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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 압승한 롬니, '빅버드'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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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 압승한 롬니, '빅버드' 부메랑

[분석] 롬니 지지율 2% 상승…"전세 뒤집기는 어려울 것"

미국 대선(11월 6일)을 한달 앞두고 지난 3일 밤 열린 첫 대선 TV토론에서 예상과 다른 장면이 연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토론의 달인'으로 불리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공화당 후보인 억만장자 밋 롬니보다 TV토론을 더 잘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바마는 내용은 떠나 1시간 30분간 진행된 토론에서 이미지로만 보면 '루저'였다.

10월 중 3차례로 예정된 대선 TV 토론 중 첫번째는 공영방송 PBS의 유명 앵커인 짐 레러가 경제분야 질문 3개를 포함해 건강보험개혁, 정부의 역할, 통치 등 모두 6개의 질문을 제시하고 각 후보가 제한된 시간 안에 자유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모든 질문에서 오바마는 롬니의 날카로운 공격에 수세에 몰린 모습을 보였다.
▲ 4일(현지사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콜로라도와 위스콘신 주 등에서 가진 유세에서 롬니의 거짓말을 집중 공격했다. ⓒAP=연합
"롬니, 첫 TV토론 직후 지지율 2% 상승"

그 결과 TV토론 직후 <CNN>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롬니는 오바마에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롬니가 잘했다"는 응답이 67%로 "오바마가 잘했다"(25%)를 압도했다. 양대 후보가 격돌하는 미 대선 TV토론 사상 한쪽이 60%를 넘긴 경우가 없을 만큼 롬니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다른 매체들의 여론조사에서도 롬니는 최소 50%에 가까운 호평을 받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지지율이 떨어져 절박한 롬니는 이번 토론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오바마는 준비가 덜 돼 있었고 열의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가 의외로 약한 모습을 보인 점에 대해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지내는 동안 프롬프터에 익숙해지고,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감각이 무뎌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토론에서 양 후보는 주로 '숫자'를 거론하는 공방을 펼쳤다. 그래서 이번 토론에 대해 시청자들은 비즈니스컨설턴트와 대학교수 간의 세미나 같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토론 자체는 지루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이번 대선 토론은 미국의 현재 모습이 어떤지 '숫자'로 엿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롬니는 오바마의 경제정책과 건강보험개혁 및 재정적자 문제 등 4년 동안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며 자신이 집권하면 미국을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으로 바꿔놓겠다고 강조했다.

롬니의 공격 중 압권은 중산층과 서민의 세금을 올리지 않았다는 오바마 정책에 대해 "지난 4년간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곤층이 늘었으며,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가구 당 소득이 평균 몇백만 원씩 감소했는데, 이게 바로 세금이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라고 지적한 것이다.

롬니는 미국이 43개월째 실업률이 8%대를 웃돌고 있으며 2300만명이 실업 혹은 구직 포기 상태에 있고, 미국인 6명 중 1명인 4620만명이 빈곤층으로 떨어졌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면서, 정권 교체의 당위성을 부각시켰다.

반면 오바마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정책인 '부자감세'를 주로 공격했다. 부유층 등에 대한 롬니의 감세 정책을 뜯어보면 감세 규모가 10년간 무려 5조 달러에 달해 국가 재정을 파산으로 몰고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롬니는 '5조 달러 감세'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해버려 오바마가 당황한 듯 제대로 반격을 가하지 못했다.

또한 오바마는 토론회 직전 롬니의 최대 악재가 된 망언 사건을 전혀 공략하지 않았다. 롬니는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는 국민 '47%'에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망언을 했는데, 오바마는 첫 토론에서는 방어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온 듯했다는 평을 받았다.

첫 TV토론에서 롬니는 <로이터> 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에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 2%가 상승하며 오바마의 지지율 격차를 5%로 줄이는 등 톡톡히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화당 측에서는 롬니가 전세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고무된 모습을 보였고, 일부 보수 성향 매체들도 지지율에서 앞서가던 오바마를 상대로 롬니가 다시 접전을 벌이게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CNN>은 "오바마 진영이 다음 토론회(16일, 27일)에서 강력한 반격이 예상된다"면서 대선 승부가 세차례의 TV토론으로 달라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롬니가 선전했지만, 전체 판도를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장면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토론에서 만난 롬니는 진짜 롬니가 아니다"

오히려 TV토론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가 토론에서 이기기 위해 거짓말까지 했다면서 공세를 퍼부었다. 5일 <BBC> 방송에 따르면 4일 콜라라도 덴버에서 가진 유세 연설에서 오바마는 "TV 토론에서 자신이 롬니라고 주장한 사람을 만났지만, 그가 롬니일 수 없다"면서 "진짜 롬니는 부자를 위해 5조 달러의 감세를 약속하고 돌아다닌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BBC>는 "사실 확인 결과 롬니는 20%의 감세와, 상속세 폐지 등을 약속했는데, 이것이 10년간 5조 달러의 세수 감소를 초래한다는 것은 맞다"면서 "공화당 측은 탈세 등 세정의 허점을 막아 세수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초당파적인 세정센터도 이런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롬니가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면, 국민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면서 "롬니의 감세 정책은 재정적자를 폭발적으로 늘리거나, 중산층에 떠넘기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롬니, '공영방송 예산 삭감 발언'으로 역풍

오바마는 롬니가 PBS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한 발언도 조롱했다. 롬니는 토론 도중 PBS의 유명 유아 프로그램 <세서미스트리트>의 대표 캐릭터 '빅버드'를 언급하면서 "나도 빅버드를 좋아하지만, PBS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금 삭감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빅버드에 엄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다"면서 "빅버드가 연방 재정적자를 급증시킨 주범인지 몰랐다"고 꼬집었다.

롬니의 '빅버드' 발언은 오바마의 비난 이외에도 상당한 역풍을 맞고 있다. 인터넷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롬니의 발언을 비꼬고 조롱하는 글과 사진이 넘쳐났다.

빅 버드가 '먹을 것이 필요해 일자리 구합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사진이나 '롬니가 나를 죽이려해요'라는 글이 쓰여진 빅 버드 사진이 온라인에 떠돌고 있다.

<PBS>도 4일 성명을 내고 "롬니가 지원을 끊겠다고 협박한 데 매우 실망했다"면서 "롬니는 공영방송의 가치와 성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공영방송에 대한 연방정부 투자는 전체 국가 예산 1%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ABC>방송은 롬니가 PBS 지원을 삭감하겠다면서 '빅버드'를 예로 든 것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세서미스트리트>는 제작비 대부분을 기업 후원과 제품 판매, 기부 등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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