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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새로운 북방정책이 필요하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여의도연구소 정책실장의 제언

세간의 예상과 다르게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제1당이 되었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국가적 과제들이 만만치 않기에 크나큰 걱정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19대 국회가 감당해야 할 향후 4년의 국가미래가 엄중하기에 이 시점에서 특정정파의 승패와 공과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총선 승리가 8개월 후의 대선 승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또한 12월 대선의 정치환경이 새누리당에게 결코 녹록치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새누리당은 더욱 낮은 자세로 민생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면서 '1대 99'의 편가르기가 아닌 100%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려 한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과제 또한 남남갈등, 남북갈등의 늪에 빠져 계속 허우적대고 있을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해서 새누리당은 남북관계의 대립갈등을 해소하고 한반도·한민족의 평화공영으로 가는 새롭고 보다 진화된 방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일단은 대선과정에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2012 한반도 정세, 현상유지형 관리모드로 전개 예상

2012년 한반도 정세를 전망함에 있어 다음 3가지 요인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국가들이 권력교체기에 있다는 점이다. 권력교체기에는 내부 권력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박하기 때문에 외정(外政)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북한 김정은체제의 행보와 관련된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북한문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물론 한국은 북한문제가 안보·통일문제와 직결되어 있어 우선순위가 높지만, 주변국들은 '북한'보다는 북한이 가진 '핵과 미사일'에 관심이 더 높다. 이처럼 비중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해야 하는 북한도 대남전략과 대외전략을 다르게 구사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요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변국들이 북한에 대해 갖는 국익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권력교체가 마무리 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동북아의 국제적 권력게임 속에서 각국의 북한문제 처리 방향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올해 후반기에 드러날 각국의 권력교체 결과다. 권력교체기는 대체로 외교력이 약화되는 시기이다. 이 기간에는 정책결정자가 대외문제에 관한 책임있는 결정을 유보함으로써 대외문제에 적극 개입하기보다는 현상유지상태로 상황을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2012년의 한반도 정세 또한 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을 제외한 5국은 국내의 권력 향방이 결정된 이후 북한문제의 해법 찾기에 나설 것이며, 북한 또한 그때를 대비할 것이다. 각국은 북한이 더 이상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상을 뒤흔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가운데, 북한 또한 현 상황에서 자신들의 카드를 적극 사용하기보다는 2013년의 본 협상을 위해 비축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경우 현 시점에서 하나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곧, 김정은체제의 정비와 안정화를 완결짓기 위해 동북아 권력게임구도를 흔들지 않는 수준에서 대외공세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할 방도를 찾는 것이다. 이것은 2013년의 본격 협상국면을 위해 대외적으로 북한의 존재를 각인시켜 놓을 필요성과도 연결된다. 최근 북한의 로켓 발사(4.13), 그리고 제3차 핵실험 협박도 체제안정이라는 대내적 목적과 대미·대중 그리고 북한의 자기존재 과시라는 대외적 목적을 동시에 가진 카드다. 그런데 북한의 로켓발사가 실패로 끝났다. 특이한 것은 발사 이전에 국내외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비난했던 것과는 달리 발사 이후 국제사회가 북한에 책임을 묻는 강도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사 '실패'가 과학기술적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북한 스스로 주장하듯 '자폭'인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함으로써 동북아 판도에 예상만큼의 심각한 충격은 미치지 않는 것 같다. 조만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사건의 크기에 비해 파장이 커지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여 북한이 원하는 보상을 약속하고 이를 끝까지 실천할 수 있는 '책임있는' 국가권력이 확정되지 않았음을 북한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2년의 한반도 정세는 심각한 충격과 변화보다는 현상유지형 관리모드로 갈 것이며, 각국은 2013년의 빅딜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한 준비를 내부적으로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북한 김정은체제의 미래에 대해 전망해보고자 한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5개월 사이에 빠르게 김정은체제를 안착시키고 있다. 그러나 과거 김위원장의 권력 장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알다시피 북한은 수령절대주의체제다. 인치(人治)와 제도가 일체화된 체제다. 김위원장은 20여년에 걸쳐 권력승계작업을 해오면서 권력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훈통치가 가능했다.

그러나 김정은체제는 좀 달라 보인다. 현재 김정은이 당·정·군의 1인자 위상을 확보했다고 하나 이는 '주어진' 권력일 뿐, 김위원장이 가졌던 절대권력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최근 '김정일 유언'이라고 공개된 내용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 내용대로 유언집행권이 김경희에게 있다면 이는 김위원장이 '직접' 틀어쥐고 했던 유훈통치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김경희 유고시 김설송에게 유언집행권이 넘어간다고 하지만, 이 또한 고위권력층으로부터 절대적 복종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이 때문에 김정은체제가 부정되거나 권력찬탈을 통해 金씨가 아닌 다른 성(姓)의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공동통치의 집단지도체제가 가동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이는 김위원장의 통치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김위원장은 2인자를 두지 않고 의사결정권을 거의 독점적으로 행사했다. 김위원장의 사망으로 정책결정에 공백이 발생했을 때 어느 누구도 선뜻 '책임지고' 나서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김정은체제의 정비가 제도적으로는 마무리되었다고 하나, 체제의 성공적 안착 여부는 추후 제기될 각종 대내외 현안들에 대해 김정은 제1비서가 얼마나 확고한 의지와 역량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발휘하는가에 달려있다. 이 점에서 향후 우리가 대북전략을 수립할 때 김정은의 리더십 구축과 관련한 우리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 대북 전략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대북정책을 넘어 한반도·한민족 경영을 위한 '新북방정책' 필요

정책은 사실(fact)보다는 정책결정자의 인식에 바탕을 두고 수립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을 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북한이라는 동일한 실체를 두고 여와 야, 보수와 진보사이에 정책의 편차가 크다. 더구나 대선이라는 중대한 정치일정을 앞둔 현 시점에서 정파간 대북인식과 정책은 상호 충돌하며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문제의 해법을 초정파적으로 모색하자는 주장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반도와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국민적·민족적 합의에 바탕을 둔 초정파적 정책 수립과 실행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야당은 햇볕정책으로 통칭되는 대북 온건정책을 주장하고, 이명박정부와 여당은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고수했다. 야당이 과거 10년 집권을 통해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의 활성화라는 양적 성과를 이루어냈다면, 이명박정부 4년은 북한의 잘못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정책적 일관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부분적인 성과는 있었다. 결국 평가자의 관점에 따라 정책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21세기 12년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어느 정책도 북한의 개혁·개방,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목표에 더욱 가까워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21세기 정세환경에 부합하면서 한반도와 한민족의 평화공영을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대북정책이 요청된다.

이에, 새로운 대북정책은 다음의 방향에서 구상되고 수립돼야 할 것이다. 첫째, 한반도와 한민족이라는 큰 틀에서 남북관계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대북정책의 주된 초점이 북한정권에 집중됨으로써 정치·군사적 문제를 최우선으로 한 대북정책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남북의 대립 갈등이 부각될 수밖에 없게 되어 비정치적이고 비군사적 문제에 대한 접근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군사적 대립과 차이가 당장은 해소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그 바탕에서 이에 구속될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문화적, 그리고 인도적 교류협력을 병행 또는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 의서,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 등 한반도 평화와 공영의 기본정신을 담은 남북한 사이의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

둘째, '불안의 시대'에 조응하는 대북·통일정책의 구상이 필요하다. 1980년대 말 동유럽과 소련의 붕괴로부터 2008년 9월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20년의 기간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승리를 만끽한 '낙관의 시대'였다. 이 시기에는 자유경제의 원리에 바탕을 둔 기능주의 어프로치가 지배했다. 그러나 세계금융위기로 '불안의 시대'가 도래함으로서 급기야 성장제일주의를 넘어선 '자본주의 4.0'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남쪽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성장의 위기, 북쪽은 경제의 황폐화로 인한 저성장의 위기, 그리고 환경오염·기후변화 등과 맞물린 환경의 위기 등은 한반도에도 현실적인 문제로 등장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에 대비한 미래지향적 신통일국가를 건설하는 정책·전략이 우리에게 절실하다. 북한문제를 '우리문제'로 그리고 '한반도·한민족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여 북방을 향한 한반도 경영의 전략을 마련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유라시아-태평양시대를 여는 원동력의 관점에서 한반도 통일과 한민족 통합의 정책·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 우리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중견국가(middle power)' 대한민국의 역량에 걸맞게 진화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분단번영의 최고치에 도달했다. 분단상황이 지속되는 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더구나 21세기적 위기를 극복하여 한반도 전역의 발전수준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신통일국가 창조'를 핵심목표로 설정한 대북·통일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점에서 성장과 복지, 통일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통한다. 대한민국에 국한된 국민경제·국민복지를 민족경제·민족복지와 연동하여 접근함으로써 상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통일은 정치·군사·이데올로기 차원에서 미래성장동력과 복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통일경제사업'으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북·통일정책의 목표는 크게 3가지 차원에서 설정되고 상호 연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한반도 차원에서는 평화적 방법으로 신통일국가를 '건설'하고 한반도 전역의 공영을 달성하는 것이다. 새로운 통일국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남한은 체제진화를, 북한은 개혁·개방을 거쳐 체제진화로 나아가는 남북한 체제 공진화(coevolution)를 통해 통일을 달성해야 한다고 본다.

둘째, 동아시아 차원에서 한반도는 '복합네트워크 허브'를 지향한다. 동북아는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과 군비경쟁을 동시에 보여주는 독특한 지역으로, 경제발전이 군비경쟁과 갈등으로 치닫는 특이한 현상이 전개되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평화와 공영을 위해 한반도의 역할은 매우 크다. 곧, 한반도가 동북아의 안정과 통합을 위한 중재자 및 조정자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리하고 동아시아 평화·공영·조화의 복합네트워크 허브를 지향하는 것이다.

셋째, 세계적 차원에서 한반도는 유라시아-태평양 시대를 추동한다. 통일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의 관문으로서, 유라시아-태평양 시대의 개막을 추동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유라시아-태평양 시대의 개막은 한반도의 공진화 평화통일을 촉진할 뿐 아니라 통일과정에서부터 한국이 분단번영의 한계를 뛰어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19대 국회 4년과 차기정권 5년은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우리 민족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통일을 포함하여 21세기 전반기 우리 민족의 장래가 결정될 것이다. 50년, 100년의 장기적 국가전략은 지정학적 요인을 바탕으로 구상해야 하겠지만, 10년의 국가전략은 정치지도자들의 역량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 10년의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와 목표에 따라 '만드는'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환경에 부응하는 '창의적' 국가전략을 구상하고 이를 구사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 그리고 민족 모두가 총체적 위기 돌파에 합심 협력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2년 5·6월호(제18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4.11 총선 이후 한반도 정세 : 평가와 과제'입니다.

* 본고는 필자의 사견이며, 새누리당과 여의도연구소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 원제 : 2012년 한반도 정세 전망 및 대북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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