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장관은 12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직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케리 국무장관은 "북한은 자신들이 수용했던 국제적인 의무와 표준 등을 받아들여야 하며, 비핵화라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도 없고, 몇 년마다 반복되는 이런 긴장을 원하는 사람도 없다"며 진정성 있는 대화를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한이 도발과 위협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데 케리 장관과 의견을 같이 했다며 "북한은 무모한 행동을 포기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에 응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국 장관은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 다소 온도 차를 보였다. 비핵화가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케리 장관은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없다면 지원하지 않겠다. 검증 가능하고 실질적인 조치가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윤 장관은 "순수한 인도적 지원이나 분배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지원에 대해서"는 정치적 사안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
북한의 핵무기 도발 위협에 대해 케리 장관은 "북한의 핵무기 운반체계 시험 등이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며 핵무기 도발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다만 "상황은 엄중하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수준은 상당히 높으나 북한이 이야기하는 핵무기의 소형화, 다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에 대해 윤 장관은 협상의 기준은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인지,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을 어떻게 확보하는지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준에 맞게 협상이 이뤄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윤 장관 말에 동의한다면서도 "지금은 상당히 민감한 시점이다. 원자력협정이 북한이나 이란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여러 옵션을 통해 해결될 것이다"라며 "박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전에는 해결할 것"이라고 말해 협상 개정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케리 장관은 이에 앞서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다. 박 대통령은 케리 장관에게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상황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히 응징하겠지만, 북한이 변화를 받아들여 대화의 장에 나오면 상호 신뢰를 쌓아나가 공동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미국은 북한의 어떤 위협이나 도발에도 한국 정부와 함께 굳건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의 대북정책이 과거의 패턴에 선을 긋는 지혜로운 방안으로 생각된다. 긴밀한 공조를 계속해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날 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단과의 오찬에서는 "북한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대방의 의중을 알아야 하니 당연히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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