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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한미 무력시위,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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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한미 무력시위, 이대로 좋은가

[해외시각]"예측불허의 정권, 장기적인 내부변화 모색해야"

북한이 언제라도 도발을 할 것처럼 위협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놓자 미국은 '떠있는 핵우산'으로 불리는 B-2 스텔스 폭격기 두 대를 미국 본토에서 한반도로 출격시켜 북한을 겨냥한 실전연습을 하고, 이 사실을 이례적으로 즉각 공개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 'F-22' 스텔스 전투기 두 대도 이미 지난달 31일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미 공군이 1일 밝혔다. 지난달 중순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을 실시한 B-52와 핵잠수함 샤이엔 등 '움직이는 핵우산 3종 세트'가 한반도에 집결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무력시위가 한반도를 군수산업의 전시장으로 삼을 의도가 아니라면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된 '상호확증파괴 시대의 시험대 북한(Regime tests the limits of a MAD world)'라는 칼럼은 이런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필자는 이 신문의 국제전문칼럼니스트 기디언 래치먼이며,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3월 3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처음 주재하고, 경제건설과 핵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노선'을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이 배포한 사진.

"핵 억지력, 이성적인 정권을 전제로 한다"

'상호확증파괴(MAD)'는 쌍방이 제정신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핵무기가 등장한 이후 평화는 '상호확증파괴' 이론으로 설명되고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에 이르기까지 위험한 시기에서도 세계가 핵폭탄을 터뜨리지 않고 넘어간 것은, 이성적인 정권이라면 자국의 국민을 떼죽음으로 몰고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핵보유국 북한'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위기에서 가장 불안한 측면은 북한의 정권은 핵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거나 자제시킬 수 있는 '상호확증 파괴' 이론의 전제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런 정치지도자들이 있다. 냉전 시대에도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지도자가 있었다. 1950년대말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은 당시 소련을 방문한 자리에서 "핵전쟁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는 취지의 말로 노회한 스탈린주의자들조차 경악하게 만들었다.

마오쩌둥은 "인류의 절반이 죽는 사태가 와도, 절반은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면 제국주의는 붕괴되고 세상이 사회주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여러 면에서 마오쩌둥의 중국과 최악의 속성을 일부 빼닮았다. 세계 무대에서의 고립, 강제노동수용소, 개인숭배, 여기에 자국민의 대규모 기아사태에도 구애받지 않는 점까지 닮았고, 특히 이 점이 소름끼친다. 핵 억지력은 정권이 자국민의 대규모 희생을 용납할 수는 없는 일로 생각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또 있다. 서방권에서는 북한을 일종의 희극배우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북한은 수많은 인민의 삶을 파괴시킨 끔찍한 전체주의 정권이며, 현재 핵무기로 세계를 공공연히 위협하는 나라이다.

북한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지만 중대한 과제다. 스위스에서 유학 경험도 있는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보다 더 개방적으로 나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김정은은 핵위협을 더 위험한 수위로 끌어올렸다. 북한은 남쪽에 대해 전시상황이라고 선언했고, 미국에 대해서도 핵 공격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발적인 도발, 제한적 분쟁으로 그칠 보장 있나

미국과 한국의 반응은 '상호확증파괴'의 이론에 따른 것이다. 핵무기 탑재 능력을 가진 폭격기를 한반도에 보냄으로써 미국은 "약하게 보이지 말라. 핵공격을 무릅쓰기보다는 상대방이 물러설 것이다"는 이론대로 움직였다. 한국 역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정치적 고려없이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이성적인 적대세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주한 미 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같은 미국의 북한 최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말 미국과 분쟁을 벌일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들은 "진짜 위험은 북한의 미숙한 지도부가 우발적인 도발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도 핵을 포함한 단계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단기간의 분쟁에 그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런 판단이 옳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점이 있다. 핵억지력의 논리를 벗어날 정권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북한이다.

이런 우려를 고려한다면 미국과 한국이 확고함이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응 방식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합동 군사훈련 같은 것을 더 많이 하기보다는 더 적게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최선의 길은 장기적으로 북한의 내부 변화가 일어나는 것어야 한다.

북한의 변화는 이미 물 밑에서 이뤄지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북한의 대외 교역은 훨씬 증가했고, 2005년부터 남북은 북한 내에 남한의 기업들이 북한 노동자 5만 명 이상을 고용한 개성공단이라는 산업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접경지역에서 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사유재산과 자유도 조금이나마 확장될 공간이 넓어졌다.

이러한 경제적 변화를 고려하면 중국이 북한과의 교역과 대화를 강조하는 정책이 서방이 종종 묘사하듯 무력한 회피가 아니라 상당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앞세우기보다 경제적으로 바깥 세상과 더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설득한다면, 평화적인 변화가 올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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