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은 현역대통령으로서 대선을 두 달 정도 앞두고 야당 후보와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는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재선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이 잇따라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오바마가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일단 롬니는 전당대회를 통해 무감동의 이벤트에 그친 이후 지지율이 하락세인 반면, 오바마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점에서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보여준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17일(현지시간) 이른바 '국민 절반 쓰레기' 발언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갖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AP=연합 |
전당대회 이후 '5% 리드' 유지
특히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 12~17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율은 각각 48%, 43%를 기록했다. 이달초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5%가 넘는 차이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른바 '경합주' 10곳 중 9곳에서 오바마가 롬니에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고, 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20% 이상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때로는 미국의 대선 결과에 민감한 가까운 나라에서 어떻게 전망을 하고 있느냐가 더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18일 <가디언>은 "영국의 집권 보수당은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내부 '롬니보다 라이언이 낫다" 회의론 비등
신문은 "오바마는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 상승세를 타며 여러 경합주에서 조그만 차이나마 우세를 보이고 있어, 공화당 내에서 롬니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연설 원고 담당자였던 데이비드 프럼이 트위터에 쏟아낸 촌평들을 인용해 "롬니의 선거캠페인은 전달하려는 확실한 메시지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책 자체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롬니는 자신이 집권하면 오바마의 의료보험제도의 일정 요소들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당내의 호된 비난을 자초했다.
보수논객 에릭 에릭슨은 "오늘 선거를 치른다면 오바마가 이길 것"이라면서 "롬니는 정신분열적인 선거메시지를 늘어놓고 있으며, 지금보다 더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면, 차라리 부통령 후보인 폴 라이언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라"로 독설을 날렸다.
롬니 "정부에 의존하면서 세금 한 푼 안내는 국민들이 오바마 지지세력"
여기에 롬니에게 '몰래 카메라 동영상'이라는 악재도 터졌다. 비공개 선거자금 모집행사에서 촬영된 이 동영상에서 롬니는 "오바마는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47%의 미국인들의 지지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또한 롬니는 "이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보살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의료보험과 먹을 것, 주택 등 모든 것을 지원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으면서, 세금은 전혀 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롬니는 "이런 사람들을 걱정하는 게 내 일이 아니다"면서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봐야 한다고 설득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동영상은 진보성향 잡지 <마더존스>의 웹사이트에 올려진 후 트위터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동영상은 가뜩이나 공화당 내에서 대선 패배를 우려하는 시기에 롬니 선거캠프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캠프의 짐 메시나는 "국민의 절반에 대해 무가치한 사람들로 경멸스럽게 취급하는 사람이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으로 복무하기는 힘든 일"이라고 꼬집었다.
롬니는 "기존에 한 말들을 점잖게 표현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역풍이 확산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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