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은행동맹은 비유로존 EU국가 배제할 역사적 합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은행동맹은 비유로존 EU국가 배제할 역사적 합의"

[해외시각] "본격 시행까지 유로존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

다음은 21일 <파이낸셜타임스>의 유럽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볼프강 뮌초가 쓴 '은행동맹으로 유럽 위기 못끝낸다(Banking union will not end Europe's crisis)'라는 칼럼의 주요내용이다.

이 칼럼은 지난 18~19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의 은행을 감독하는 단일 기구를 유럽중앙은행(ECB)에 설치하기로 힌 합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은행동맹은 유로존 위기가 급박해지면서 '은행에 대한 직접 지원'에 동의하는 전제조건으로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요구해온 것이다.

EU의 항구적 구제금융기금으로 새로 출범한 유로안정화기구(ESM)가 유로존 위기국의 정부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부실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독일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다른 회원국들의 압박에 따라 독일은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단일 감독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방만한 지원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단일 감독 대상에 포함될 은행의 범위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가 입장이 달랐다. 프랑스는 모든 은행, 독일은 대형은행들만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의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별도 회담을 갖는 진통 끝에, 유로존 역내 6000여개의 모든 은행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 대신 은행동맹을 위한 법적 토대를 올해 연말까지 만들고, 내년 중에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가자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행단계에 들어가는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ECB 측을 비롯한 금융계 일각에서는 "독일이 최소한 내년 9월 총선 이후로 시행 시기를 늦춘 것이며, 사실상 2014년 1월부터 대규모 은행들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은행감독을 확대해 나간다는 독일의 시간벌기이며, 정치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뮌초도 "은행동맹은 위기해법이 아니라, 장기적인 정치적 기획"이라고 진단했다. <편집자>

▲ 사실상 '독일 제국'이라고 불리는 유로존을 좌우할 '은행동맹' 합의가 이뤄졌다. 이 합의가 이뤄진 EU정상회의 폐막일인 19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은행동맹은 EU중심부 통합과 주변부 분리 초래"

유로존 리더들이 지난주 중요한 정상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회의에서 이뤄진 합의는 유럽의 미래를 변화시킬 것이다. 은행동맹은 EU의 중심부를 통합할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주변부를 중심부와 분리시킬 것이다.

따라서 은행동맹은 위기를 해결할 방안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정치적 프로젝트다. 견해에 따라 역사적 합의일 수도 있고, 기대와는 동떨어진 합의일 수도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은 ECB내에 유로존 은행을 감독할 단일 기구 발족을 위한 일정을 확정한 것이다. 완료되려면 몇 년은 걸릴 과정이다. 단일 감독기구가 은행들을 개별적으로 직접 감독하기보다는 필요할 때 통제할 권한을 갖는 방식이 될 것이다.

"유로존 가입이 선택이라는 건 환상"

중요한 요소들은 EU조약 개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은행동맹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릴 문제다. 유로존에 합류할 의사가 없는 영국 등 일부 EU국가들은 EU조약 개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은행동맹은 EU의 확대가 아니라, 유로존의 내부구조를 결정하려는 기획이다.

은행동맹은 유로존이 출범할 때 전제한 환상을 깨는 것이다. 가입과 퇴출 조건을 최소화한 통화동맹이 지속가능하다는 착각이다.

현실은 EU 회원국이면서 유로존은 가입하지 않는 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로존은 EU를 잠식하게 될 것이다.

유로존은 독자적인 은행동맹과 예산, 독자적인 정치동맹, 나아가 독자적인 단일시장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영국이 EU 탈퇴를 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로존에 회의적인 총리(데이비드 캐머런) 때문이 아니라, 15년 전 유로존 가입을 거부한 결정 때문이다.

"은행동맹은 유로존 탄생보다 더 큰 정치적 변화"

은행동맹은 55년전 유럽경제공동체(ECC)의 탄생 이후 유럽의 정치적 통합과 관련한 최대의 사건이다. 유로존의 탄생보다 더 큰 정치적 변화를 초래할 사건이다. 왜냐하면 은행동맹은 회원국들의 주권을 여러 차원에서 상당히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재정,경제의 조합이 잘 이뤄진다면 지속가능한 통화동맹을 위한 최소한의 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커다란 함정이 있다. 이런 과정에서 통화동맹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동맹은 지금 논의되는 방식으로는 현행 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유로존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는 스페인의 부실은행들을 위한 지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에 대한 직접 지원은 은행 부실로 정부의 재정위기가 심각해지는 악순환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정부 부채뿐 아니라, 스페인 내의 모든 부채에 대해 책임을 지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ECB가 유로존 위기국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역할을 하기에는 미흡하다. 유로존 붕괴를 초래할 리스크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은행동맹은 유로존을 지속가능한 체제로 만들자는 것이지만, 우선 유로존이 그 과정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