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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무제한 국채 매입'…당사국들 반응이 싸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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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무제한 국채 매입'…당사국들 반응이 싸늘한 이유

[분석] "가혹한 조건 완화 없이 구제금융 신청하라는 것"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위기에 대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발표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ECB는 유통시장에서 만기 1∼3년짜리 단기 국채를 중심으로 무제한 매입할 것"이라면서 다만 국채 매입에 투입한 자금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초래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태화' 조치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전면적 통화거래(Outright Monetary Transaction)'라는 명칭이 붙은 이번 조치는 다음 주말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진통 끝에 결정된 것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지속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무제한'이라는 '통큰 조치'가 아니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6일 유로존 위기국의 무제한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
국내외 증시 급등, 위기국 국채금리도 급락

ECB의 발표 직후 유럽과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 증시는 각각 4.91%, 4.31%로 폭등했고, 영국과 독일, 프랑스도 3% 안팎으로 급등했다.

뉴욕증시도 다우지수가 4년9개월만의 최고수준을 기록하는 등 3대 지수가 2% 안팎으로 올랐다. 7일 국내 코스피 지수도 2%가 넘는 급등세로 출발했다.

스페인의 국채 금리도 즉각 영향을 받았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는 지난 3일까지만 해도 이자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연 7%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ECB의 특단의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하락세를 보이다가 공개 발표가 나오자 급락해 6%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도 6%대를 오갔다가, 이번 조치를 앞두고 조금씩 하락하다가 5.3%대까지 하락했다.

'미봉책' '시간벌기' '반짝효과' 등 회의론 대두

하지만 이번 조치가 파격적인 측면이 있지만 '미봉책'이라든가 '시간벌기'에 불과하며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인 평가도 곧바로 나오고 있다.

국채매입을 제한없이 해주겠다지만, 국채매입을 해주는 조건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드라기 총재는 "국채 매입을 원하는 국가들은 먼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로안정화기구(ESM)에 요청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것은 결국 국채매입 자금을 지원하는 유럽의 공동구제금융기금에 요청하고 이에 따른 조건들을 협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존의 프로그램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즉 국채 매입을 요청한다는 것은 결국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것과 같다.

스페인 총리 "할 말 없다"

이때문에 정작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국채 매입을 요청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삼스럽게 더 할 말이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이탈리아에서도 국채 매입을 요청하면 더 가혹한 긴축을 조건으로 요구할 텐데,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지원 조건이 완화되기를 기대했던 나라들은 실망할 것"이라면서 "드라기 총재는 할 일을 다했지만, 더 이상은 반대에 부닥쳐서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이번 조치는 ECB 집행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정작 돈줄을 쥐고 있는 독일 중앙은행장 옌스 바이트만은 ECB집행위원으로서 끝까지 반대했고, 끝내 이 조치가 결정되자 집행위원을 사직하겠다며 반발했다.

또한 바이트만은 "ECB의 국채매입은 그냥 돈을 찍어서 회원국을 직접 지원하는 것과 같다"면서 "통화정책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돈줄' 쥔 독일 등 반발 여전

구제금융 자금 집행이 실제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때문에 드라기 총재는 국채 매입 시기도 밝히지 못했다.

오는 12일 독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유럽판 IMF기금으로서 임시 기구 성격인 EFSF를 대체할 5000억 유로 규모의 항구적 유로화안정기구(ESM)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 유로존 위기국에 대한 구제금융에 노골적으로 반대해온 네덜란드 총선 결과도 '무제한 국채매입'의 돈줄이 풀릴 수 있을지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가 정작 국채매입을 신청하는 순간, 그리스처럼 회복불능의 나락에 떨어지는 것을 자초하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로존 경제전망은 마이너스로 더 나빠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조치에 최대한의 시간벌기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면서 유로존의 경기침체를 막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국채 매입 발표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유로존은 이미 높은 실업률과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와 투자가 계속해서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은행들도 금융 및 경기 불안을 우려해 ECB로부터 지원받은 유동성의 대부분인 7700억 유로를 다시 ECB에 예치하고 있는 '자발적 불태화' 현상도 유로존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ECB는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도 올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0.6% 후퇴할 것으로 전망해, 소폭의 플러스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던 2개월전보다 더욱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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