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모든 것을 정부에 의존하는 자들이며, 이들은 나에게 투표하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묘사한 동영상 제 1탄이 폭로돼 휘청거리고 있는 롬니에게 다시 타격을 준 2탄에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겉다르고 속다른" 롬니의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추가 공개된 2탄 동영상에서 롬니는 중동의 평화를 추진하는 정책이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이른바 '두 국가 체제'를 수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
▲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대권의 꿈은 멀어진 것인가? '국민 폄하 동영상' 폭로로 17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롬니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이스라엘이 양보하길 요구하는 것은 최악의 아이디어"
롬니는 "팔레스타인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평화로운 상태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제거하기를 염원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해법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롬니는 "이스라엘이 '두 국가 해법'을 위해 점령지역을 양보하도록 만들려는 것은 정말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동안 롬니는 공개석상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팔레스타인의 협상대표 사에브 에레카트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들이 평화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롬니의 발언은 틀렸다"면서 "이스라엘의 점령 상태를 유지하길 원하는 자들만이 팔레스타인들이 평화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는 법"이라고 반박했다.
이란과 북한에 대한 롬니의 언급이 담긴 비디오 클립도 추가 공개됐다. 롬니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미국이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북한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은 목소리만 크고 아주 작은 채찍(강경책)을 들고 있다"면서 "따라서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발표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되려면,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고 해야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의 동영상 파문이 화제가 되자 직접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18일(현지시각) 오바마 대통령은 유명 심야 TV 토크쇼인 <데이비드 레터맨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면 특정 집단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면서 "미국인의 47%를 패배자로 묘사한 롬니의 발언은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또한 오바마는 "나는 지난 2008년 대선 때 나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배운 한 가지는,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롬니가 "나에게 투표하지 않고 오바마에게 투표할 그들을 걱정해주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다"고 말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5만 달러 참가비 낸 후원자가 몰카 촬영?
이번 동영상이 공개된 과정도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이 동영상이 만들어진 것 자체가 의외다. 지난 5월 17일 공화당을 후원하는 30여 명의 부자들이 1인당 5만 달러(약 5600만원)나 내고 플로리다 주에 있는 한 부호의 저택에 모인 비공개 기금 모금 만찬 자리에서 롬니가 참석자들과 대화를 했는데, 후원자라는 참석자 중 누군가 몰래 촬영을 해 트위터에 올렸다.
그런데 민주당 출신으로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의 손자 제임스 카터가 특정한 직업 없이 자칭 '민주당 연구가'로서 롬니에 대한 관련 자료를 뒤지다가 문제의 동영상 클립을 발견하고, 진보성향의 <마더존스>라는 잡지에 제보했다.
<마더존스>는 이 동영상을 지난 17일 홈페이지에 올렸고, 동영상은 즉각 트위터와 유튜브 등으로 급속히 유포됐다. 또한 '몰카' 촬영자는 카터에게 동영상 전체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자 중 연방소득세 낼 형편 안되는 사람 많다"
이번 동영상 파문은 롬니의 본선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화당을 지지해온 유명 보수논객들도 공개적으로 롬니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수 성향 <위클리스탠더드>의 발행자 윌리엄 크리스톨은 "롬니가 건방지고 어리석은 발언들을 했다"면서 "롬니는 그를 반대하는 민주당원들 뿐 아니라, 은퇴 후 소득이 적어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게 됐지만, 여전히 공화당을 지지하는 나이 든 사람들을 포함해 그에게 투표할 수천 만 명의 유권자도 경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개탄했다.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린다 맥마흔(코네티컷)과 스콧 브라운(매사추세츠) 등 공화당 후보들도 "복지의 혜택을 받은 미국인 대다수는 정부의 지원에 의지하길 원했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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