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한 상세한 분석에 앞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만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광명성 3호를 발사하려는 의도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도발을 통해 미국의 관심을 끌고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북한식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과의 2.29 합의 파기와 이에 따른 24만 톤의 영양 지원 중단을 각오하고 로켓 발사를 강행하려고 한다. '도발→대화→보상'으로 이어진다는 판에 박힌 분석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가장 큰 목적은 역시 체제 결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광명성 3호 발사가 예고된 4월 12~16일 언저리에는 제4차 노동당 대표자회(11일)와 고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기념식(4월 15일 태양절) 및 '강성국가' 선포 등 국가적 행사들이 놓여 있다. 또한 광명성 3호 발사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존 때부터 추진되어온 사업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가 이를 취소하기도 힘들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1기 체제의 공식 출범에 즈음한 1998년 8월과 2기 출범을 알린 2009년 4월에 각각 광명성 1호와 2호를 발사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광명성 3호 발사는 할아버지 탄생 100주년을 기리고 아버지의 유훈을 관철해 '3대 세습'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국내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성격이 짙다.
이로 인해 미국의 24만톤의 영양 지원과 어렵게 재개된 북미대화를 수포로 만들더라도 그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김정은 체제의 판단인 셈이다.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체제 결속과 과시를 우위에 둔 북한 체제의 '민생 결핍증'이 거듭 확인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광명성 3호는 '2차 공격 능력' 확보용
물론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의도는 '국내 정치용'으로 끝나지 않는다. 탄도미사일 성능 향상을 통한 '핵 억제력'에 대한 집착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할 예정인 로켓이 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실제로 위성이 될 것이 확실하지만, 그것이 탄도미사일과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김정일 사후 북한 매체들은 "핵보유국과 위성 발사는 대국들의 틈에 끼여 파란 많던 이 땅을 영영 누구도 넘겨다보지 못하게 했다"며, 김 위원장의 최대 업적을 핵과 위성 보유라고 못 박았다. 이는 위성이 언제든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광명성 3호' 발사에 내포된 군사적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이 위성의 발사체인 '은하 3호'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다. 또한 발사가 예고된 로켓 기지인 평안북도 동창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이곳에서 로켓을 발사하면 동쪽인 함경북도 무수단리에 이어 서쪽에도 장거리 로켓 발사 기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게 된다.
▲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장면 ⓒ연합뉴스 |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로켓 발사 이후의 시나리오에 북한 강경파들의 '검은 속셈'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강력한 '핵 억제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핵탄두의 소형화와 핵무기의 추가 생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핵탄두의 소형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핵실험이 요구되고, 핵무기의 추가 생산을 위해서는 '평화적 목적'이라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군사용으로 전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북한의 로켓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되어 또 다시 비난 성명이나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면, 북한 강경파는 3차 핵실험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다. 미국의 2.29 합의 파기 선언 역시 북한의 우라늄 농축 가속화의 빌미가 될 것이다. 북한이 실제로 이러한 조치들을 취할 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시 강경파들의 발호를 견제할 수 있는 외교적 지혜가 요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펜타곤, "한-미-일 MD 3자 대화"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가 야기할 동아시아 지정학의 가장 큰 파장은 미국 주도의 MD 강화이다. 이와 관련해 3월 26일 미국 국방부 고위 관료는 주목할 만한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 미국, 일본이 아시아 지역 MD 구축을 위해 3자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매들린 크리던 국방부 글로벌 전략담당 차관보는 '유럽 MD'와 흡사한 지역 MD 시스템을 아시아와 중동에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시아에서는 한-미-일과 미-일본-호주 두 축으로 3자 대화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3월 26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이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계획 발표 이전부터 한-미-일 MD 대화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국방부 핵·미사일방어 정책 담당 부차관보인 브래들리 로버츠는 북한의 발표보다 닷새 앞선 3월 12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국은 일본·호주 및 일본·한국과 3자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MD는 이들 대화에서 다뤄지고 있는 주제다. 이러한 3자 대화는 국제적인 MD 협력을 확대하고 지역 안보를 강화하며 동맹국의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노력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일본과 호주는 이미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 의사를 공식 밝힌 반면에, 이명박 정부는 "참여 계획이 없다"는 말로 일관해왔다. 그런데 미국은 한미 양자 수준을 넘어 한-미-일 3자 차원의 MD 대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미국이 말하는 지역 MD의 핵심이 해상 이동식 시스템인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라는 점에서 한국의 미국 주도의 MD 체제 편입 및 제주해군기지와의 연관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미일 3각 MD 논의가 어느 수준까지 추진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이는 미국의 오랜 숙원이었다. 이와 관련해 2010년 9월 미국 국무부의 검증 및 순응·이행부서(Bureau of Verification, Compliance, and Implementation)의 프랭크 로즈 부차관보의 발언은 미국의 속내를 잘 보여준 바 있다. 그는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은 이미 중요한 MD 파트너들"이라고 일컬으면서 양자 협력을 넘어선 다자간 MD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로즈는 다자적 접근이 세 가지 이유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으로는" 적의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능력을 강화시켜주고, "운용상으로는" 데이터와 요격미사일 공유 등의 방식으로 MD 작전 능력을 증진시켜줄 것이며, "재정적으로는" MD 동맹국들 사이의 중복투자를 줄여 비용 절감형 MD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미-일이 손을 잡으면 공동의 적(common enemy)도 확실히 하고 정보도 주고받을 수 있으며 돈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광명성 3호에 대한 한미일의 대응은 실전 훈련을 방불케 한다. 미 해군은 최신형 MD 레이더인 '해상 배치 X-밴드 레이더'(Sea-Based X-Band Radar)를 3월 23일 하와이 태평양 사령부에서 태평양으로 발진시켰다. 탐지 거리가 반경 2000km에 달하는 X-밴드 레이더는 수집한 정보를 요격 미사일에 전달하는 MD 체제의 '눈'에 해당한다.
일본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3월 22일 유사시 북한의 로켓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린 방위성은 오키나와 근해에 이지스함 2척을, 동해에도 이지스함 1척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들 이지스함에는 MD용 미사일인 SM-3가 장착되어 있다. 또한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도 이시가키 섬과 오키나와에 배치키로 했다.
▲ 패트리어트 미사일 ⓒ연합뉴스 |
한반도와 MD, 악연을 끊어야
한국도 북한의 광명성 3호가 정상궤도를 이탈할 경우에 대비해 요격 준비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요격미사일은 이지스함에 장착된 SM-2와 지상에 배치된 PAC-2이다. 그런데 이들 요격미사일은 근접 폭발 방식을 채택한 항공기 요격용이다. SM-3나 PAC-3와 같이 '맞춰서 요격하기'(hit-to-kill) 방식이 아니어서 탄도미사일을 잡는 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 정부가 북한 로켓 요격을 공언하고 나온 데에는 석연치 않은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자극해 SM-3나 PAC-3와 같은 고가의 MD용 무기 도입을 추진하고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과도 MD 협력 강화를 염두에 둔 '군불떼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집권 초기부터 미국 주도의 MD 참여에 호의적이었던 MB 정부는 가랑비에 옷 젖듯 미국 MD에 편입되는 길을 걸어왔다. 한미 합동으로 MD 공동 연구팀을 발족했고, 해상 MD 훈련도 함께 실시했다. 오키나와와 괌을 방어하는데 한국의 기여를 모색하기 위한 밀실 협의도 벌여왔다. 미국 정부가 한국을 일본, 호주 등과 함께 대표적인 MD 협력 국가로 분류하고 있는 것도, 공개적으로 한-미-일 MD 대화 추진 사실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MD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MD 편입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과 한반도 및 동북아의 군비경쟁과 신냉전을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과 MD의 근본적인 한계를 고려할 때, 믿을 만한 방패라고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도 MD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미국은 MD의 유용성이 적대국의 탄도미사일 가치를 떨어뜨려 미사일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MD의 직접적인 상대국들인 북한과 이란은 물론이고 잠재적 상대국들인 중국과 러시아도 더 많은 미사일을 만들어 MD를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의 역할은 '21세기 철의 장막'인 MD에 한국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MD의 질기고도 기구한 악연을 끊는 데 두어야 한다.
* 북의 광명성과 한미일의 강경 대응 (상): ☞ 로켓 비용이 北 주민 1년치 식량?…도 넘는 '북한악마화'
* 다음에 이어질 글 : 광명성 3호가 발사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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