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을 제압하는 자가 세계를 제패한다.
권투 격언만은 아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진보 성향 지지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행보를 잇달아 하고있다. 대선 출마선언 때부터 '중도'에 자리잡았던 안 후보가, 예상되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왼쪽을 넓게 돌아보며 확장에 나선 모양새다.
안 후보는 29일 경기 성남 수진리고개 인력시장을 찾아 다양한 직종의 건설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국수로 이른 조찬을 함께 했다. 안 후보는 레미콘, 덤프트럭, 굴삭기 등 건설기계 운전기사들과 철근공, 목수, 일용직 노동자 등 이들의 고충을 청취하고 "여러 말씀들 잘 정책에 반영하고 실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자들은 안 후보에게 건설사와의 불공정 거래와 하도급 문제에서부터 특수고용직에 따른 장시간·위험 노동과 산재 미보장 등 노동권 문제, 이주노동자 유입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안 후보는 "매일 5시 이전에 여기에 오셔서 일감을 찾으시는 분들을 직접 뵙고 짧은 말씀이나마 나눠보니, 얼마나 어렵게 사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며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현장을 다니며 말씀을 듣겠다는 각오를 다진다"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는 지난 26일 화재로 사망한 장애인권운동가 고(故) 김주영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안 후보는 유족과 만나 "정말 열심히 사셨는데, 너무나 안타깝다"며 "좋은 곳 가실 것이다. 너무 상심하지 마시라"고 위로했다.
안 후보는 "고인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조문 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와 김정아 조직실장 등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장애인 등급제, 부양의무제 등 장애인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안 후보는 특히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 지원 상한제한 문제와 어린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독거' 장애인으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고 "최선을 다해 상의하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이 전했다.
건설기계 운전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문제와 장애이동권 문제는 진보진영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이슈로 제기돼 왔던 것이라는 점에서 안 후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안 후보는 25일에는 울산을 찾아 고공농성에 나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그 전날인 24일에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단식투쟁 중인 김정우 쌍용차노조 지부장과 면담한 바 있다.
또 15일에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6년간 근무한 이후 백혈병과 뇌종양을 얻어 투병 중인 한혜경 씨를 문병하고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활동가와 대화를 나누며 산업재해와 관련된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