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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11주년에 중동 자극한 미국의 이슬람 모욕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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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11주년에 중동 자극한 미국의 이슬람 모욕 영상

리비아 美 영사관에서 직원 1명 사망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내용의 아마추어 영상이 미국에서 제작돼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중동에 있는 미국 외교 공관이 공격 받아 1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사건이 벌어진 날은 9.11 테러가 벌어진지 1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리비아의 제2도시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에는 자동 소총과 로켓추진식 수류탄으로 무장한 시위대가 공격을 가했다. 시위대들은 허공에 총을 발포하며 몰려들어 영사관에 불을 질렀고, 미 국무부 소속 공관 관리 1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영사관을 지키는 미국 경비원들도 자신들의 무기를 발포하며 대응했고 뒤이어 도착한 리비아 치안군이 시위대와 교전을 벌였다.

지난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 이후 미국 외교 공관이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내전을 겪었던 리비아에서는 여전히 길거리에 무장세력이 득세한 상태다. 무장단체 중 하나인 '안사르 알샤리아'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빨리 무함마드 모욕 동영상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던 이집트의 미국 대사관도 시위대들의 분노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대사관을 둘러싼 2000명의 시위대 일부는 밤이 되자 대사관 벽을 넘어 침입해 성조기를 훼손하고 '알라 외에 신은 없으며 무하마드가 신의 메신저다'라고 적힌 검은 깃발을 대신 걸기도 했다.

▲ 11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시위대들이 몰려들어 성조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제의 영상, 이스라엘계 미국인이 만들어

이번 사태는 '무슬림들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이라고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14분가량의 영상 예고편이 이집트 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촉발됐다.

이 영상은 무슬림들이 이집트 기독교인 가정에 침입해 약탈과 방화를 할 때 이집트 군인들이 수수방관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상은 또 무함마드를 희화화하는 장면도 포함하고 있는데, 무함마드는 영상에서 혈통이 불분명한 어린시절로 시작해 어릿광대·바람둥이·동성애자·어린이 성추행자·탐욕스럽고 피에 굶주린 불량배로 묘사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에 올린 이는 캘리포니아주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52세의 이스라엘계 미국인 샘 바실로 알려졌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은 암덩어리"라고 비난하면서 이번 영상 제작에 100명의 유대인이 5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던 이 영상이 국제적 주목을 받은 건 플로리다의 대표적인 보수 목사 테리 존스가 적극 홍보하고 나서부터다. 9월11일을 '국제적으로 무함마드를 심판하는 날'로 정하자고 주장하는 존스 목사는 11일 성명에서 이 영상이 "미국 작품으로, 무슬림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이슬람교의 파괴적인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또 무함마드의 삶을 풍자적으로 그렸다"라고 밝혔다. 존스 목사는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벌어진 시위에 대해 무슬림들이 "무함마드를 벗어난 어떤 것에 대해서도 관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이슬람교가 "완전하게 기만적"이라고 비난했다.

존스 목사는 2010년과 2011년 자신의 교회에서 코란 사본을 불태워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망자까지 발행한 폭동을 유발한 바 있다. 그는 또 오바마 대통령을 닮은 인형의 목을 매다는 퍼포먼스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슬람 모독 영상, 무슬림들의 미국에 대한 분노 다시 자극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리비아 국무부 소속 직원 1명이 숨진 사실을 확인하면서 폭력사태를 비난했다. 그는 "누군가는 이런 증오에 찬 행위를 인터넷에 올라온 선동적인 영상에 대한 대응이라고 정당화한다"며 "미국은 나라 내부에서 다른 이들의 종교적 신념을 폄하하는 어떤 노력에도 개탄하지만 확실히 할 것은 이런 종류의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의 대이란 정책을 대표적인 대외정책 실패 사례로 비난하던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중동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 역시 공격거리로 삼았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첫 반응이 미국 외교관을 향한 공격에 대한 비난이 아닌, 공격한 이들에 대한 동정이었다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벤 라볼트 백악관 대변인은 "리비아에서 우라의 외교 관료 중 한 명이 비극적인 사망한 와중에 롬니가 정치적 공격을 선택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맞받아쳤다.

호스니 무바라크 축출 이후 이집트 정계를 장악한 보수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은 미 정부가 영상에 관여한 "미치광이"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은 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이러한 사태가 미국과 이슬람 세계 사이의 유대관계를 손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시위는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폭력은 이슬람교를 증오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공격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9.11 테러 11주년을 맞은 날 중동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는 최근 중동 국가들을 휩쓴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사라지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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