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황을 비난하고 스스로를 예수로 표현한 이미지를 SNS에 게재하면서 가톨릭뿐만 아니라 기독교계의 비난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예수로 추정되는 인물이 본인을 감싸고 있는 그림을 게재했다. 종교를 계속 건드리는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가 안그래도 이란과 전쟁으로 악화된 여론을 더 증폭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아이리쉬'라는 'X'계정에 올라온 이미지 파일을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게제했다. 해당 그림은 예수로 추정되는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을 감싸 안고 있고 뒤에는 미 성조기가 배치돼 있는데 두 사람의 뒤쪽으로 빛이 비추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아이리쉬' 계정은 이 이미지와 함께 "나는 결코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이 사탄적이고 악마 같은 괴물들이 모조리 폭로되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마치 신께서 자신의 '비장의 카드(트럼프 카드)'를 꺼내 들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라며 하나님이 사탄을 물리치기 위해 트럼프를 지금 세상에 보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좌파 광신도들은 이걸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꽤 마음에 든다"면서 이를 옹호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12일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미국의 이란 침공을 비판한 교황 레오 14세에 대해 "범죄 문제에 있어서 나약하고, 외교 정책 면에서는 형편없다"고 비판한 이후 본인이 예수 그리스도와 유사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남성에게 안수 기도를 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그림을 올렸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영국 공영방송 BBC는 15일 "지난 48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광범위한 반발이 일어났다"며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이 비판이 (트럼프에) 충성스러운 보수 가톨릭 신자들에서 나왔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가톨릭계의 주요 인사인 조셉 스트릭랜드 주교가 "이 분쟁(미국-이란 전쟁)이 정당한 전쟁의 기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교황의 평화를 향한 호소에 동참한다.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 진실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방송과 인터뷰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겪는 죽음과 고통을 고려할 때 이 전쟁은 결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부도덕한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폭탄 투하를 종교로 정당화하는 것은 신앙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가톨릭계에서 주요한 우파 성향의 인사로 분류되는 피터 볼프강 코네티컷 가족 연구소 소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을 비난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톨릭교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교황은 단순히 국가 원수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대리자"라며 "교황에 대한 공격은 교회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가 교황을 공격할수록 가톨릭 유권자들 사이에서 그의 지지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볼프강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명의 종말을 언급하거나,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이 가톨릭 신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피에 굶주린 듯한 기도를 올리는 상황에서,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들이 레오 교황을 지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방송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헤그세스 장관이 전쟁부 청사인 펜타곤에서 진행된 예배에서 "압도적인 폭력"과 "신속하고 무자비하게 집행되는 정의"를 언급하는 등 "매우 논란이 많은 기도를 낭송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들이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지난 2024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이들 집단에서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자해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방송은 또 가톨릭 신자들이 대체로 보수적인 반면 인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는 성향을 보이긴 하는데, 미국의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짚었다.
방송은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를 인용, 2024년 대선에서 백인 가톨릭 신자의 62%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37%가 카말라 해리스에게 투표한 반면, 히스패닉 가톨릭 신자의 41%가 트럼프에게, 58%가 해리스에게 투표하는 등 가톨릭계 내에서의 분열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레그 스미스 퓨 리서치센터 연구 부문 선임 부국장은 이처럼 가톨릭 신자들이 정당의 노선에 따라 나뉘어져 있는 경향이 있고 신앙보다는 정치를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방송은 "가톨릭 교회의 최고 권위자에 대한 신자들의 견해도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한다"라며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임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화당 가톨릭 신자보다 민주당 가톨릭 신자들에게 훨씬 더 인기가 많았던 반면, 레오 교황은 양쪽 모두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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