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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청년 폭동' 1년만에 프랑스에서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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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청년 폭동' 1년만에 프랑스에서 재연

[진단]올랑드, 취임 100일만에 "정권교체 무용론' 비난 직면

유럽 전역에 경제위기의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영국 런던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청년 폭동이 일어난 지 꼭 1년만에 프랑스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취임한지 100일 밖에 안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 사건에 화들짝 놀라 여름 휴가를 중단하고 긴급히 상황 파악에 나섰다.

올랑드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면서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전임 사르코지의 긴축일변도의 정책에서 탈피해, 자신은 성장과 실업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공약으로 17년만에 우파 정부를 물리치고 좌파 사회당 정권을 창출했으나, 사르코지보다 취임 초기 지지율 하락세는 오히려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14일(현지시간) 전날 밤 사이에 프랑스 북부 도시 아미앵에서 일어난 청년 폭동으로 불탄 채 방치된 차량이 덩그러나 서있다. ⓒAP=연합
150여명 청년들, 닥치는 대로 곳곳에 불 지르고 격렬한 저항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청년 폭동은 프랑스 파리에서 120㎞가량 떨어져 있는 북부 도시 아미앵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한밤중에 약 150명의 청년들이 닥치는대로 불을 질러 도시 곳곳에 불길이 치솟는 사태가 벌어졌다. 폭동에 가담한 청년들은 대부분 알제리·모로코·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지역 출신 이민자들의 2세들로 알려졌다.

약 100명의 경찰이 이를 막으려 투입됐지만 청년들이 경찰의 진압에 저항하며 돌을 던지고, 공기총까지 쏘면서 경찰관 17명이 부상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아미앵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즉시 휴가를 중단한 채 내무장관을 현장으로 급파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하라고 지시하는 등 이번 사태에 매우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방도시에서 일어난 폭동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배경에는 이번 폭동이 자칫하면 영국처럼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파 정권 때의 청년 폭동 사태 반복되나

15일 <뉴욕타임스>는 "아미앵 폭동이 계속되거나 확산된다면, 기록적인 실업사태와 지지부진한 경제성장 속에서 올랑드가 직면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임 사르코지 대통령 집권 때에 벌어진 청년 폭동에 대한 악몽도 있다. 지난 2007년 때는 수도 파리 외곽 빈민가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파리까지 위험해진 일이 있었다.

앞서 사르코지가 내무장관으로 있던 2005년에도 파리 인근 빈민가에서 비슷한 폭동이 일어나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한달 동안이나 소요가 지속된 사태도 있었다. 2005년 폭동 때는 2명이 죽고 체포된 시위자가 3000명에 육박하고, 2억 유로(약 28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우범지역으로 지정해 단속 강화한 것이 발단

특히 올랑드 대통령은 취임 후 전국에서 아미앵 등 15개 지역을 우범지역으로 지정하고 단속을 강화한 뒤에 이번 사태가 벌어지자 당황해 하고 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아미앵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12%에 달하고, 특히 15~24세 청년실업률은 23.3%에 달한다.

아미앵은 프랑스 최대 고딕성당인 아미앵 대성당과 아미앵 국제영화제 등으로 알려진 '역사와 교육의 도시'로 불리지만, 아미앵 북부지역은 가난한 이민자들이 몰려 살고 있다.

이번 사태도 이 지역이 우범지역으로 지정돼 검문검색이 강화되면서 벌어졌다. 지난 주말 오토바이을 타고가다 경찰의 불심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청년이 사고로 숨지면서 동네 청년들이 과잉진압에 항의하면서 폭동으로 번진 것이다. 지난 2005년, 2007년 때도 비슷한 사건이 계기가 돼 폭동이 일어났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반복된 것이다.

"범죄 문제로 치부하는 인식, 정권 바뀌어도 똑같아"

이번 사태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입장도 사르코지 때와 다르지 않다. 올랑드 대통령은 아미앵 사태를 언급하며, "치안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면서 "안보는 우선 과제일 뿐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예산에 헌병대와 경찰 지원을 위한 추가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아미앵 현장을 다녀온 마뉘엘 발스 내무장관도 "경찰을 향한 공격과 공공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강경한 대처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일환으로 프랑스 치안당국은 30명에 불과했던 아미앵 경찰의 야간 순찰조를 250명까지 대폭 늘리고 물대포도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같은 사회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아미앵 사태를 '범죄문제'로 치부하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인식은 똑같다는 것이다.

사회당 소속인 질 디마이 아미앵 시장은 "청년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은 이 지역에 만연한 청년 실업 문제와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 등 뿌리깊은 사회적 문제가 더 큰 원인"이라면서 "오랫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에서 청년 폭동은 이제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청년 폭동이 일어난 요인으로 꼽히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곳이 한 두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 폭동은 유럽의 '시한폭탄'

요즘 유럽 주요국들의 경제는 그야말로 제자리걸음이거나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이라는 독일만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프랑스는 지난 2분기 0% 성장을 기록하면서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전체로보면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유로존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 1분기에는 제로 성장이었다는 점에서 유로존 전체가 침체로 빠져든 것이다.

특히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키프러스, 아일랜드 등 재정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구제금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무성한 6개국은 청년 폭동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분기에 스페인은 전기 대비 -0.4%, 이탈리아는 -0.7%라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고, 그리스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2%를 기록하면서 9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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