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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내 아프간 완전 철군' 나토 합의, 미국의 패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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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내 아프간 완전 철군' 나토 합의, 미국의 패배 선언"

[분석]"탈레반-알카에다 연합세력이 장악할 것" 경고도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한 나토 연합군이 2014년 말까지 전투병력을 철수한다는 공식합의가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오자, 미국이 사실상 아프간 전쟁에 대해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는 것을 시인하고, 포기를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는 22일 이틀간 일정으로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됐다. 나토 회원국들의 합의는 한마디로 '전투 모드에서 지원모드로 전환한다'는 출구전략에 따른 구체적인 일정과 비용 분담에 대한 것이다.

당장 내년 중반까지 아프가니스탄의 치안권을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이양하고 2014년 말까지 전투병력을 철수하는 한편, 철군 이후 10년 간 아프가니스탄에 재건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자국의 병사들이 아프간에서 싸우다가 희생당하는 일이 없이, 앞으로는 군사기술 지원이나 돈으로 때우겠다는 것이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출구전략이 "혼란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시인했다. ⓒAP=연합
"1조 달러 더 들여도 나아질 기미도 없는 전쟁" 시인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미군 9만여 명을 비롯한 국제안보지원군(ISAF)이라는 동맹국들의 병력 13만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이런 병력들 중 전투병력은 향후 1, 2년내에 모두 빼내고, 군사훈련들을 지원할 비전투요원만 남고 매년 41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거의 50조 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한 전쟁이니만큼 비용도 미국이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나머지 국가가 이를 분담토록 요청했다. 현재 연간 기준으로 영국 1억 달러, 이탈리아 1억 2000만달러, 호주 1억달러 등 분담을 약속했고, 일부 국가들은 이를 감안해 적절한 분담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전쟁 중'이랄 만큼 본질적으로 상황이 달라진 것도 없는데 철군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냐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사태 직후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이 테러의 주모자로 규정하고, 빈라덴을 비호한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시작된 전쟁이다.

그런데 이라크 전쟁에서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뒤 승리를 선언하지 못하고 발을 뺀 것처럼, 아프간 전쟁에서도 미국은 탈레반 정권은 금세 무너뜨렸지만, '테러와의 전쟁'으로 양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탈레반은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으로 변해 최근 갈수록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쟁 10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는 전쟁이 된 것이다.

오바마 "탈레반은 여전히 강력한 적"

오바마 대통령도 이런 점을 시인했다.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탈레반은 여전히 강력한 적이며, 우리가 얻은 것도 다시 잃을 지 모를 만큼 취약하다"고 말했다.

또한 오바마는 "아프간에서 철군하는 최적의 시점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출구 전략이 시행되는 과정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승리'라는 단어도 역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결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출구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솔직히 시인한 배경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오래 전부터 현실을 인정하고 가급적 빠른 출구전략을 선택하기로 입장을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때까지만 해도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반대해도 아프간 전쟁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취임해 "부시의 전쟁이 이제 오바마의 전쟁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취임 1년도 못돼 "아프간 재건은 환상"이라고 선언한 배경

하지만 지난 2009년 취임한 이후 1년도 못돼 아프간 전쟁의 실상을 보고 받고 입장이 크게 바뀌었다. 아프간은 수백 개의 부족으로 나뉘고 외세에 대한 저항이 거세고, 수많은 산악지대에 은신한 탈레반의 게릴라 전에 대해 사실상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이 아무 것도 없다는 군사전문가들의 보고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함께 보고를 받았던 토머스 도닐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당시 아프간 전쟁이 8년간 계속됐는데도, 전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여러 가지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느라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 전쟁을 계속하다가는 천문학적인 돈은 물론이고, 계속 수많은 군인이 희생해야 하는 현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하겠다는 부시 시대의 꿈은 환상"이라고 취임 1년도 안돼 선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초, 조기 철군에 반대해온 군부를 배제한 채 참모들에게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수립하도록 지시하고, 최종 결정하기 6주전까지는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까지 논의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처럼 미국이 주도한 전쟁에서 미국이 더 이상의 손실을 보기 싫다면서 발을 빼려는 상황이 되자, 미국과 친했던 대통령에서 껄끄러운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뀐 프랑스에서는 당장 올해 안에 철군하겠다고 요구했다. 이번 나토 회의에서 프랑스의 요구에 대해 묵인하는 대신 연간 2억 5000만달러로 분담금을 좀 더 많이 내는 것으로 '불편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한국도 아프가니스탄 파르완주에 파견한 지방재건팀(PRT)과 이를 경호하는 부대가 국회의 연장 동의가 없으면 올해 12월로 임무가 종료될 예정이다.

"아프간보다 파키스탄이 더 불안"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파키스탄과의 불편한 관계도 드러났다.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은 이 지역에서 미국이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유일한 보급로를 제공하는 동맹국이다. 하지만 미군이 무인폭격기나 전투병력이 파키스탄의 병사와 민간인을 죽이는 오폭 사건이 잇따르면서 관계가 아주 나빠졌다.

자르다니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 보급로 재개 문제를 타결하기 위해 막판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트럭 1대가 파키스탄을 지날 때마다 250달러인 통행료를 20배인 5000달러로 인상해달라는 요구를 고수하다가 오바마 대통령이 말도 못붙이게 아예 피하는 장면만 연출했다.

파키스탄과의 불편한 관계 또한 이 일대의 앞날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에 대한 재평가 보고에서 사실상 파키스탄의 핵유출 가능성 등으로 파키스탄이 아프간보다 훨씬 위협이 되는 지역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에 크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나토군이 철군한 2년 내에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걸쳐있는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합세하는 최악의 경우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도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에서 발을 빼지 않다가는 향후 10년간 1조 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들 것이라는 보고에 경악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이 이 지역에서 발을 빼는 이후의 상황은 비용을 떠나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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