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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 당권파 물리력 행사로 운영위 파행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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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통합진보, 당권파 물리력 행사로 운영위 파행 거듭

'전자회의'로 전환…유시민·심상정·조준호 "5일 중 수습책 마련"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사태가 5일 결국 당권파 대 비(非)당권파의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당의 의결기구인 전국운영위원회는 전날 오후 2시부터 이날 오전 8시30분경까지 18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으나 당권파 성향 당원들의 의사진행 방해로 정회됐다가 재개가 무산됐다. 결국 의장이었던 이정희 공동대표로부터 자리를 넘겨받은 유시민 공동대표는 임시의장 권한으로 '전자회의'를 열고 이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정당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정희, 표결요청 무시…"의장이 필리버스터 하는건 처음봐"

전날부터 계속된 회의에서는 당권파는 고의로 의사진행을 늦추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유는 현장에서 발의된 쇄신안 때문. 전체 위원 50명 중 21명의 동의를 얻어 발의된 쇄신안은 당 공동대표단의 전원사퇴와 비례대표 선출 경선에 참여했던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 전원의 사퇴를 골자로 하는 내용이다.

당권파 성향 우위영 대변인은 이 쇄신안이 "진성당원제를 폐기"하는 것이며 "민주주의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선출직이 아닌 운영위원들에게 "수천 명, 많게는 1만 명이 선출한 비례대표"를 사퇴시킬 "권한이 없다"고도 했다. '1만 표' 넘는 득표를 올린 비례대표 후보는 이석기 당선자가 유일하다.

공동대표단의 사퇴에 반대하는 독특한 논리가 제시되기도 했다. 한 운영위원은 "대표는 당의 심장"이라며 "당원의 응집체가 대표 아니냐"고 했다. "보고서를 보면 '사람 사랑하는 마음,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 안 보인다"는 등 조준호 당 공동대표가 위원장을 맡아 활동한 끝에 작성된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당권파의 성토도 이틀째 이어졌다.

그러나 표결에 부칠 경우 과반수 통과가 확실한 상황에서 당권파의 이정희 공동대표는 십수 차례 요청된 표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의사진행 규칙에 따르면, 위원의 토론 종결 요청이 있을 경우 의장은 이를 받아들여 표결에 부쳐야 하나 "의장인 제가 보기에 토론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며 이를 막은 것.

전국운영위원회 등 통합진보당의 주요 기구는 민주노동당계 55%, 국민참여당계 30%, 새진보통합연대 15%의 비율로 구성돼 민노당 출신의 비율이 높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민노당 출신 위원들 중에서도 강기갑 의원 등이 쇄신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당권파가 내놓은 쇄신안을 부결하자는 동의(動議)가 이정희 의장에 의해 표결에 부쳐지자 이는 38대 8로 부결되기도 했다.

당권파 성향의 한 운영위원은 표결 요청이 쇄도하는데도 토론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이정희 의장을 감싸며 "그 정도도 못 참아 주십니까. 충분히 참아주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당권파 운영위원들은 "의장이 의사진행을 이상하게 하고 있다", "독단적 의사진행"이라며 격렬히 반발했고 유시민 공동대표마저 "제가 보기에도 이정희 대표께는 이 안건을 처리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격에 나섰다. 유 공동대표는 표결 요청이 계속 무시되고 있던 이날 새벽 4시경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해 "제가 의장이라면 위원들을 대신해 제가 판단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의장도 위원들의 판단에 따라야 할 때가 있다"고 압박했다. 한 운영위원은 "의장이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꼬집었다.

당권파 "진상조사위 보고서는 천안함 보고서 같은 부실"

그럼에도 이정희 공동대표는 "만장일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더 노력해보자"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조승수 의원은 "회의 운영의 독선, 독단이 지나치다"며 "본인의 주관적 판단 때문에 표결에 부칠 수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정면으로 맞받았다.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의 조직후보였던 윤금순 당선자마저 "어제 당선자 신분을 버렸다"며 "결정을 내놓지 않으면 같이 죽는다. 빨리 결정해달라"고 가세했다.

우위영 대변인은 "조급하게 밀어붙이려는 '의도'를 잘 모르겠다"며 방어에 나섰다. 우 대변인은 "절차를 먼저 무시한 사람은 조준호 위원장"이라며 "날치기에 가까운 처리로 가려고 하는 것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그는 진상조사위 보고서를 부실·의혹투성이 조사의 대명사인 "천안함 보고서"에 비기며 "진상조사위원장이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우리 당의 명예회복은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강기갑 의원까지 나섰다. 강 의원은 "이정희 의장과 저는 18대 국회에서 같이 쇠사슬로 몸을 묶고 투쟁하지 않았나"고 호소하며 "이 정도의 후속조치(쇄신안) 정도는 하지 않으면 당이 빈사상태다. 시간이 갈수록 회복시키기가 어렵다"고 빠른 처리를 촉구했다. 강 의원은 "이것이 국민들 앞에 어떻게 보이겠나"고 개탄했다.

당권파 당원들, 물리적 실력행사로 운영위 회의 저지

결국 이정희 공동대표는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유시민 공동대표가 임시의장으로 회의를 진행했지만 참관하던 당권파 당원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이에 유 대표가 오전 8시30분 정회를 선언하고 1시간 후 국회 본청 의정지원단실에서 재개할 것을 선언했다.

그러자 당원들 및 지지자로 보이는 50명이 국회 출입문 인근을 점거하고 당 운영위원들의 본청 출입을 막아섰다. 오후 들어 의원회관에서 운영위원회를 다시 재개하려는 노력도 이들에 의해 무산됐다.

유 대표는 "여기 계신 분들이나 우리나 당을 사랑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나, 이러는 것은 당을 해치게 할 수도 있다"며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게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 여기 계신 당원 여러분들께서는 단순한 의사표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회의를 막으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유 대표와 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 등은 협의를 통해 정회된 운영위원회를 "전자회의로 속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자회의를 하기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새로 만드는 작업이 이날 오후 진행됐으며 이날 밤 9시30분~10시께 시작될 예정이다. 심 공동대표는 "수습책을 자정 전까지는 마련하겠다"고 천명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전자회의'에서 결정한 전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비당권파 측의 한 당직자는 "전자회의는 당규에 있다"며 "어제 당권파가 필리버스터를 한 것이 아니냐. 출입문 봉쇄 등 의사진행을 방해해 대표단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직자는 '전자회의에서 권고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당권파 당선자·후보가 사퇴하겠느냐'는 질문에 "당의 의결기구에서 사퇴를 권고하는데 이마저 안 지키면서 무슨 당원민주주의를 한다는 거냐"며 "이것까지 부정하면 정당민주주의 훼손이다. 앞으로 당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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