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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청문회 첫날 "상식 벗어난 증여"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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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홍원 청문회 첫날 "상식 벗어난 증여" 도마

부산 땅투기, 외유성 동부인 해외출장, 관용차 사적이용 의혹도 제기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사흘 간의 청문회 일정이 시작됐다. 첫날은 국정운영 능력과 비전에 대해 검증하는 자리로 마련됐고 도덕성 검증은 2~3일째에 하기로 했지만, 야당은 첫날부터 후보자 일가의 재산 문제 등을 거론하며 공세를 폈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20일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자청해 "요청한 자료가 아직 절반 가까이 도착하지 않았다"며 "정 후보자 일가의 상식 벗어난 증여,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정 후보자 아들 부부에게 외삼촌과 이모(정 후보자의 처남과 처제)로부터 1억7000만 원의 증여가 있었다"면서 "후보자 자신도 수입이 4000만 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아들 내외에게 1억 원을 증여한 바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이상한 증여"라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정 후보자에게 아들 내외의 재산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정 후보자의 아들 내외는 2009년 정 후보자로부터 3억 원(아들 2억, 며느리 1억), 외삼촌으로부터 1억 원, 이모로부터 7000만 원을 증여받은 것이 정 후보자가 제출한 증여세 납부 자료에 나타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 의원은 정 후보자 본인에 대해서도 "10억 예금이 있음에도 처남으로부터 1억9000만 원을 (변호사 사무실 개업비로) 증여받은 게 있다. 이 또한 의혹이 있을 수밖에 없고 상식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정홍원 '부산 법조타운 땅투기' 의혹 추가 제기

현재 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 외에도 3건의 추가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정 후보자가 부산지검에서 검사로 근무하던 당시인 1978년 부산 재송동 법조타운 조성지 인근에 약 500㎡(약 150평)의 토지를 매입했던 사실이 적시된 자료를 공개했다. 매도 시점은 15년 이후인 1993년이어서 상당한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재송동 법조타운 신설 계획은 공교롭게도 정 후보자가 땅을 산 지 3달 후 발표됐다. 당시 검사로 일했던 정 후보자가 개발 계획을 미리 알고 땅을 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총리실은 이에 대해 "후보자 본인이 직접 산 게 아니라, 원래 장인이 그 주변에 땅이 있었는데 그 옆 땅을 사들인 것"이라며 "법조타운과는 거리가 꽤 있고 당시 이미 땅값이 오를 대로 올라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투기 목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홍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지난 2005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미국을 경유해 브라질, 멕시코, 페루 등에 각국 선거제도 연구를 위한 해외출장을 다녀왔는데, 부인의 출입국 날짜와 방문 대상 국가도 정 후보자의 출장 기록과 정확히 일치한다. 선관위 예산으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아내를 동반한 것이 적절했는지, 정 후보자의 출장결과 보고서 내용이 대개 굳이 현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파악할 수 있는 각국의 선거제도 일반현황이라는 점에서 출장이 외유성은 아니었는지가 청문회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재직 중이던 2010~11년 관용차를 이용해 3차례 서울과 수원을 왕복한 것도 관용차의 사적 이용이 아니었는지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중 1차례는 휴일인 석가탄신일이었고, 목적지인 수원 인근 골프장에서 정 후보자가 골프 예약을 한 기록이 남아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통과 시간과 예약 시간을 대조해 봐도 휴일에 골프를 치면서 관용차를 이용했을 개연성이 큰 것.

이에 대해 총리실은 "석가탄신일에 딱 한 번" 뿐이었다며 "골프도 1년에 2~3번밖에 안 갔던 것이고, 그날은 완전히 개인적인 일이라기보다는 공적인 성격도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누구를 왜 만났는지는 상대방도 있어서 말하기가…(어렵다)"고만 했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가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장관 제청권 행사했다…해임건의권도 행사할 것"

이같은 의혹들에 대한 본격적인 도덕성 검증은 다음날부터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청문회 첫날 오전에는 정 후보자의 '책임총리'로서의 자질이 주 논점을 이뤘다. 정 후보자는 "책임총리는 총리에게 부여된 헌법상의 권리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라며 "첫째는 각료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게 총리로서 중요한 역할이고, 둘째는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 각 부처를 통할하고 지휘감독하는 일"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헌법 권한 중 국무위원 해임건의권이 있는데, 이 권한을 활용할 계획이 있는지"라고 질문하자 정 후보자는 "당연히 해임 건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춰 도저히 상식적으로 국정운영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최근 발표된 '박근혜 정부' 1기 국무위원들에 대한 제청권을 정 후보자가 실제로 행사했는지 의심하는 한편,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정 후보자가 제청권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부적절한 제청이었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의원은 청문회에서 "총리가 인사 검증을 제대로 안 한 건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또한 홍 의원은 "정부조직법 통과가 안 됐는데 직제가 없는 부처의 장관 임명 제청을 했다. 현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비슷한 맥락의 지적을 연이어 했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제청권 행사는 본인이 한 것이 맞다고 하면서도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장관 인선 검증팀이 몇 명이나 있나'라는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의 질의에는 "명수는 잘 모르겠다"고 했고, '검증팀에 인수위와 총리실이 같이 들어가 있나'라는 질문에는 "총리실은 따로 없다"면서 "(인사를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정부조직법 통과 이전에 직제 확정이 안 된 부처 장관 인선을 강행한 데 대해서는 "새 정부 출범이 너무 임박했다. 한없이 미룰 수 없는 사정을 이해해 달라"면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 주시면 이런 장관에게 맡기겠다'는 것으로 선의로 해석해 달라"고 했다.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에 대해선 '청문회를 지켜봐 달라'는 답으로 일관했다.

정홍원 "박근혜, 요즘 잠이 안 온다고 하더라"

한편 정 후보자는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한 답변을 하던 중 "제가 얘기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는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런 말을 하더라. '잠이 잘 안 온다'고, 어떡하면 공약을 잘 이행할까 (하는 고민 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정 후보자는 야당에 대해 "국민이 어떤 분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으면 국정운영을 하도록 맡겨주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평가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라며 정부조직법 통과를 압박했다.

국정 현안 과제에 대한 일부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여당 일각에서 나오는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서는 "조약상 핵 보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 개개인 입장에서 다양한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국가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는 (이를) 취합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장을 간접 주장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나 정몽준 전 대표를 '국민 개개인'으로 평한 대담한 발언이었다.

언론인 출신인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군부 권위주의 정권 당시 언론이 정권 유지의 수단이었는데, 민주화된 이후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이 있는 것 같다"고 한 데 대해서는 "너무 대명천지가 돼서 그런 것은 추호도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최 의원이 "정연주 KBS 사장 해임 같은 일, 다시 일어나지 않겠죠?"라고 다짐을 두자 정 후보자는 "상상이 안 된다"고 화답했다.

2008년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KBS 사장은 정부 산하 기관장으로 정부의 국정 철학과 기조를 구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18대 대선 관련 보도가 새누리당에 편파적이었다는 최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그 점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다르리라 생각한다"며 "새누리당에서 보면 (반대의)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유보적으로 답했다. 해직 언론인 문제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노사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좋다"며 이를 '노사관계'로 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민간인 사찰 파문에 대해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밖에 책임총리로서 대통령이 잘못할 경우 직언도 하고 바로잡는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역사관에 대한 질문도 나왔는데 '5.16은 혁명인가 쿠데타인가'라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정변'으로 교과서에 기재돼 있고 저도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밖에 독신인 박근혜 당선인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총리 부인이 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다는데 대해서는 "제가 얘기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면서도 "지금까지도 총리 부인이 역할을 한 것이 많이 있다. 저희 집사람이 큰 재주는 없지만 봉사에 도가 튼 사람이라 잘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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