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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1년, 리더십의 불안과 지배연합의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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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1년, 리더십의 불안과 지배연합의 안정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23호 <1>

김정은체제가 공식 출범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지난 1년 동안 김정은체제는 정치부문에서 두 가지 과제에 매진하였다.

첫째, 김정은의 인격적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일반적으로 인격적 리더십의 확립과 강화는 제도적 리더십을 확립한 다음, 이를 보완하고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추진된다. 북한은 2012년 4월 4차 당대표자회(4.11)와 최고인민회의 12기 5차 회의(4.13)를 개최하고 김정은을 당영도체계(제1비서)와 국가영도체계(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영도자로 옹립함으로써 김정은의 제도적 리더십 확립을 완수하였다.

북한은 김정은의 인격적 핸디캡을 보완하고 제도적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김정은에게 친민적이고 성숙한 지도자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친민적 이미지 구축 차원에서 각종 위락시설을 개건·조성하고 '잡초뽑기', '팔짱끼기'와 같은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강조하기도 하였다. 성숙한 이미지 구축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부인 리설주를 공개하고 소년단 창건 기념식을 성대히 개최하였으며 김정일 애국주의 일색화 사업의 일환으로 김정은의 후대사랑을 강조하였다. 주로 '어버이 수령' 형상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북한은 2012년 12월 12일 '인공지구위성' 실험 발사를 계기로 조성된 강경드라이브 국면을 대내외에 성숙한 지도자상 과시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2년 인민군 552부대 산하부대를 방문해 여자 병사들에게 웃으며 말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배포한 사진으로 정확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뉴시스

둘째, 북한은 당·국가체계 복원을 완수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 북한은 2009년 최고인민회의 12기 1차 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고 2010년 3차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당 조직을 재건함으로써 당·국가체계 복원을 위한 기초를 다졌다. 3차 당대표자회 개최 이후 북한은 여러 차례 정치국회의를 개최하고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등 중앙당 조직들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올해 1월 28일 전국당세포비서대회를 대규모적으로 개최하고 중앙당에 이어 지방당과 하급당도 제대로 기능할 것을 독려하였다. 군에 대한 당적 통제 강화 동향도 이러한 대세의 여파를 받아 진행되었다.

한편 북한은 국가부문에서도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올해 상반기에 최고인민회의를 정상적으로 개최하였다. 그리고 내각 총리를 최영림에서 박봉주로 교체하고 실무형 인사들을 내각相(상)으로 기용하는 등 내각을 명실상부한 '경제사령부'로 꾸미는 작업을 단행하였다.

지난 1년 동안 김정은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당·국가체계를 복원·정상화하려는 노력과 조치들을 취한 덕분에 김정은체제가 비교적 안정궤도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솔직히 현시점에서 김정은 체제를 감히 안정적이라고 단정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아직 김정은의 리더십 구축과정은 현재진행형이고 당·국가체계 복원에 따른 효과를 산출하기에는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김정은체제가 불안정하다고 단정할만한 징후나 사실을 적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리영호 전 총참모장에 대한 성공적인 숙청은 오히려 군대 내 체제 유지를 위해 요인들을 제거하고 군에 대한 당적 통제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므로 제한된 정보환경 속에서 김정은체제를 비교적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 따라 궤도이탈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평가다.

문제는 김정은체제의 안정성을 김정은 리더십 차원과 지배연합 차원으로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일성·김정일 시대는 최고지도자가 권력엘리트들을 완전하고 압도적으로 장악했던 비대칭 권력구조여서 굳이 최고지도자의 리더십과 지배연합을 분리해서 평가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는 비대칭 권력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김정은의 지도력(정치연륜, 정책경험 등) 부족 등으로 최고지도자와 권력엘리트 간의 관계 유형이 대칭점의 방향으로 소폭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최고지도자 개인 차원과 별도로 지배연합 차원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김정은 개인의 리더십은 다소 불완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김일성·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의 정책조정능력을 문제시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이 구사해 온 강경일변도 대외·대남정책을 두고 국제사회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려의 눈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예컨대, 1993년 초 북한은 NPT 탈퇴와 준전시상태 선포와 같은 초강경 조치들을 취하면서도 동시에 미국과의 대화채널을 가동하는 등 출구전략을 모색하였다. 그 결과 한반도정세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 시기 김일성과 김정일이 강경드라이브 카드와 출구전략 카드를 모두 갖고 있었던 것은 그들이 정책조정능력이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략적으로 이런 프로세스다. 특정 외교안보현안이 발생하면 군부, 외교부(내각), 국제부(당)은 각각 최고지도자에게 제의서를 올린다. 이때, 김일성과 김정일은 세 개의 제의서를 종합하여 출구전략 등을 포함한 최선의 대책을 강구하는 정책조정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정책조정 및 종합능력이 취약한 김정은은 그들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출구전략을 고려하지 않는 군부의 안을 채택하면 강경드라이브 일변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난맥상은 단순히 외교안보정책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정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정책실패를 둘러싼 책임공방 과정에서 최고지도자와 권력엘리트, 권력엘리트와 권력엘리트 사이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김정은체제의 지배연합은 안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경희, 장성택, 최룡해와 같은 핵심 권력엘리트들이 역할을 분담하면서 현재까지는 김정은의 불완전한 리더십을 잘 보완하고 있다. 김경희는 백두혈통으로 김정일 유훈의 담지자이자 감리자로서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 정치적 후견인이다. 그녀는 김정일이 물려준 통치자금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전부터 건강이상설이 나돌고 있으며 작년 4월 오랫동안 맡아오던 당경공업부장직에서 물러났고, 최근 김정은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를 제외하고는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으로 유추할 때, 건강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희는 비록 활발한 정치활동을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권력엘리트들에게 주는 그녀의 정치적 상징성은 김정은에게 큰 지지가 되고 있다.

장성택은 확실한 실세 중의 실세다. 부인 김경희의 정치적 후광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김정은체제가 당면한 핵심 국가목표들이 장성택의 지휘 하에 추진되고 있다. 우선 장성택은 당 행정부장으로써 국가보위와 사회안정을 책임지는 공안기구들을 당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국가보위와 사회안정은 김정은 정권 초기 가장 중요한 시책 중의 하나다. 또한 장성택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책임지고 있다. 대중 경제협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북한경제가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다. 마지막으로 장성택은 작년 11월 4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새로 발족된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초대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온 나라의 체육열풍'을 앞세워 체육의 대중화를 주도하는 기구로 부위원장과 위원급에 핵심 권력엘리트들이 총망라되어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북한은 체육의 대중화를 통해 북한주민들을 탈정치화시킴으로써 김정은권력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관심을 호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98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3S 정책이 연상된다. 그러나 장성택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지만 군에 대한 간섭과 개입은 철저히 차단되어 있다. 장성택이 군에 대한 통제권마저 행사한다면 2인자에게로의 권력쏠림현상이 현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장성택은 여전히 실세 중의 실세 엘리트로 군사를 제외한 주요 국가목표와 관련하여 김정은을 보좌하고 있다.

최룡해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명실상부한 군부의 2인자로서 김정은의 군 장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용해는 전통적인 당료출신으로 장성택과 합세하여 리영호 총참모장 숙청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런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직을 맡으면서 군대의 이해와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총정치국이 군대내 당 조직이기는 하지만 당보다는 군에 대한 정체성이 더 우세한 조직이다.

당료출신으로 군대 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최룡해는 군에 대한 정체성을 강조하고 이를 과시함으로써 군의 지지를 획득하고 총정치국의 업무를 성공리에 수행하려 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최룡해의 벼락출세 가도에는 김정일과의 친분관계도 있지만 그의 처세술이 한몫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최룡해는 북한 내에서 눈치 빠른 처세술에 일가견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0년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간부들이 대규모 연루된 이른바 '황색사건' 당시 제1비서로서 가장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는 처세술을 발휘하였다. 그리고 그는 2000년대 초반 김정일에게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 '800만 총폭탄' 슬로건을 직접 만들어 제창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퍼스낼리티의 단면을 감안하면, 최룡해는 충분히 당과 군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뿌리인 당보다 현실적 정치기반인 군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줄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와 같은 최룡해의 처세방식과 김정은의 부족한 정책조정능력이 결합하여 김정은으로 하여금 군부의 보고와 제의에 의존하도록 하여 출구전략이 없는 강경일변도의 비합리적 정책 선택을 강요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이렇듯 김정은체제의 지배연합은 핵심엘리트들이 상호 침투를 막기 위해 상호 단절적인 역할분담 하에 김정은을 보좌하고 김정은 리더십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김정은이 정책조정능력을 비롯한 독자적 리더십을 신속히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책실패에 따른 혼선과 균열이 발생할 경우 지배연합의 분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리영호라는 공동의 적을 숙청하는 데 성공한 훈척세력(척신세력과 공신세력의 연합) 내의 분열이 장성택과 최룡해 간의 경쟁과 갈등에서 촉발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지난 1년 간 김정은 리더십의 불완전성과 지배연합의 안정성이라는 이면에 담겨져 있는 암시이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3년 5·6월호(제23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 1년 : 평가와 과제'입니다.

* 원제 :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 1년, 김정은 리더십과 지배연합의 안정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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