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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강경파의 적대적 의존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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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강경파의 적대적 의존을 경계한다

[정욱식의 '오, 평화'] 북의 광명성과 한미일의 강경 대응 <하>

4월 12~16일 인공위성인 광명성 3호 발사를 공언해온 북한이 1~3단 로켓 추진체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기지 발사대에 장착하고 연료 주입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시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제3차 핵실험을 준비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북한의 위성 발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규탄 성명 채택→북한의 2차 핵실험→유엔 안보리 대북 제제 결의 채택'으로 이어졌던 2009년 상반기의 파국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성 발사 이후 일정 기간의 냉각기를 거쳐 북미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이 나온다. 뉴욕 채널을 비롯한 직간접적인 접촉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올해 내에 고위급 북미대화나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2009년보다 질적으로 나쁜 '파국'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미국 내에서 '북한 불신론'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한 상황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 발표는 '북한 불신론'에 쐐기를 박고 말았다. 오바마 행정부 스스로도 북한의 로켓 발사는 2.29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대북 영양 지원을 중단하면서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정권"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둘째는 오바마 행정부가 대선과 중간 선거를 앞두고 대북 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란 핵문제 대처, 미사일방어체제(MD)를 둘러싼 러시아의 갈등을 둘러싸고 공화당의 정치 공세에 직면한 오바마 행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북한에 저자세로 비춰지는 외교적 행보를 극히 꺼려하게 될 것이다.

셋째는 또 다시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북미간의 2.29 합의를 전후해 '통미봉남'의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북한의 위성 발사 발표로 한-미-일 주도의 대북 봉쇄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고, MB 정부는 이를 주도하고 있는 양상이다. MB 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미국 강경파들이 오바마 행정부를 견제하는데 유력한 근거라는 점에서 오바마의 운신 폭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 동창리 미사일 발사 시설을 취재한 외신들이 제공한 현장 사진 ⓒ로이터=뉴시스

위성 발사 안보리 회부, 중국의 선택은?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강행할 경우, 관심의 초점은 유엔 안보리 회부 여부 및 이에 대한 북한의 맞대응 수위이다. 위성 발사시 유관국들이 유감을 표하는 수준에서 자제를 택한다면 북한도 3차 핵실험 강행과 같은 초강경 맞대응을 선택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그러나 또 다시 유엔 안보리에 회부돼 비난 성명이나 결의안이 나온다면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이와 관련해 관심의 초점은 중국의 선택에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 금지를 명확히 규정한 안보리 결의안이 없었던 2009년에 북한이 광명성 2호를 발사하자 이를 안보리로 가져가 비난 성명을 채택한 것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런데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에 채택된 결의안 1874호에는 "모든 발사"를 금지한다고 되어 있다. 안보리 결의안 자체만 놓고 볼 때, 중국의 외교적 입지는 더욱 좁아진 셈이다.

그런데 안보리 회부는 중국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먼저 북중관계의 일정 정도의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안보리 회부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데, 이렇게 되면 또 다시 안보리 회부 논의가 부상할 수밖에 없고 이는 중국 외교의 딜레마를 증폭시키게 된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올 하반기 권력 이양에도 적지 않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당장 욕을 먹더라도 안보리 회부를 거부하거나 논의 수준을 최저치로 묶어두려고 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남북한 강경파의 '적대적 의존'을 경계한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 전개는 로켓 발사 정국을 타고 남북한 강경파들의 '적대적 의존'이 강화되는 것이다. 아마도 북한 내부에서는 위성 발사 이후 다음 카드를 둘러싸고 두 가지 입장이 대립하게 될 것이다.

하나는 위성 발사 이후 강경 카드를 최대한 자제해 대화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위성 발사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리고 김정일의 유훈 사업을 관철해 '강성국가'의 포문을 여는 것이며 김정은 체제의 공식화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인 만큼, 이후에는 "경제 발전을 위한 평화적 환경 조성"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이다.

반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위성 발사를 문제삼는 것은 '자주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인 만큼, 3차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 활동 가속화 등 '핵 억제력'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북한 내부의 정책결정 과정은 외부 세계의 대응 수위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MB 정부와 새누리당 등 남한 내 강경파들은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을수록 이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들 것이다. 이미 총선을 앞두고 '안보 프레임' 짜기에 여념이 없었던 국내 극우·보수파들은 최근 북한의 위성 발사를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안보리에서 대북 규탄 성명이나 결의가이 나오면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다.

만약 사태가 여기까지 진전되면, 민간인 사찰문제를 비롯한 MB 정부의 각종 악행을 덮고 총선 이후 및 대선 정국을 '안보 정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론 및 국가안보론을 앞세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제주 해군기지 비판 세력에 대한 공세도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로켓 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까지 강행한다면, 그것은 야권 공세의 빌미가 아니라 MB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의미할 뿐이다. MB 정부 들어 '한미동맹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북핵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안보도 크게 불안해졌다. 평화적 생존권을 포함한 민주주의와 자연 환경, 그리고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 한국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이념 대결로 밀고가려는 것도 구악의 답습일 뿐이다.

세계 최연소 핵보유국 지도자가 된 김정은 정권도 현 상황을 오판해서는 안 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못 다 이룬 꿈의 핵심은 "인민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세상"이다. 이는 '핵 억제력'에 집착할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는, 그러나 생각과 정책을 달리 한다면 그 문을 열 수 있는 '강성국가'의 참풍경이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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