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는 부동산 거품 붕괴로 금융권의 연쇄파산 위기를 막기 위해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최대 지방정부까지 구제금융이 아니면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30일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지난 28일 카탈루냐가 50억 유로(약 7조 원)의 구제금융이 필요하고 밝힌 다음날 무르시아 지방정부도 7억 유로(약 1조원)의 구제금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앞서 35억 유로(약 5조 원)의 구제금융을 요청한 발렌시아를 포함해 스페인 지방정부 17개 중 3곳이 구제금융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 마리아노 라호히 스페인 총리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총리관저 밖으로 나서자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있다. 이날 라호이 총리는 전면적 구제금융을 피하기 위한 대책 논의를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 헤르만 반롬퍼이 유럽연합 상임의장을 만났다. ⓒAP=연합 |
200조 원의 부채에 허덕이는 지방정부
스페인에는 17개의 준 자치 지방정부가 있으며, 이들 지방정부는 예산과 지출을 자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 지방정부들은 모두 1450억 유로(약 206조 원)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그 중 360억 유로(약 51조원)는 올해 상환해야만 한다.
현재 상당수 지방정부들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더 이상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태다. 국가 전체가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지방정부도 동반 침체에 빠지면서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스페인의 경제는 올해 2분기를 포함한 지난 12개월 사이에 1.3%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년간은 1.5%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르투갈' 규모의 카탈루냐의 구제금융 신청에 '뱅크런'
특히 카탈루냐까지 구제금융을 달라고 중앙정부에 손을 벌린 상황으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카탈루냐는 스페인 최대경제도시 바르셀로나가 있는 지방정부로 스페인 경제의 20%나 차지하며, 경제규모로 보면 포르투갈과 비슷하다.
카탈루냐의 부채 규모도 420억 유로(약 60조 원)로 포르투갈과 비슷하다. 포르투갈은 이 정도의 부채를 갚기 힘들어 결국 유로존에서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가 됐다.
'포르투갈' 급인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구제금융을 요청할 처지가 되자, 스페인 금융권에서는 개인과 기업들이 은행 계좌에서 예금을 앞다퉈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한달 스페인 은행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 100조 원이 넘었다. 스페인 은행계좌에 있는 예금의 5% 정도가 한달 사이에 빠져나간 것이다. 이런 추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스페인이 은행에 대한 특별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이후에 뱅크런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스페인은 은행권에 1000억 유로(142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유럽연합(EU)과 합의했다. 하지만 지방정부 위기까지 불거지면서 스페인 금융권에 대한 불신은 오히려 더 높아진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카탈루냐의 구제금융 신청과 금융권의 뱅크런으로 스페인이 국가 차원의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정부가 한사코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피하려는 것은, 가혹한 긴축을 요구받는 등 경제주권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한 곳만 틀어막으면 될 것이라면서 부분별 구제금융을 받는 차원으로 과연 스페인의 부채위기가 수습될 수 있는 상황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도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스페인 국민을 위해 전면 구제금융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면적인 구제금융 이외에 스페인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을 막아 줄 유일한 대안으로는 유럽중앙은행(ECB)가 시장에서 직접 국채를 매입해주는 정책이 거론되고 있다.
<AP> 통신은 "현재 시장은 유럽중앙은행이 스페인 등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직접 매입해주는 프로그램이 채택되길 기대할 뿐"이라고 전했다.
카탈루냐 "정부 구제금융 기금, 원래 우리 돈"
한편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스페인의 부채위기가 지역갈등도 증폭시키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카탈루냐처럼 잘 사는 지역은 자기들끼리 독립해도 잘 살 수 있다면서 완전한 자치를 요구해 왔는데, 국가 재정위기로 이런 요구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카탈루냐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조건없이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지방정부 지원기금이 거의 전부가 카탈루냐가 이전해준 돈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스페인 정부는 지방정부 연쇄 파산위기가 불거지자 카탈루냐에 도움을 요청했고,카탈루냐는 일단 170억 유로(약 25조 원)을 중앙정부에 제공했다. 그런데 스페인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지원기금 규모는 카탈루냐가 준 돈에 불과 10억 유로(약 1.5조 원) 얹은 것에 불과했다.
그러니 카탈루냐 측은 "우리가 달라는 자금은 원래 우리 것"이라면서 "다른 지방정부에게 요구하는 추가적인 긴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때문에 구제금융 기금 문제를 계기로 지난 2010년 7월 카탈루냐에서 벌어진 자치 요구 시위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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