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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과, '추석 대회전' 서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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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과, '추석 대회전' 서막 올랐다

[이철희 칼럼] '안철수 현상'에 버벅거리는 朴·文, 해법은?

운일까? 지난 19일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아집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예상과 달리 민주당 혁신의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일상의 덫'에 빠져 있다. 때문에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일종의 어부지리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운이 따른 것이다.

그런데 구도효과일 수 있다. 지금의 민심은 '이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변화(change)가 이 시대 보통사람들의 간절한 열망이다. 안 후보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사실 존재 그 자체로 변화를 상징했다. 정당정치를 비롯해 기존의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더라면 '안철수 현상'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은 변화를 원하는데, 누구보다 변화를 강하게 상징하는 후보가 안철수다.

박근혜 후보는 보수의 변화를 상징한다. 2004년 '차떼기당'의 오명 앞에 쓰러질 듯한 한나라당을 살려냈다. 그 이후 연이은 선거 승리로 앞선 두 번의 대선 패배(1997년과 2002년)로 열패감에 젖어 있던 지지층, 보수의 기를 살려냈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도 그는 홀연히 등장해 기적 같은 승리를 지지층에게 안겨주었다. 뿐인가. 정책적으로도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표방하면서 시장보수의 실패를 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박 후보에게는 개혁적 보수의 정체성이 살아있다고 하겠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이런 박 후보가 역사인식을 둘러싼 논란에서 휩싸이면서 허둥대고 있다. '유신공주'가 단지 이미지가 아니라 가치관으로 비쳐지면서 시대흐름과 심하게 어긋나고 있다. 현기환 전 의원의 공천비리 의혹, 홍사덕 전 위원장의 100만 달러 수출을 위한 유신 발언,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협박 발언, 홍사덕 전 위원장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 송영선 전 의원의 금품 요구 의혹 등도 박 후보의 개혁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

박 후보의 역사인식은 지나간 과거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광해군을 어떻게 보느냐는 그의 자유다. 하지만 정치세력을 이끄는 대표이자 대통령 후보로서 현대사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느냐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가늠케 해주는 핵심 지표다. 헌법수호의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쿠데타를 용인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다. 이는 반공과 반칙에 물든 낡은 보수의 틀을 깨지 않겠다는 수구 선언으로서 그동안 보여준 개혁적 스탠스를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등장 역시 변화를 의미한다. DJ와 호남으로 대표되던 민주당의 정체성에 도전해 가치와 지지기반의 확장을 이뤄낸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는 현 정부의 탄압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결국 정치적 상징으로서 노 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내건 이명박 정부, 보수의 대척점에 서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문 후보이고 보니 당연히 변화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의 출범 이후 친노 세력은 당의 주류가 됐다. 한명숙-이해찬 대표로 이어지면서 당권을 장악했다. 그런데 세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첫째는 전면에 나선 이들이 새 시대를 이끌 새 인물이 아니라 친노 중에서도 낡은 인물(old guard)이라는 점이다. 마치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리는 격이다. 둘째, 이들은 총선에서 패배를 '만들어냈다.' 지기도 어렵다던 총선에서 그들은 인물혁신을 해내지도 못했고, 기왕에 주창하던 복지 아젠다도 실종시키는 등 허둥대다 패배를 자초했다. 셋째, 담합으로 변화를 가로막은 것이다. 총선에서 패배했으면 새로운 얼굴을 앞세우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도리인데, 그들은 도리어 담함을 통해 낡은 질서를 유지시켜버렸다.

대선후보는 야당의 리더다. 야당이 야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야권 전체의 리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시기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은 강한 리더십, 즉 단호하게 이끌어가는 것이다. 대선후보로서 문재인은 인적 혁신을 통해 '문재인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새로운 체제를 통해 문재인 브랜드를 내외에 천명해야 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도자라면 인간적 연고보다 공적 판단을 중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후보 선출 이후 문 후보가 보인 리더십은 밋밋하다. 야권 지지층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새누리당의 후보나 민주당의 후보나 모두 변화를 상징·표방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변화를 체감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구도에 존재 그 자체로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등장했으니 민심이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안 후보에게는 세력이 없다. 그러니 그 세력을 변화시켜야 할 부담도 없다. 이런 구도를 잘 알고 있는 듯 그는 '새정치'를 출마의 화두로 들고 나왔다. 메시지를 여러 개 병렬시키지 않으면서 이 하나에 집중했다. 이러니 구도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박 후보가 계속 버벅대고, 민주당의 문 후보가 주춤거리면 안 후보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변화에 대한 찬반 구도라면 안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 기존 정당들이 아무리 안정을 외치면서 아마추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려 해도 당분간은 먹혀들기 힘들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워낙 깊고 넓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정당 대 시민의 구도가 박 후보나 문 후보에게 불리한데, 여기에 변화에 대한 찬반 구도가 더해진다면 안 후보의 강세는 더 짙어질 것이다.

박 후보가 오늘 터닝을 시도했다. 사실 역사인식 등 제반 문제를 한꺼번에 털고 가는 건 누가 봐도 불가피했다. 지지율 하락이 적지 않은데다, 안 후보가 다시 우클릭하면서 중도보수가 그에게로 쏠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늘의 '수위 높은' 사과로 그의 지지는 상당히 복원될 것이다. 앞으로 선대위 구성에서 친박까지 뒤로 물린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문제는 문 후보다. 안 후보의 등장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특히 젊은층이 대거 안 후보에게 몰려가고 있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20~30대는 야당, 50~60대는 여당'의 구도가 야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20~30대는 안철수, 50~60대는 문재인'의 구도로 나타나고 있다. 위험한 징후다. 이런 흐름이 장기화되면 낡음(oldness)의 굴레가 덧씌워질 것이다. 게다가 만약 문 후보가 안정을 들고 나온다면 2008년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가 오바마와의 대결에서 그랬듯 후보단일화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이다.

문 후보는 변화의 상징성을 대폭 강화시켜야 한다. 변화 정체성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안 후보에게 변화 상징성에서 밀리지 않을 때 그가 지닌 장점, 즉 정당 기반이나 국정경험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의 경선에서, 그리고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한 것은 그가 새로움(newness)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문 후보가 선택할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추석이 여론흐름의 분수령이다. 남녀노소, 보수와 진보가 함께 모여 담소를 나누면서 여론이 걸러지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추석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확인한 이후 나타난 여론흐름은 일상적 시기와 달리 안정성 있는 추세이기 쉽다. 또 단일화 시점이 멀지 않았기에 주목도가 대단히 높은 여론흐름이 될 것이다. 따라서 추석 후 10월 초순에 드러나는 지지율 구도는 대단히 중요하다. 후보들은 일단 여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비춰보면 누구의 아젠다가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지가 핵심 포인트다. 박 후보의 역사인식 전환이 될지, 문 후보의 민주당 혁신이 될지, 안 후보의 새정치의 골자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구의 어젠다가 추석 국면에 득세하느냐에 따라 승기를 잡는 사람이 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 있으니 결과는 각자 하기 나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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