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성 장군 출신의 퍼트레이어스와 현역 4성 장군 존 앨런 아프간 미 주둔 사령관 등 미국의 '전쟁영웅'들과 모종의 관계로 얽힌 여인 질 켈리(37)가 지난 8월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한국의 명예영사에 임명됐다는 사실이 미국 언론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이어 켈리가 명예영사 지위와 명예영사 임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퍼트레이어스와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한국에서 추진되는 대형 에너지사업 계약을 주선하겠다며 브로커 활동도 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 플로리다 탬파의 '군 사교계의 명사'로 알려진 질 켈리. 지난 8월 퍼트레이어스 CIA국장의 주선으로 한국의 명예영사로 임명되고, 명예영사 지위를 내세워 한국의 대형 사업의 브로커로 나서 한몫을 챙기려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AP=연합 |
"400억 달러 사업, 2%인 8000만 달러 요구"
16일 <ABC> 방송에 따르면 뉴욕 소재 에너지기업인 '트랜스개스(TransGas)'의 애덤 빅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한 지인으로부터 켈리를 소개받았다.
빅터 CEO는 "켈리는 나에게 퍼트레이어스 장군이 자신을 한미간의 자유무역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한국의 명예영사가 되도록 주선해주었다"면서 "한국의 400억 달러짜리 석탄가스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대가로 2%에 해당하는 800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켈리는 퍼트레이어스가 자신을 명예영사 지위를 얻게 해주었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그것이 한국정부의 고위층과 선이 닿을 수 있는 배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빅터 CEO는 "브로커 역할의 대가로 8000만 달러나 요구해서 제안을 거절했다"면서 "어떤 브로커도 그 정도의 액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거절한 이유를 말했다.
"미숙하고 자격없는 여인을 명예영사에 앉히다니..."
또한 그는 "켈리가 일부러 터무니 없는 제안을 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일 자체에 경험이 없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빅터 CEO는 "퍼트레이어스 장군은 이런 미숙한 여인을 한국처럼 중요한 동맹국의 자유무역에 관여할 명예영사의 자리에 앉히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켈리의 명예영사 임명 과정도 이례적이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월 이미 무역협회장으로 내정됐던 한덕수 당시 주미대사는 플로리다 주를 관할하는 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 측에 켈리를 명예영사로 위촉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정인물을 대사가 직접 지명해서 위촉 지시를 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었다.
"명예총영사 이미 있는데, 콕 찍어 위촉"
그러나 미 국무부의 문제제기로 켈리가 명예영사로 정식 임명된 것은 반년이나 지나서였다. 국무부는 이미 플로리다 주에 한국의 명예총영사인 버턴 랜디 씨가 있는 상황에서 또 켈리를 명예영사로 할 이유가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게다가 플로리다 주는 원래부터 한미FTA에 찬성 여론이 높아 켈리의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지도 않다는 지적도 있어 미 국무부는 명예영사 임명에 거부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미 대사관은 켈리가 명예영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지역을 플로리다주 중에서도 탬파 지역으로 국한하는 조건으로 국무부의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한국 측의 이런 해명에 대해 미 국무부는 "명예영사 임명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 소관이며, 우리는 개입하지 않았다"면서 이 문제에 얽혀 들어가는 것을 꺼려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퍼트레이어스와 불륜관계로 드러난 폴라 브로드웰(40)과 질 켈리에 대해 군대 출입 및 기밀 취급 권한을 14일자로 박탈했다. 브로드웰은 보안등급의 기밀 취급권을, 켈리는 플로리다주 탬파의 군기지에 대한 무제한 접근권을 가지고 군에 자유롭게 접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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