년에 진행된 북미 간 고위급 회담에서 상당히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본다. 김정은이 데니스 로드맨에게 장난치듯 말하긴 했지만, '오바마의 전화를 기다린다'고 한 것은 6자든 양자든 기존 수준의 대화가 아닌 정상 차원의 대화를 바란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에서도 1월부터 긴장 국면이 지속됐는데, 김정은 취임 1주년도 지나갔고 그에 맞춰 위기를 성과로 활용한 면도 있다. 농사철도 다가오고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 이런 내부적 부담 때문에 조정 국면으로 넘어가는 모양을 취할 수는 있으되, (근본적으로는) 전열을 정비하면서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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