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테러는 한 나라의 수도, 그것도 최대 국경절을 앞두고 행진연습을 하는 군인들을 겨냥해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테러범은 군복을 입은 채 행진 연습을 하던 군인들 사이에서 몸에 휘감은 강력한 폭탄을 터뜨렸다. 이번 테러로 40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으며, 모두 현장에 있던 군인으로 알려졌다.
희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예멘 당국은 최소 96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으나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는 10차선의 넓은 광장에서 퍼레이드 하던 군인들 사이에 폭탄이 터지면서 수백명이 팔과 다리가 떨어져나가면서 죽거나 중상을 입은 상황이라고 끔찍한 현장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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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멘 정부군이 미국의 무인전투기 지원을 받으며 알카에다에 대한 본격적인 소탕 작전을 벌인지 혈흘 만에 대형 테러 사건이 벌어졌다. 사진은 예멘의 대태러부대. ⓒAP=연합 |
이번 테러는 알카에다가 일으킨 것이라고 알려졌다. 예멘 당국은 사건 직후 "알카에다 소행으로 추정되는 전형적인 특징이 있다"고 밝혔고,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조식 '안사르 알샤리아' 측도 성명을 발표해 이번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알카에다는 성명에서 이번 테러는 미국이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전쟁'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테러는 성전의 출발에 불과하며, 자신들에 대한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으면 추가 공격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대통령 등 요인들이 참석하는 국경일 행사 바로 전날 국방장관과 참모총장 등 군부요인이 참관한 이번 행진 연습행사에서 알카에다가 테러를 벌인 것은, 군병력으로 둘러싸여도 대통령 등 누구든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실상 내전 상태' 예멘, 내부 동조자의 범행설 등 혼란
테러가 일어난 장소나 시기도 심상치 않다. 예멘은 1990년에야 남북이 통일이 됐다. 이를 기념하는 예멘의 최대 국경일을 하루 앞두고, 대통령궁 근처의 광장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군인들을 겨냥한 테러가 일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가 혼란스럽고, 알카에다의 세력이 강한 것을 보여준다.
테러 현장에 있던 한 군 관계자는 알카에다 요원이 군복으로 위장해 침투한 게 아니라, 현역 군인이 알카에다에 동조해 일으킨 범행이기에 사전에 막기 어려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아랍의 봄'으로 수십 년의 독재정권을 유지했던 살레가 퇴진하고 지난 2월 미국의 지원을 받은 만수르 하디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정정 불안을 틈탄 알카에다 세력이 예멘의 남부를 세력이 장악하고, 사실상 정부와 내전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예멘 정부군은 지난 2월 미국의 무인 전투기 등의 지원을 받아 알카에다 소탕작전을 벌여왔고, 이로 인해 알 카에다 158명, 정부군 병사 41명 등이 사망하는 격렬한 교전을 벌어왔다.
"알카에다의 패배 목전에 있다" 더니...
이번 테러에 미국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최근 미국 백악관은 예멘의 알카에다 지부가 미국 항공기를 폭파하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발표한 이후 지난 10일부터 예멘 정부군을 앞세워 알카에다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가 열흘만에 대형 테러 보복을 당한 셈이기 때문이다.
보다 큰 맥락에서는 미국이 지난해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제거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예멘 남부를 알카에다 세력이 장악하고 아프리카 북부 등 인근 지역까지 알카에다의 세력이 강해지는 등 "알카에다의 패배가 목전에 있다"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상황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알카에다 측은, 예멘의 정권을 미국의 앞잡이로 규정하고, 이번 테러는 미국에 대한 성전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점점 예멘에서도 사실상 전쟁에 말려드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도 "이번 사건은 예멘 정부가 이슬람 무장세력을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우려가 미국에서 커지고 있는 아주 미묘한 시기에 발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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