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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폭동', 이건 시작에 불과"…왜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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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폭동', 이건 시작에 불과"…왜 이런 일이?

토트넘 소요 전역 확산…소수민족 차별도 '불씨'

영국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소요 사태가 사흘째인 8일(현지시간) 인근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런던 시내 곳곳에서 차량 방화와 상가 약탈이 자행되고 있지만 경찰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해 무법천지 상황이 사흘째 빚어지고 있다. 영국 두 번째 대도시인 버밍엄과 항구도시 리버풀, 브리스틀 등으로도 번지면서 폭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 런던 동부 해크니 지역에서 8일 일어난 소요 사태 장면 ⓒAP=연합뉴스

이번 폭력 사태는 4명의 자녀를 둔 마크 더건(29.남)이 지난 4일 토트넘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단이 됐다. 정확한 사건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더건이 탄 택시를 세웠고 4발 이상의 총탄이 발사됐다. 더건은 현장에서 숨졌고 경찰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더건이 쏜 총탄이 경찰 무전기에 박힌 채 발견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더건은 총을 쏘지 않았고 경찰의 무전기에서 나온 총알은 경찰 지급품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의혹도 커지고 있다. 토트넘 주민들은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더건이 희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가 최초로 발생한 토트넘과 해크니, 브릭스톤 등은 낙후된 지역으로 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곳이다. 우범지대인데다 인종간 대립과 경찰에 대한 반감이 커 언제든지 폭력 사태 발생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꼽혀왔다. 토트넘에서는 지난 1985년 10월에도 한 흑인 여성이 경찰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심장마비로 숨져 대규모 폭동이 일어난 바 있다.

▲ 복면을 하고 무기를 가지고 경찰과 맞서는 시위대 ⓒ뉴시스

현지 주민들 "도와달라는 절규"

<로이터> 통신은 토트넘 지역의 높은 실업률과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출 감축에 대한 분노, 소수 민족 주민들을 공정하지 않게 대하는 경찰에 대한 적대감 등으로 폭동이 커졌다면서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40대 실직자 스캇 알렌은 "정부 지출 감축 때문에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농촌 지역과 런던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희생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와 비슷한 폭력 사태가 더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폭동은 특히 런던 경찰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 경찰력을 더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앨런은 토트넘 같은 가난한 지역은 올림픽을 위해 퍼붓는 돈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앨런은 또 출범 15개월이 지난 현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려고 정부 지출을 대폭 감축하면서 가장 영향을 받은 곳이 토트넘이라며, 공공 부문 고용이 줄어들면서 실업률이 치솟고 청년을 위한 공공 서비스는 위축됐다고 말했다.

제이슨이란 이름의 26세 흑인 청년은 이번 폭동이 지난 1년간 정부의 긴축 정책에 항의하면서 일어났던 정치적 시위의 연장선에 이는 것이라면서 "도와달라는 절규"라고 말했다.

학교 졸업 후 직장을 가져보지 못했다는 그는 "일자리도 없고, 비전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그들은 왜 범죄가 일어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는 게토이자 슬럼이고 경찰들은 우리를 돌보지 않는다"며 "경찰이 나를 우리 집 앞에서 아무 이유 없이 검문한 적이 있고, 그런 부당한 처사는 너무나 많다"고 한탄했다.

아이 둘을 둔 28세 여성 다이애나는 특히 경찰이 오랜 기간 동안 소수민족들을 불공정하게 대해왔기 때문에 그들의 분노가 쌓여왔다며 "노동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무수히 날아가고 있고, 소수 민족들은 더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해크니 폭동 현장의 한 청년은 <AP> 통신에 "몇 년 동안 쌓여왔던 것이다. 그저 불씨만 있으면 됐다"며 "우리는 일자리도 없고 돈도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공짜로 물건을 얻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안 되나"라고 말했다.

해크니 주민 앤서니 번스(39)는 "이 아이들은 일자리도, 미래도 없으며 (정부지출) 삭감은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 아이들은 우리와 다른 세대이며 그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사망한 더건의 약혼녀 시몬 윌슨은 "폭동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 폭동은 이제 (더건 피살) 사건과 더 이상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런던 폭동의 역사와 맥락을 알아야 한다

다음은 런던 근교에 있는 럼튼대학교(Roehampton University) 철학 강사인 니나 파워가 이번 사건을 분석한 8일자 <가디언> 칼럼의 핵심 내용이다. <편집자>

1년여 전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이 연합한 정부가 출범한 후 영국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거리 시위와 대학 점거 사태, 파업, 노동자 50만 명의 거리 행진, 런던 거리 폭동 등 여러 가지 일을 겪어오고 있다.

개별 사건의 직접적인 이유는 다르지만, 살인적인 정부 재정 지출과 긴축 조치를 반대한다는 공통적인 배경이 있다. 지난 1년 간 이 정부가 펴온 정책은 정부 재정의 혜택을 받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을 뚜렷이 구분케 하는 것이었다.

더건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현장에서 경찰의 총알만 발사된 것으로 나타났다(더건은 총을 쏘지 않았다)는 보도는 런던 경찰이 보통 사람들, 특히 흑인과 소수민족들을 함부로 다뤄왔던 긴 역사에서 또 한 번 생긴 일로 기록될 것이다. 영국 경찰은 시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지역과 개인들을 구분하고, 길에 세워 놓고 수색하고, 일상적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그간의 경험과 기억에서 나온 경찰에 대한 분노는 심각한 빈곤과 높은 실업률에 대한 분노와 합쳐져 왜 이들이 거리로 나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토트넘이 있는 헤링게이 지역(런던 중북부 행정구역)은 런던에서 아동 빈곤율이 네 번째로 높은 곳이고, 실업률은 영국 전체 평균의 두 배인 8.8%이다.

이번 폭력 사태를 일으킨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한 걸음 물러나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영국은 상위 10%의 부자들이 최빈곤층보다 100배 더 잘 사는 나라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국의 계급·계층간 이동성은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낮다고 말했다.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켓은 그들의 저서에서 일반적으로 '사회 문제'(범죄, 보건, 수감률, 정신병 등) 현상들은 경제적 재분배가 잘 되고 빈부격차가 적은 사회보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더 일반적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개인주의와 경쟁, 국가가 조장하는 이기심 등이 만연한 시절이 수십년을 이어오고, 거기에 노조 활동을 억누르는 구조, 이견을 가진 사람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경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영국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중 하나가 됐다.

불타는 건물, 화염에 휩싸인 차량들, 파괴된 상점을 찍은 사진들이 언론을 장식하고 악마화할 새로운 집단이 나타났지만, 이런 일이 터지게 된 역사와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번 일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 불길에 휩싸인 건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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