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 대상국 중의 하나다.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노동력이 풍부하고, 무엇보다도 북한은 지하자원의 보고다. 북한의 지하자원에 대한 전문 기관의 평가에 의하면, 철광석을 비롯한 8가지 광물자원 매장량이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풍부하고, 중국이 무기화했던 희토류 등 희귀 금속도 다량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2011년 기준으로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세계 3위, 흑연 및 중석 각각 4위, 아연 5위, 희토류 6위, 철광석 10위의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북한의 자연 자원 매장량의 잠재 가치는 10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만하면 많은 나라가 군침을 흘릴 만하지 않은가. 북한에서 가장 잠재 가치가 높은 광물은 석탄으로 3조5000억 달러 수준이며, 우라늄도 140억 달러 규모라고 한다. 이렇듯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북한의 광물 생산량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10년 석탄 광산의 가동률은 44.2퍼센트였고 철광석은 37.7퍼센트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생산 능력에 비해 생산 실적이 적은 것은 광산 장비의 노후화, 전력난 등이 주된 요인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같이 북한의 자체 개발 능력이 뒤떨어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외국 기업이 끼어들 여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북한에 우호적으로 행동한다면, 박 대통령의 말과 달리 많은 외국 기업들이 북한으로 달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대 중국 자원 수출 증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이 재작년에는 무연탄 생산량의 43.8퍼센트, 그리고 철광석 생산량의 49.3퍼센트를 중국에 수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북한 경제 협력이 줄어들면 북한은 더욱더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며, 남북 통일은 그만큼 더 어려워질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설령 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기업들이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에 적극 투자한다고 해도 북한의 경제 성장이나 북한 주민의 생활 수준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지구촌의 경험이 이를 여실히 보이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자연 자원이 풍부한 나라(자원 부국)는 경제적으로도 부유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면, 나이지리아는 지난 30여 년간 석유 수출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음에도 1975년부터 200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은 15퍼센트 이상 하락하였고, 극빈자(하루 1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사는 사람)의 수는 4배 늘어났다.
수많은 후진국이 자연 자원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아프리카 수출 소득의 3분의 1이 자연 자원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가 익히 들었듯이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중남미, 그리고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가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연 자원은 사회적 갈등의 원천이 된다. 그래서 "자연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있는데, 자연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이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하여 낮은 성장률과 높은 빈곤율에 시달리는 현상을 말한다. 한 나라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광산촌과 어촌은 가난한 동네의 상징이다.
▲ 개성공단 전경. ⓒ통일부 |
왜 자연 자원의 저주가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풍부한 자연 자원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원 부국의 정부는 일종의 로열티를 받고 외국 기업에 자연 자원의 개발권을 공여한다. 정부는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된다. 위정자의 입장에서 보면, 천혜의 자연 자원은 국민의 지지 없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손쉬운 수단을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중동의 산유국들처럼 자원 부국들은 대부분 무자비한 독재국가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자연 자원의 수출로 획득한 막대한 부가 경제 성장을 위한 기반 마련에 쓰이지 않고 주로 군대를 양성하고 정권과 기득권 계층을 유지하는 데에 이용된다. 자연 자원으로부터 얻은 부가 나쁜 정부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만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 머니를 사치와 무기 구입 및 부동산 투기에 쓰지 않고 경제 발전과 국민의 복지에 썼더라면 사우디의 국민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잘살게 되었을 것이라고 경제학자 스티글리츠 교수는 말한다. 국민은 정부가 자연 자원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이익을 착복하는지조차 잘 모른다. 자원 부국의 국민은 대체로 정치에 무관심하다. 그래서 '독재-국민의 무관심'의 악순환이 형성된다.
설령 자연 자원으로부터 벌어들인 돈을 국내에 투자한다고 해도 효율적으로 이용되지 못하기 십상이다. 자연 자원은 천혜의 자원이기 때문에 그 자원의 개발권을 외국 기업에 넘기고 받는 돈은 일종의 불로소득(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지대)이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쓰기 마련이다. 기업과 정치권이 짜고 비효율적인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다. 만일 산유국들이 오일 머니를 국내에서 어설프게 투자하지 않고 차라리 뉴욕이나 런던의 주식시장에 투자했으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는 스티글리츠 교수의 진단은 그만큼 산유국들이 비효율적으로 투자했음을 의미한다.
자연 자원의 저주가 후진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네덜란드가 그 전형적인 예다. 1970년대 북해 유전의 개발이 잘나가던 네덜란드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으면서 대량 실업을 낳았다. 석유 및 천연가스의 수출로 말미암은 막대한 외화가 국내로 유입되자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자연 자원 개발 부문은 노동 집약적이 아니므로 자연 자원의 수출 증가가 실업률을 오히려 높인다. 자연 자원의 수출 증가가 경제 성장의 독이 되는 꼴이다. "더치 병(Dutch disease)"으로 알려진 이런 현상은 후진 자원 부국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석유 수출 붐이 일기 전 나이지리아는 주요 농산물 수출국이었지만, 오늘날 농산품 주요 수입국이 되어 버렸다. 베네수엘라가 주요 석유 수출국이 되기 전에는 질 좋은 초콜릿의 주요 수출국이었다. 네덜란드처럼 이 두 나라에서는 주요 자연 자원의 수출이 경제의 다른 부문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되었다.
물론, 자연 자원의 저주가 회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비록 소수이지만, 천혜의 자원을 잘 관리해서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과거의 수많은 전례와 정황에 비추어 보면, 특히 북한은 자연 자원의 저주에 걸리기 딱 알맞은 나라다. 빈곤의 덫에 걸려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나라요, 위정자들은 정권 유지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자연 자원의 저주에 걸리는 것은 우리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수많은 자원 부국에서 그랬듯이 북한의 독재 정권이 공고화되고, 북한 주민의 생활은 계속 비참해지며, 민주화의 전망도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통일도 멀어지고 남북한 긴장은 계속되면서 우리도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므로 북한이 자연 자원의 저주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 자연 자원의 저주를 직시하면서 남한과 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한다면, 천혜의 북한 자연 자원을 남북한 경제 성장과 남북한 국민의 전반적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해서 사용하는 방안의 마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개성공단 문제의 매듭을 짓고 우리 선조가 물려준 귀중한 자연 자원을 남북한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한 발판 마련에 한층 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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