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을의 민주당 후보인 김희철 의원은 전날 이정희 대표 본인도 인정한 '여론 조작' 문자 메시지라는 명확한 근거를 갖고 있다. 이 대표가 보좌진이 저지른 일이라며 사과하고 재경선을 하자고 한데 대해 김 의원은 "범법자하고 어떻게 재경선을 하나, 그런 짓을 또 할 것"이라며 일축하고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문제가 된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의 수 등을 고려했을 때 "용퇴가 아닌 재경선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면서 재경선 없이는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관악을의 경우에는 통합진보당 측의 부정행위가 이미 밝혀진 만큼 이정희 대표에게 사퇴를 계속 요구할 것이냐 재경선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민주당의 결정과, 재경선 주장을 고수할 것이냐 이 대표를 사퇴시킬 것이냐 하는 통합진보당의 입장에 따라 사태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당 대 당' 차원의 문제가 된 셈이다.
▲민주통합당 김희철 후보(관악을. 가운데)와 고연호(은평을. 왼쪽), 이동섭(노원병. 오른쪽) 후보가 21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
나머지 3곳의 경우 민주당 후보들이 통합진보당의 사퇴를 요구하며 든 '부정행위'의 주요 근거는 '통합진보당 측에서는 여론조사 시작 시간과 어느 연령대의 샘플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노원병 지역구의 이동섭 후보는 이를 근거로 "여론조사기관과 (통합진보당이) 내통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노회찬 후보에게 3배 가까운 차이로 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론조사 시작 시간은 양 당 간에 합의한 시행세칙에 18일 오전 10시부터로 돼 있다. 어느 연령대의 샘플이 부족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와 관련해 통합진보당 측 한 관계자는 "사무실에 있으면,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지지자들이 전화를 한다. '나이를 40대라고 밝히니 40대는 다 찼다고 하더라'며 (지지자들이) 당에 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황을 알게 된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해당 연령대 유권자들의 여론조사 참여 독려는 잘못이 아니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다만 경기 고양덕양갑 지역구의 경우 민주당 박준 후보는 통합진보당 심상정 후보 측에서 '일당 7만 원을 주고 선거운동원을 고용해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심상정 선본 측에서는 사실 무근이라며 허위사실 유포로 이날 오후 박 후보를 고발하겠다고 하고 있다. 고양덕양갑의 여론조사 결과 판세도 노원병과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민주당 측 후보들이 실제로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자신이 당선되지는 못해도 통합진보당 후보들을 낙선시킬 정도의 영향력은 충분히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이후 전개에 관심이 모인다. 이정희 후보 측의 '여론조작' 문자메시지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로 인해 타결 열흘 남짓 된 야권연대가 칼날 위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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