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라는 카드를 꺼냈을까? 북한은 자신들의 인공위성 발사는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주권국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의 합의에 따르더라도 인공위성 발사를 제한하는 어떠한 규정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추진체의 기술이 사실상 미사일과 같은 기술이며 추진체에 (핵)탄두를 탑재하느냐, 인공위성을 탑재하느냐의 차이만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의 이번 발표는 2009년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1874호 결의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안보리 결의 1874호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국제사회의 비판과 2.29 합의가 위태로워질 것을 예상하면서도 위성 발사를 강행하고자 할까? 그것은 현재의 북한이 처한 현실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미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풀릴 수 있는 수수께끼이다.
우선, 북한의 내부 상황부터 보자. 현재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와 안정이 최우선의 과제이며, 김정은의 권력 승계와 안정에 있어서 김정일의 노선을 충실히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단순히 말하자면, 김정일의 유훈으로서 인공위성 발사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충실한 승계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카드인 것이다.
또한 2012년 강성대국 선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4월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이해 국가적인 이벤트를 통해 강성대국의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는 주로 국내정치용이라 할 수 있으며, 4월 예정되어 있는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당대표자회를 통한 김정은 체제의 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북한이 치밀하게 계획한 대형 국가 이벤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외부의 압력에 의해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현재 미국을 비롯한 러시아,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EU)과 중국까지도 우려와 비난을 보내고 있지만 쉽게 발사 강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북미간의 미묘한 변화의 기류를 들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예상을 깨고 오랫동안 갈등과 교착 국면을 지속해왔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의 출범 및 대북 강경정책과도 관계된 것이지만, 2009년 북한 광명성 2호 인공위성 발사 실험과 핵실험 등으로 인해 북미간의 대화는 중단되고 냉각기를 가져왔다. 북한은 이에 대응해 중국과의 밀착관계를 더욱 강화시키면서 새로운 북중 협력관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북한과 미국이 물밑에서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마침내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도 불구하고 2.29 합의에 이르기까지 대화와 협상의 국면을 열어가게 되었다. 때마침 2012년은 미국, 한국 그리고 중국에서의 권력교체가 예상되는 시점이며, 미국은 올해의 대선 때문에 한반도에 대한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해지게 되었다.
더욱이 2.29 합의 이전에 이미 북한이 미국에 위성 발사 사실을 통보했고, 미국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구두 경고의 차원에서만 그치고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데에서도 북미간의 변화된 기류를 읽을 수 있다. 미국 협상 팀의 실수였는지 아니면 북미 양측 모두 합의의 필요성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심각한 논의를 뒤로 미루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광명성 3호 발사에 대한 미국의 사전 인지와 그럼에도 합의문의 발표라는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객관적 상황이 북한으로 하여금 발사를 강행하게 하는 중요한 동기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장면 ⓒ연합뉴스 |
이로 인해 적어도 당분간은 북한과 국제사회의 갈등이 커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북한의 발사를 멈추게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북한의 발사 강행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북한을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며, 북한 역시 외세의 압력에 의해 발사 취소를 결정하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재의 측면에서도, 이미 북한만큼 국제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제제를 받고 있는 나라를 찾기는 힘들다. 그러기에 이번의 광명성 3호 발사가 비록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조약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것을 제한받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중국이 북한의 이번 발표에 대해 우려의 뜻을 북한에 표명했지만, 유엔 안보리에서의 추가적인 제재에 찬성할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높지 않다. 중국은 북한에 우려의 뜻을 표함과 동시에 주중 한국 대사를 불러서도 '냉정과 자제'를 당부하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 북한과 밀착관계를 보이면서 여러 가지 대규모 경협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중국의 입장에서 이 문제가 동북아의 혼란과 불안정,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북한으로서는 최대한 국제사회에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투명성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국제 언론 및 해외 전문가 등을 초청해 발사 장면을 보여주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발사 이후 일정한 기간 동안은 미국, 한국,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 비판이 높아질 것이다. 2.29 합의는 개시되지 못한 채 표류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이미 초청 의사를 밝힌 IAEA 사찰단의 영변우라늄 시설 감시 활동과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의 중단 등의 성과를 뒤로 돌리기에도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의 발사 강행이 단기적으로는 냉각기를 거치는 갈등의 시간을 만들어내겠지만,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는 대화의 국면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볼 수 있다.
이 모든 논란에 앞서 한 가지에 집중해 생각해보자. 이번의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실험을 미사일 실험으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인공위성 발사라고 보아야 할까? 북한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제사회는 미사일 혹은 로켓으로 표현하고 있고, 북한은 일관되게 인공위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만약 인공위성이라고 인정한다면, 이는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별다른 명분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인공위성 발사의 권리는 모든 주권국에게 허용된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라면? 그것은 세계 평화를 파괴하는 '도발'로 규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무엇일까? 북한과 미국이 벌이고 있는 '말대 말'의 공방을 정확히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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