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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사태 "플랜B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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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사태 "플랜B는 없다"

[분석]"러시아 마피아 등 수상한 외부자금 너무 많아"

키프로스가 유로존 당국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의회에서 부결시킨 뒤 이른바 '플랜B'를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21일 이런 움직임에 대해 유로존 당국은 키프로스 정치권이 사실상 유로존 방안을 거부하고 보다 유리한 방안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고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실행 가능한 대안'이라는 게 있기는 하냐는 문제다. 유로존의 구제금융안에 대해 "키프로스뿐 아니라 유로존 전체에 뱅크런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런 의문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키프로스 정부가 뱅크런을 우려해 26일까지 은행영업조치를 연장했다. ⓒ로이터=뉴시스

예금인출 막고 정부부채 늘리는 것이 '플랜B'

크루그먼 교수는 "키프로스 정부가 러시아 마피아 자금에 감세혜택까지 주면서 끌어들이며 지나치게 몸집을 부풀려온 금융산업을 건드리지 않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겉으로는 "구제금융안을 반드시 통과시켜달라"고 했지만 사실상 의회에서 부결되는 길을 택했다.

유로존으로부터 국내총생산(GDP) 만큼의 구제금융인 170여억 유로 중 100억 유로를 받는 조건으로 58억 유로를 모든 예금자의 예금에 대한 일부 몰수로 충당하라는 협상안에 대해 국민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유로존 협상안이 부결되자 키프로스 정부는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자에게만 과세하고, 나머지는 사회보장기금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고 러시아로부터 차관을 들여오는 식으로 채우는 '플랜B'를 제시했다.

하지만 키프로스 정부가 지난 주말 이후 26일까지 은행영업정지 기간을 연장한 것에서 보듯 '뱅크런'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로존 당국은 사회보장기금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결국 정부부채를 늘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고, 러시아에서는 "뭘 믿고 차관을 주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키프로스 사태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면 유로존 전체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키프로스의 경제규모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 정도에 불과하지만 유로존 위기를 재발시킬 뇌관으로는 충분한 위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보다 사태 수습 어려운 이유

이미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는 "키프로스가 통제되지 못한다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키프로스 사태는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처럼 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3개의 섬나라들은 일종의 조세회피처로 러시아 마피아 자금같은 외부의 수상한 돈을 끌어들여 금융업이 급격히 커져 글로벌 금융위기 위기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공통점이 있다.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나 지나치게 금융자산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부실 내용도 고약해 구제금융을 하기에도 곤란한 경우라는 점도 비슷하다.

GDP 대비 금융자산이 많기로는 아이슬란드가 최고다. 아이슬란드의 금융자산은 가장 많을 때 GDP 대비 980%에 달했다. 아일랜드는 440%였다. 키프로스는 800% 정도다. 이들 나라가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최대 원인도 금융부실이라는 점도 같다.

그런데 아이슬란드는 아일랜드보다 금융부실에 따른 충격이 덜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부실은행들을 파산시키는 강수를 두었고, 유로존 회원국이 아니기에 자국의 화폐가 평가절하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 효과로 채무 부담이 덜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긴축요구도 받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키프로스는 유로존 회원국으로 자국화폐의 평가절하 효과도 누릴 수 없고 유로존의 지원 대가로 가혹한 긴축을 피할 수 없다.

오히려 키프로스는 러시아 마피아 자금 등에 의존하는 금융산업을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내국인 예금보다 외부인의 예금에 더 낮은 세금을 부과하는 기형적인 금융영업을 부풀려진 자산에 대해 돌려받을 보장도 없는 구제금융을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위험한 지정학적 게임'이 최후수단?

<워싱턴포스트>는 "키프로스의 예금 중 40%가 러시아 등 외부 자금"이라면서 "이들 자금까지 구제해주는 방안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키프로스 정부는 구제금융을 얻기 위해 필사적이 된 나머지 위험한 지정학적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을 전하기도 했다.

군사적으로 중요한 키프로스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 유럽을 압박하는 방안이 최후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은 "러시아 정부의 영향력이 세지면 키프로스에 숨어 있는 러시아 자금이 오히려 빠져나갈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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