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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피살, '제2의 9.11 사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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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피살, '제2의 9.11 사태'인가?

[분석]대선 앞둔 오바마 당혹 또는 회심의 미소?

9.11 테러사태 11주년인 11일 리비아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발생한 무장세력 피습사건으로 크리스 스티븐스 주 리비아 대사까지 살해당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진상을 감추고 있다가 뒤늦게 밝힐만큼 충격적인 사건이다.

12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에 있는 미 총영사관이 무장 세력의 습격을 받아 스티븐스 대사를 포함해 4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미 대사가 공무수행 중 피습으로 숨진 것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 대사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됐다 사망한 이후 33년만에 처음일 정도로 극히 드문 일이다.

스티븐스 대사는 리비아에서 독재자 카다피가 몰락한 이전부터 현지 외교관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5월 대사로 진급해 리비아에 부임한 지 4개월만에 참변을 당했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함께 리비아 공관 피습사건에 대해 국무부 직원들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AP=연합

9.11 테러처럼 '미국 주권 영역' 또 강타?

이번 사건은 인명 피해 규모보다 지난 2001년 미국 본토가 강타당한 9.11 사태 이후 또다시 '미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일 가능성이 짙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게다가 정확히 11일에 이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결코 '우연히' 날짜가 겹쳤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사건 당시 무장 세력 수십 명이 공중에 총을 발사하며 영사관에 난입했고, 건물에 불을 지르고 성조기를 찢었으며, 영사관 쪽을 향해 로켓추진 수류탄도 발사돼 공관 내부가 화염에 휩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번 사건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모욕한 동영상 때문에 분노한 무슬림들이 총영사관에 보복하는 사건처럼 비쳐졌다.

미 정부, 알카에다 연계된 테러 사건 가능성에 무게

하지만 현재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9.11 테러 사태를 일으킨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관된 '복잡하게 계획된 테러'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영상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무슬림의 분노를 자극한 측면도 있지만, 최소한 리비아에서 벌어진 사건은 오래 전부터 거사일까지 11일로 맞추고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문제의 동영상은 무슬림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최근에 자막이 붙여졌지만, 이미 7월부터 영어로 된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려졌으나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이 동영상은 이미 지난해 제작된 영화 '순진한 무슬림들'의 예고편 성격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샘 바실이라는 이스라엘 태생의 미국인 부동산업자가 반이슬람 영화를 만들겠다고 모금운동까지 벌여 3개월만에 조잡하게 만든 것으로 바실 스스로 "종교영화가 아니라, 정치적 영화"라고 할 만큼 일방적으로 이슬람과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무함마드를 혼외정사로 태어난 '바보''바람둥이' '거짓 선지자' '등으로 조롱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따라서 이 영화를 명분으로 이번 사건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 정보위원장도 "의심할 여지 없이 이는 사전 모의된 것"이라면서 "이번 공격은 군대나 특공대 방식으로 군이 개입됐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명확한 목표물을 겨냥해 치밀하게 계획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아랍권 반미시위 확산 조짐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의 대응을 두고도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 대선이 두달도 안남은 상황에서 그동안 대외정책이 선거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다가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정책에서 실패했다는 공화당의 공세에 시달릴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당혹한 나머지 정확한 사건 경위도 뒤늦게 밝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밋 롬미 공화당 대선후보는 오바마가 중동에 대해 유약한 모습을 보여 외국에서 대사까지 피습을 받아 죽는 사태가 생겼다고 즉각 맹비난하고 나섰다.

오바마로서도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독재자들을 몰락시키고 중동의 민주화에 성공했다고 자부했다가, 이들 나라에서 이슬람 정치세력이 득세하면서 오히려 지금 중동 전역에서 반미 시위가 확산되는 상황이 벌어져 대선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

리비아 미 공관이 피습을 받은 11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이끈 시위대 3000여 명이 미 대사관을 에워싸고 일부는 대사관 담장을 넘어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격렬한 반미시위를 벌였다.

카이로 주재 대사관 직원들은 시위가 예상됨에 따라 일찍 퇴근해 시위대가 대사관에 난입했을 때에는 근무자가 거의 없어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12일에는 '아랍의 봄'의 진원지 역할을 한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도 미 대사관 앞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반미시위가 벌어지는 등 아랍권에서 반미시위가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의 영화를 제작한 바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슬람교는 암과 같은 혐오스러운 종교"라고 노골적으로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가, 리비아 사건에 위협을 느껴 현재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롬니, 국가적 비극에 '선거용 비난'으로 역풍 맞나

반면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국면 전환의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롬니는 이번 사건에 대한 성급한 대응으로 대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신문에 따르면, 롬니는 해외주재 미 대사가 살해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으면 초당적인 정치가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선거용 사건으로 성급하게 다룬 발언을 했다.

또한 이번 대선은 국가안보 위기 문제가 터져도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이 유리한 상황이라면서, 그 이유는 공화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무리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대외정책면에서도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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