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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끝없는 학살…반기문 "파멸적 내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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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끝없는 학살…반기문 "파멸적 내전 위기"

정부군-반군 교전 가열, 휴전 공식 파기 임박

시리아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가 민간인 100여 명을 죽였다는 '훌라 학살' 이후 내전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통제불능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한 시리아의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책임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에서는 대책이 아니라 상호비난전이 가열되고 있다.

1일 <알자지라>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는 민간인을 죽이는 만행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촉구를 비웃듯 시리아 정부군이 이틀 연속 훌라 마을에 포격을 가하고, 마을에 진입해 중화기를 발사하는 등 다시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근거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전날에도 시리아 전역 곳곳에서 정부군과 반군이 교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어린이 1명을 포함, 최소한 14명이 살해됐다"면서 "이 어린이는 홈스 주 훌라 중심부에 있는 탈두 마을에서 저격수에 의해 조준 사격을 받아 죽었다"고 밝혔다.

또한 시리아 북부 도시 알레포에서는 2명의 정부군이 폭발로 죽었고, '시리아 의원의 형제'로 알려진 한 남자가 살해됐다. 반정부 활동가들은 "이 남자의 집안은 정부에 매우 충성스럽고, 반정부 시위 탄압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 시리아 홈스 주 훌라에 또다시 포격과 중화기 공격이 가해지는 등 시리아가 '파멸적 내전'으로 빠질 위기에 직면했다.
시리아 정부 "훌라 학살은 반정부 민병대 소행"

<알자리라>의 이같은 보도는 시리아 유혈사태의 희생자들이 반정부 주민들 뿐 아니라, 친정부 주민들에게서 나오는 내전 성격임을 보여준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이날 터키를 방문한 자리에서 "시리아가 파멸적인 내전에 빠질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시리아가 내전에 빠지면 결코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시리아 사태에 주변 국가들이 개입하고 점차 종파분쟁의 형태로 발전하면 시리아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의 위기로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 총장 등 유엔 고위관계자들 이처럼 심각한 경고를 하면서도 대응책으로는 "코피 아난 유엔 특사가 중재한 휴전 평화안을 지켜달라"고 정부군과 반군에게 호소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희망인 휴전 약속도 공식적으로 파기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명목적으로 휴전 상태에서 학살이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군과 반군이 서로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시리아 반군은 시리아 정부군이 현지시간으로 1일 정오(한국 시간 오후 6시)까지 평화안을 준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이런 평화안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터키에 근거지를 둔 자유시리아군(FSA)은 시리아 정권이 평화안을 사실상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학살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인 보호가 우리의 임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시리아 정부는 '훌라 학살'의 진상을 조사했다면서 이 학살의 주범이 시리아 정부군이나 친정부 민병대가 아니라, 오히려 반정부 무장단체들이 외국군을 끌어들이기 위해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어떤 테러집단이 저질렀다는 주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시리아 정부 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카셈 자말 술레이만 준장은 기자회견에서 "중무장한 반군 800명이 정부군에 공격을 벌이고 훌라 지역 주민을 학살했다"고 밝혔다.

또한 술레이만은 "반군이 훌라 지역 군 기지 2곳을 공격해, 정부군은 방어 차원의 대응을 했다"면서 "훌라에서 숨진 108명은 정부에 맞서기를 거부하며 무장단체와 갈등을 겪은 가족들이머, 사망자 상당수가 의원 친척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잔 라이스 대사는 "훌라학살이 시리아 반군의 소행이라는 시리아 정부의 조사보고는 '또 하나의 뻔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내전 부추기듯 정부군과 반군 양측에 무기 공급

문제는 시리아의 내전을 부추기듯 외부에서 시리아에 무기가 계속 공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유엔 안보리가 시리아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시리아에 대한 유엔의 어떠한 제재안도 거부하면서 무기판매까지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전 라이스 대사는 "러시아 무기를 실은 선박이 최근 시리아에 입항했다는 것은 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무기가 자국민에게 끔찍한 공격을 하는 정권에 흘러가게 한 것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리아 반군에게도 이들을 지원하는 주변 이슬람 국가, 특히 '수니파의 맹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로부터 공공연하게 무기가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사태가 내전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군과 반군 양쪽에 무기가 계속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 사태의 '불편한 진실'

시리아 사태가 내전 양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도 지적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만 잔혹한 학살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리아 사태는 정권을 잡고 있는 알라위파 등 시아파와 시리아 주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수니파의 종파간 갈등이 자리잡고 있고, 지금으로서는 정권을 잡은 쪽의 학살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부를 지지하는 주민들에 대해 반정부 민병대들도 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가 시리아의 비극에 눈감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리아 사태에 군사적 개입이라도 불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자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고 섣불리 개입했다가 시리아를 넘어서 지역 일대의 종파간 내전에 휘말릴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서방국가들이 표면적으로는 시리아 정부를 비난하고, 반군에게도 자제할 것으로 촉구하는 식으로 말만 하고 있지. 실제적인 개입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100만명에 가까운 학살이 일어난 르완다와 수십만 명이 학살된 유럽의 보스니아 사태가 21세기에 버젓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 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중동에는 훌라 같은 사태는 100개는 널려 있고, 1990년대 알제리 정권이 20만 명을 죽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면서 "시리아 내전에서는 지금까지 불과 1만 여명이 죽었을 뿐이고, 다른 곳에 훌라 같은 학살이 일어나면 국제사회는 훌라 학살을 잊을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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