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라는 큰 사건이 터졌다. 누가 최상층부에서 지휘했고, 어느 정도 범위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사찰했는지, 그리고 그 불법성의 정도와 사찰의 불순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앞으로 명확하게 밝혀지리라 믿는다.
청와대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있었던 일이라고 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꽂혀야 할 과녁을 두 개 만들어서 하나의 화살을 쏴야 하는 유권자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먹혀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특히 신중하게 결정하는 부동층과 논리적인 추론을 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현 정부의 전략이 먹혀들기 어려운 이유는, 정보의 불균형이 이제 균형점을 향해 복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싸움을 하는 선수 A와 B 중에서 A에게 불리한 정보는 이미 다 공개된 반면 B에 불리한 정보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을 때, 앞으로 공개될 정보는 거의 모두 B에 불리한 정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유권자는 A에 관한 정보의 재탕에는 이미 식상해 하지만 B에 관한 새로운 정보에는 충격으로 반응한다.
현 정부는 집권을 전후해 줄기차고 끈질기게 전 정권이 했었던 일들을 이 잡듯이 뒤지면서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유통시켰다. 의혹의 수준에 있는 정보도 받아쓰기만 하는 언론을 통해 살포함으로써 전 정권 및 반대세력을 무력화시켰다. 이렇게 이 잡듯이 뒤진 정보는 이제 주류 언론을 통해 나올 만큼 거의 다 나온 것 같다. 그 정보가 정확하든 정확하지 않던, 그 정보에 영향을 받은 유권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전 정부를 심판했다.
반면 현 정부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괴담'으로 치부하거나 법적 대응, 언론을 통한 인격살인, 다양한 형태의 협박 및 언론 통제를 통해 막아왔다. 이제 전 정부와 관련된 정보는 재활용 정보이고, 현 정부의 비리와 무능에 관련된 정보는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뉴스이다. 그러한 뉴스는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계속 눈과 귀를 가리고 권력을 남용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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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대선 : 침몰하는 배에 올라타서 생존하기
아무리 흙을 부어 흙탕물을 만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흙은 밑으로 가라앉아 물이 맑아진다. 마찬가지로 정보화 시대의 레임덕 정부가 비리와 부정을 아무리 막고자 해도 결국 맑고 투명하게 공개된다. 현 국면은 정부가 레임덕에 들어선 정권 말기이고, 정보가 인터넷과 SNS로 빠르게 돌아다니는 총선을 앞둔 국면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권 말기이기 때문에 전 정부에 대한 비리와 부정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 게 거의 없다. 이미 다 써버렸다. 반면 레임덕에 처한 현 정부의 비리와 부정은 이제부터 계속 터져 나올 것이다. 전 정부와 현 정부에 대한 '투명성의 균형'이 복원되면 현 정부의 비리와 부정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와 양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둘째, 그 비리와 부정에 대한 정보는 부동층과 젊은 세대에게 '빛의 속도'로 퍼져나갈 것이며 그들은 깨어나서 움직일 것이다. 결국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의 총선이 되어 여소야대의 국회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부와 여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막아보려 하겠지만 이제 더 이상 쓸 효과적인 실탄을 찾기 어렵다. 이미 써 먹은 전 정부 비방을 재활용하거나 북한을 부각시키는 북풍이라는 실탄이 남아있지만, 그 위력은 이미 반복된 학습효과에 의해 대부분 사라졌다.
정부와 여당에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국회를 여소야대로 만들면 정치권력의 속성상 현 정부의 비리와 부정, 탈법에 대한 투명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막고자 하는 세력보다는 터뜨리고자 하는 세력이 더 많고 힘이 세기 때문이다. 그리고 총선 이후부터는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 여소야대의 국회는 대선에 올인하면서 현 정부의 비리와 무능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현 정부의 추한 몰골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 정부와 협력관계를 맺었거나 관련이 있는 정치세력은 차기 대권의 고지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현 국면에서 새누리당은 거꾸로 움직이는 듯하다. 총선이라는 전투에서 어떻게든 선방하기 위해 현 정부와 영혼을 교합하는 결정적 실수를 범한 것이다. 그들은 곧 대선이라는 전쟁을 치르면서 총선 전투의 실수를 두고두고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영혼의 교합으로 인해 침몰하는 배 위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정치는 수시로 꿈틀대는 생물이다. 언제 어디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그러나 큰 흐름을 보면 정보와 투명성이 야권에 유리하게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새누리당이 앞으로 어떻게 '창조적으로' 대응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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