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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키프로스, 유로존 해체 부를 진정한 뇌관"

[분석] "예금보장 훼손, 자본 통제, 분열 심화"

유로존의 해체 위기를 부를 진정한 뇌관으로 그리스가 아니라 그리스 밑의 지중해 조그만 섬나라 키프로스가 떠오르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에서 탈퇴해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경제규모가 작은 키프로스가 왜 유로존의 해체 위기를 촉발할 뇌관으로 주목되는 것일까.

25일(현지시간) 키프로스의 국가부도 직전 새 구제금융 방안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하지만 지난 19일 키프로스 의회가 부결시킨 원래의 구제금융안과 달라진 것이라고는 '10만 유로 이하 모든 예금, 모든 은행의 예금'에 일정한 손실부담을 지운다는 것을 "부실은행의 10만 유로가 넘는 예금에 30~40% 정도의 손실을 부과한다"는 것 뿐이다.
▲ 은행영업정지 기간이 계속 연장되고 있는 키프로스. ⓒAP=연합


"키프로스의 예금 몰수, 예외가 아니라 본보기"

게다가 예금 일부 몰수 조치가 키프로스에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사실과 다르다. 당초 키프로스는 워낙 러시아 마피아 자금 등 수상한 외부 자본이 많아 이들까지 구제할 수 없는 특수 사정 때문에 '예금자 손실' 방안이 포함됐다는 것이 유로존 당국 관계자들이 강조한 말이었다.

하지만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의장은 새 구제금융안에 합의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키프로스에 대한 구제금융안은 '예외'가 아니라 '본보기'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은행 스스로 자본을 확충할 능력이 없다면 주주와 채권 보유자들에게 자본 확충에 기여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예금보장을 못 받는 예금주들에게도 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면서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은 유로존의 은행 문제를 해결하는데 새로운 본보기가 될 것이며, 다른 나라들도 은행 부문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방안은 유로존 위기 이후 최초로 고액 예금자들도 주주나 채권자처럼 은행 부실에 책임을 지는 선례를 남겼다. 유로존 전역의 부실은행들에 고액을 예금한 자본가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그뿐이 아니다. 키프로스 정부는 국외로 자본이 나가는 것을 통제하는 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것도 유로존 회원국 내에서 최초로 벌어진 일이다.

사실상 무기한 될 '임시 자본통제 조치'

자본통제 조치는 "임시로 한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사실상 철회되기 어려운 조치다. 자본 통제가 실시되는 즉시 같은 유로화라도 키프로스에 갇혀있게 된 유로화는 같은 가치를 갖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유로존 국가로 혹독한 금융위기를 겪은 아이슬란드는 지난 2008년 자본 유출 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극히 일시적"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것에서 보듯, 키프로스는 이제 '유로화의 무덤'이 되버렸다.

은행에서 인출만 자유롭다면 지금 당장 키프로스는 뱅크런의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6일부터 은행영업 정지 조치로 뱅크런을 틀어막은 키프로스 정부는 구제금융안이 마련되면 대형 부실은행 두 곳을 빼고는 26일부터 영업정지 조치를 철회할 것이라던 방침을 또다시 뒤집어 28일까지 모든 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연장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극도로 이례적인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방식과 외국 자본 유치로 급성장한 키프로스의 산업구조로 볼 때 키프로스는 '구제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그저 급격한 디폴트를 막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키프로스 구제금융 방식은 키프로스를 구제하는 근본적인 해법이기도 어렵고, 유로존의 앞날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면서 6가지 측면을 지적했다.

-예금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막판에 철회되기는 했지만, 유로그룹은 EU 차원의 '10만 유로 이하 예금 보장'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림으로써 유럽은행 동맹을 구축한다는 계획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

-자본 이탈

키프로스의 새 구제금융안은 고액 예금자들에게 당초 부과하려던 것보다 훨씬 많은 손실을 보게함으로써 키프로스가 국제적인 자본도피처로 존속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지속불가능한 국가부채

키프로스가 지속가능한 경제가 되도록 구제금융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키프로스는 중심산업인 금융산업에 근본적인 타격을 받게되면서 경제 파탄이 예고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키프로스의 경제는 2017년까지 20%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구제금융단의 분열

구제금융 조건을 둘러싸고 '트로이카'로 불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이 갈등을 빚었다.

IMF는 부실은행의 고액예금에 대한 손실분담을 조건으로 내세웠으나, 유럽위원회는 소액예금까지 손실부담을 시키자는 안으로 맞섰다. ECB는 유로존 당국의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긴급유동성 지원을 끊어버린다는 '최후통첩'으로 키프로스를 압박하는 악역을 맡았다.

-인질 정치

키프러스의 대통령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는 고액 예금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수를 두었다. 대통령직 사임과 키프로스의 유로존 탈퇴를 내걸며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했다. 새 구제금융안은 유로존 회원국들의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반면, 키프로스 측에서는 기존의 법률로 처리할 수 있는 지원안이다. 이번 사례는 유로존 내의 협상이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독일이 보여준 단호한 인색함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은 가장 많은 지원금을 내야할 독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철됐다. EU 회원국들의 예산 통제를 강화하는 대신 독일이 유로존 내의 부채 해결에 더 많은 몫을 부담할 것이라는 기대를 무색하게 만드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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