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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사실상 수도'는 독일의 베를린"

[해외시각]"유럽 통솔보다 '나홀로 호황'에 심취"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국제담당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치먼이 오늘날 유럽의 '사실상 수도'가 독일의 베를린이라고 진단했다. 유로존 위기가 심화되면서 주요 결정이 독일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유로존이 사실상 '독일 제국'이라는 지적과도 일맥 상통하는 분석이다. 래치먼은 "문제는 독일은 유럽을 통솔하려는 의지보다, '나홀로 호황'을 누리기에 기울어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22일 '여기는 유럽의 새 수도 베를린(Welcome to Berlin, Europe's new capital)이라는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 지난 18일 브뤼셀에 모인 EU정상들. 정상회의의 중심에는 언제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있다. ⓒAP=연합

"유럽 주요 현안, 베를린에서 결정"

유럽연합(EU)의 주요 기관인 위원회와 의회는 지금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다. 하지만 주요 결정들은 베를린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야만 할까? 독일이 결정할 것이다. 남유럽에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할 것인가? 유럽의회가 아니라 독일 의회에서 주요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로존 위기에 대해 누구와 연락하는가? 가장 중요한 논의는 유럽위원회와 하는 게 아니라, 독일 정부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과 한다.

브뤼셀에서 베를린으로의 권력 이동은 유로존 위기로 촉진돼 왔다. 아직 브뤼셀에서 EU정상회의가 열리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가장 중요한 리더의 위상을 갖고 있다.

EU의 다른 대국들은 약자의 위치에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부채위기에 시달리고 있어 이 나라의 지도자들은 지원을 요청하는 신세다. 영국은 유로존 가입을 거부하고 유로존의 추구하는 노선을 거부하면서 주변국 취급을 받고 있다. 폴란드도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작다.

"프랑스와 독일, 이제는 대등한 관계 아냐"

프랑스는 어떤가? 전통적으로 EU에서 이뤄지는 모든 협상의 중심에는 프랑스와 독일의 협력이 작용해왔다. EU정상회의가 열릴 때면 그 이전에 프랑스와 독일이 별도 회담을 가져왔다. 니콜라 사르코지가 프랑스 대통령일 때 메르켈 총리는 '메르코지'라는 신조어가 언론에 등장할 만큼 '찰떡 궁합'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프랑스가 독일과 대등한 관계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EU의 한 고위관료는 "프랑스가 얼마나 취약한 입장인지 가리기 위해 독일이 필요하고, 독일은 자기들이 강자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프랑스가 필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위장술도 발휘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EU 정상회의에서는 사전에 프랑스와 독일이 입장을 조율하지 않았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유로존 부채위기 해결을 위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메르켈 총리에게 압박을 가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주 EU 정상회의에서 독일이 신속한 일정에 동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는 항상 불편한 시기를 거쳐왔고, 결국 두 나라는 다시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힘의 격차가 너무 분명해졌고, 양국을 분열시킨 현안들이 매우 근본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유로본드, 은행동맹, EU 차원의 사회기반 투자, 공통적인 사회보장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제안을 해왔다. 회원국들은 대체로 이런 제안에 호의적이지만, 독일은 매우 회의적인 입장이다.

독일은 프랑스가 내놓은 제안들의 저변에는 독일의 돈으로 프랑스를 지원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은 EU위원회가 회원국들의 예산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하자는 역제안을 했지만, 프랑스는 주권을 침해하는 용납할 수 없는 제안으로 일축하고 있다.

"독일의 지원, 그 대가로 '독일식 유럽' 요구"

전통적으로 양국은 어떻게든 타협을 해왔지만, 지금의 현안들은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근본적인 것들이다. 많은 독일인들은 프랑스가 현재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강한 독일은 사실상의 결정권을 갖게 된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떠맡기를 주저했다. 통일 후 독일은 '유럽식 독일'을 목표로 하지, '독일식 유럽'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유럽 여러 나라들이 방만한 재정운영을 일삼는 것에 분노한 독일인들은 '독일식 유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숨기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 독일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 그 대가로 독일이 설계한 규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독일이 '나홀로' 너무 잘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벌어지는 진통은 매우 멀게 느껴진다. 독일이 다른 유로존의 회원국들을 통솔하려는 의지보다는 이질감이 더 강하다는 점에서,독일의 베를린은 '유럽의 사실상 수도'이면서도 '이질적인 관계'로서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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