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최고위원은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친노·비노, 호남·비호남 이 구도로 가서 국민들에게 눈을 찌푸리게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제가 이 길을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수위라도 하겠다는 것이 제 심정"이라며 당 내 '화합'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은 그러나 이해찬 상임고문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상임고문을 지지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최고위원은 "손(손학규 상임고문)을 만나서 악수만 했지, 손은 잡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문(문재인 당선자)을 만났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자신의 입장을 표현했다.
박 최고위원은 "원내대표가 돼서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 공정한 전당대회를 치러서 당 대표를 선출해야 되고, 그 후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공동으로 좋은 민주당 후보가 선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하지만 이해찬 상임고문은 이미 문 상임고문을 대선 주자로 지지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거기는 친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박 최고위원은 또 이 상임고문과의 '역할분담'에 대해 자신이 문 상임고문과 통화했을 때 "'이러한 제안을 받았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했더니 문 고문 역시 '굉장히 참 좋습니다. 그게 얼마나 국민들에게 보기 좋겠습니까'하는 그 정도 말씀이었다"고 전했다.
문 상임고문은 박 최고위원과 이 상임고문의 합의에 대해 "담합이 아닌 단합으로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지지한다는 뜻을 전날 밝히기도 했다. 문 상임고문은 "친노를 포함한 당내 모든 세력이 손잡고 나가자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며 "이 전 총리와 박 최고위원이 손을 잡는 것에 대해 담합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상임고문도 같은날 "담합이 아니다"라며 "대동단결로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친노와 비노의 결합으로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의 가치를 공동으로 실현하고 단결해 대선을 치르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민주당 총선 선대위 출범식에서 박지원 최고위원과 이해찬 상임고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그러나 반론도 거세다. 당내 유력자 중 하나인 김한길 당선자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내대표나 당대표는 선출권자가 정해져 있지 않나. 선출권자인 국회의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계파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들이 밀실에서 당직을 나눠 갖는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정면에서 비판했다.
김 당선자는 "총선 패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계파공천"이라며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라는 가장 높은 자리 둘을 계파 간 밀실합의로 또 나누어서 갖겠다는 것은 참으로 구시대적인 발상이고 총선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실제로 표가 두 사람의 합의대로 나오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끌려간다면 민주정당이 아니다"라며 "몇몇 분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그분들(의원들)이 그대로 끌려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당선자는 문재인 상임고문이나 시민사회 원로들로 이뤄진 소위 '원탁회의'가 박 최고위원과 이 상임고문의 합의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원탁회의 원로 분들이나 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의 하나로 꼽히는 문재인 본부장 같은 분들은 이런 문제에 같이 언급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탁회의에 관계하시는 원로 분들은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들"이라며 "계파간 이해가 얽힌 문제에 대해 당내 여론이 불리하다고 이런 분들을 자꾸 끌어들이는 것은 대단히 문제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종걸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민의와 맞지 않는 구시대적인 담합"이라며 "철저한 변화와 쇄신을 필요로 하는 민주당에게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해찬 전 총리나 현 지도부 일원이었던 박지원 원내대표는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과거형이다. 두 분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아직 반성 못했구나. 정신 못 차렸구나'라는 국민적 비판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 대표나 대선후보 결정에 있어서도 '보이지 않는 손,' '결정된 손'에 의해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철수 교수는 이 두 분이 협의해서 세워놓은 판에 같이 합류해서 어떤 뜻을 공유하기는 어려울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전병헌·이낙연 의원과 역시 원내대표 경선 출마자인 유인태 의원을 지지하는 '진보개혁모임' 등도 전날 박 최고위원과 이 상임고문 간의 합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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