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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당겨 받은' 오바마의 허무 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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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당겨 받은' 오바마의 허무 개그

[정욱식의 '핵과 인간'] 프라하 연설과 '핵 없는 세상'

"20세기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웠습니다. 21세기에는 모든 사람들이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일어서야 합니다. 핵무기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핵 강대국인 미국은 행동을 해야 할 도덕적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지만, 우리는 앞장설 것이고 또 시작할 것입니다. 오늘 저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안보와 평화를 추구해나갈 미국의 공약을 확신을 갖고 분명히 말합니다. 저는 순진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목표는 금방 달성될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내심과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4월 5일 체코 프라하에서 연설한 내용의 일부이다.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겠다는 것은 오바마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핵 강대국으로서 이러한 세계를 추진해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핵무기 없는 세계'로 가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그 내용으로는 ▲미국은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을 추진할 것 ▲2010년에 핵무기 관련 정상회의 개최 ▲4년 이내에 핵물질에 대한 국제적 통제 방안 마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역량 강화 지원 및 핵확산금지조약(NPT) 개정 추진 ▲러시아와의 핵군축 협상 재개 ▲핵물질 생산 금지 조약 추진 ▲민간 핵협력 증진 및 핵무기로의 전용을 방지할 수 있는 국제 핵연료 은행 창설 등이다. 물론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은 적을 억제하고 우리의 동맹국에 대한 방어공약을 준수하기 위해 안전하고 확실하며 효과적인 핵무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이러한 오바마의 연설은 세계 언론의 머릿기사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나라는 체코의 유라시아 반대 편에 있는 북한이었다. 오바마는 G-20 정상회의(런던)와 나토 창설 60주년 기념식(브뤼셀) 참석에 이어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 비전을 발표해 유럽 순방의 백미를 장식하려고 했다. 그런데 북한이 오바마의 프라하 연설 일곱 시간 전에 로켓을 발사해버렸다. 북한이 고의로 로켓 발사 시점을 오바마의 연설 직전에 맞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라도, 오바마로서는 상당히 불쾌했을 법하다. 세계 언론의 머릿기사를 가로치기 당한 오바마는 직접 연설문을 수정해 북한이 발사한 인공위성을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2호"라고 부르면서 초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북한의 도발은 유엔 안보리의 행동뿐만 아니라 이러한 무기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우리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며, "규범은 구속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벌을 받아야 하며, 말(Words)은 무언가을 의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강력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정일의 로켓 발사와 오바마의 프라하 연설의 극적인 엇갈림은 이후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되고 말았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력히 성토하면서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통해 핵문제 해결을 공약했던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일이 쏘아올린 로켓에 대북포용정책마저 달려보냈다. 오바마는 북한의 로켓 발사를 "도발"로 간주하고 유엔 안보리로 이 사안을 가져가 규탄 성명 채택을 주도했다. 유엔 안보리가 어떤 나라의 위성 발사를 문제삼은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자국의 주권과 평등권 침해로 간주한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또 다시 유엔 안보리는 강도 높은 대북 제재 결의안 1874호를 채택했다.

2009년 상반기 파국이 북-미간의 불신을 증폭시킨 결정적인 요인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던 데에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초기인 2009년 2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길에 나서면서 북한의 핵 폐기 준비시 평화협정 체결, 관계정상화, 대규모의 경제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스티븐 보즈워스를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해 대북특사로 파견하고자 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특사 제의를 거부하면서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것(9.19 공동성명과 그 이후의 진전)을 토대로 상황을 더 진전시키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는데, "평양은 대화보다는 미사일과 핵실험 같은 도발행위로 반응"한 것이다. 취임 초기 적극적 포용(engagement) 시도가 "북한의 도발"에 의해 배신당했다고 판단한 오바마 행정부는 강력한 한-미-일 공조체계를 바탕으로 "북한의 패턴을 종식시키겠다"는 강경기조로 돌아서고 말았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2009년 노벨 평화상 수상 장면

오바마의 '핵무기 없는 세계' 구상

프라하 연설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한 오바마는 그 해 9월 24일에 열린 '핵 비확산과 핵군축을 위한 유엔 안보리 회의' 의장을 맡아 결의안 채택을 주도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미국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오바마가 핵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엿보게 한다. 오바마는 이에 힘입어 많은 논란을 수반하면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핵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후속 협상에 나섰고, 포괄 핵실험 금지 조약(CTBT) 상원 비준 및 핵물질 생산 금지 조약(FMCT)의 조속한 발효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의 구상은 2009년 9월 24일 유엔 안보리 회의를 통해 '국제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초안을 내고 안보리 이사국들의 검토를 거쳐 채택된 결의안 1887호,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 핵 비확산과 핵군축'은 2010년 4월에 열리는 핵 안보 정상 회의와 5월 NPT 회의의 의제를 미리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 결의안 전문에는 ▲ '핵무기 없는 세계'의 조건 창출, ▲ 대량 살상 무기 및 그 운반 수단의 확산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을 초래함, ▲ NPT 강화 및 이 조약의 세 기둥인 비확산-핵군축-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사이의 조화로운 발전, ▲ 미.러간의 START 협상 재개 환영, ▲ 지역 차원의 비핵 지대 확대와 창설지지, ▲핵 테러리즘 예방을 위한 지구적 노력 배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29개항으로 이뤄진 본문의 요구 사항들 중 상당 부분은 NPT 강화에 맞춰졌다. 먼저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나라는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야 하고, NPT 의무를 이행하는 나라들에만 평화적 이용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NPT 제10조의 탈퇴 권리에 따라 이 조약에서 탈퇴하더라도 NPT 회원국들이 여기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처하고, 탈퇴 이전에 NPT를 위반했다면 해당 국가가 국제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되었다. 또한 IAEA 안전조치협정을 위반했거나 NPT를 탈퇴한 국가들에는 핵물질과 핵장비를 공급한 국가가 그것들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다른 나라에 핵물질과 핵장비를 공급한 국가는 수출을 결정하기 전에 수입국이 IAEA 추가 의정서에 서명하고 그것을 비준했는지를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NPT 비회원국들에게 조속히 비핵 국가 지위로 이 조약에 가입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NPT 비회원국 비회원국은 북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4개국이다. 핵보유국들에게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우선 NPT 회원국이면서 비핵 국가들에게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1995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 984호를 재확인했다. 또한 NPT 제6조에 규정된 핵보유국의 핵폐기 협상 개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CTBT 발효를 위해 핵보유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핵무기 제조로 전용될 수 있는 핵분열 물질 통제 방안들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우선 FMCT의 조속한 발효를 촉구하는 한편, IAEA를 통한 핵연료 주기의 국제적·다자적 통제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아울러 핵 테러리즘 방지가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수출입 통제 체제 강화, 유엔 회원국들 사이의 공조 체계 구축, 핵밀수 차단을 위한 국내 법적 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오바마는 또한 러시아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협상에도 시동을 걸었다. 두 나라 사이의 핵군축 협상은 냉전 해체기인 1991년 7월에 1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I)을 체결해 핵탄두는 6,000개, 운반 수단은 1,600개까지 줄이기로 한 이후에 사실상 중단됐었다. 오바마와 메드베데프는 '잃어버린 20년'을 딛고 2010년 4월 8일 체코 프라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서명식을 가졌다. 프라하는 2009년 4월 5일에 오바마가 '핵무기 없는 세계' 연설을 한 곳이다. 그로부터 1년 후 미.러 정상의 핵군축 협정 조인식까지 열림으로써 프라하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상징적인 도시로 떠올랐다. 협정의 핵심적인 내용은 2017년까지 실전 배치된 전략 핵탄두를 1,550개로, 그 운반 수단을 800개로 줄인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이러한 핵정책은 부시 행정부 때보다는 확실히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자신의 의무 사항에는 눈감으면서 NPT를 북한 및 이란에 대한 압박 도구로만 이용하려 한다는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에 직면했었고, 이것이 NPT 위기의 핵심 요인이었다. 이에 반해 오바마 행정부는 NPT 재건 및 강화를 외교 정책의 핵심적인 목표로 삼아, '미국도 모범을 보일 테니, 다른 나라들도 협조하라'는 기조를 보였다. 또한 부시 행정부가 '핵 선제공격 독트린'을 채택한 것과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핵무기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줄여 나간다는 입장이었다.

노벨평화상이 아깝다!

임기 첫 해인 2009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한 말'로 평화상을 거머쥔 아주 드문 경우였다. 일종에 선불로 평화상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후 오바마가 한 일은 '노벨평화상이 아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바마의 제안으로 성사된 핵안보 정상회의는 '핵무기 없는 세계'와는 거리가 먼 50개국 국가수반들의 사교 모임으로 전락했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같은 NPT 비회원국이자 미국의 동맹.우방국인 핵보유국들에게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꺼려했다. 비핵 국가에 대한 안전 보장을 국제법으로 만들자는 상당수 비핵 국가들의 요구도 뿌리쳤다. 이는 2010년 NPT 회의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핵심적인 요인이었다. 또한 <뉴욕타임즈>가 "오바마의 놀란 만한 이란 정책"이라고 혹평했을 정도로, 대화에는 소극적이면서 제재에는 적극적이었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그의 취임부터 2012년 3월 현재까지 6자회담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을 정도로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해놓고 한국에 대해서는 핵우산 강화를 천명하고 말았다.

오바마는 미국 내에서도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CTBT 비준을 공언했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막혀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의 New START 비준을 받아내는 대신에, 공화당에게 핵무기 현대화 및 MD 구축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하고 말았다. 이는 공화당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지만, '핵무기 없는 세계'를 더욱 멀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투성이 '거래'였다. 이를 뒷받침하듯 오바마 행정부는 10년간 5천억 달러 안팎의 군사비를 줄여야 할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10년간 1800억 달러를 핵무기 현대화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군사비 삭감을 핵무기 및 MD 감축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안보 공세를 의식해 뒷걸음친 것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모습은 2010년 핵태세검토(NPR) 보고서를 통해 나왔다. 오바마는 2009년 말에 "핵무기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며, 핵 태세 재검토를 지시했다. 당시 오바마의 지침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는 실전배치된 전략 핵무기를 수천개가 아니라 수백개를 기준으로 삼아 미국 핵전력을 재구성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조건을 좁혀서 핵 독트린을 작성하라는 것이다. 셋째는 핵실험과 새로운 핵탄두를 생산하지 않고도 핵무기의 신뢰도를 유지하는 방안을 찾으라는 것이다. 그러자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최소한 테러집단 및 북한과 이란에 대한 핵 선제공격 옵션을 공식 철회하고, 일촉즉발의 발사 태세를 유지해온 핵미사일을 경계 해제하며, '삼중점(triad)' 즉, 폭격기, 잠수함발사핵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 가운데 하나는 퇴역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어느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오바마의 NPR이 이전 핵전략에 비교할 때, 전향적인 내용이 일부 담긴 것은 사실이다.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미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비핵국가에 대해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를 천명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미국은 NPT 회원국이고 이 조약상의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국가들을 상대로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특히 미국과 동맹국의 재래식 군사력 및 미사일방어(MD)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돼 "(적대국의) 비핵 공격, 즉 재래식 무기와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공격을 억제하고 대응하는데 미국 핵무기의 역할은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의 소극적 안전보장에는 3가지 조건이 달려 있다. 첫째는 비핵국가여야 하고, 둘째는 NPT 회원국이어야 하며, 셋째는 NPT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NPR 보고서는 "NPT 회원국으로서 이 조약상의 의무를 완전히 준수할 때 안보적 이익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비핵국가들로 하여금 비확산 체제 강화를 위해 미국 등 관련국들과 협력할 것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미국 핵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NPT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다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핵보유국들뿐만 아니라, NPT에서 탈퇴해 두 차례의 핵실험을 한 북한과 대표적인 NPT 위반 국가로 지목받고 있는 이란은 미국의 핵선제공격 대상으로 남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NPR 보고서는 "핵보유국들과 NPT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나라들이 미국이나 동맹·우방국들에게 재래식 및 생화학 무기 공격을 가하려는 것을 억제하는 데 있어서, 좁은 범위 내에서 미국 핵무기의 역할은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적대국이 재래식이나 생화학 무기로 공격할 경우에도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핵 선제공격 옵션'이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NPR의 공개 문서에서는 북한과 이란을 소극적 안전보장의 예외라고 명시하지는 않았다(참고로 NPR 보고서는 관례상 공개 문서와 비밀 문서로 나눠져 작성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4월 5일자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이란을 "예외국들(outliers)"라고 부르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소극적 안전보장에서 제외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핵무기의 역할을 미국이나 동맹·우방국들에 대한 적대국의 핵공격을 억제하는 것에 한정한다는 "유일한 목적(sole purpose)" 정책을 채택하지 않았다. 이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천명한 오바마 행정부조차도 '핵무기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정책을 또 다시 거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한계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한 오바마 행정부조차도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결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전략을 혁신적으로 바꿀 경우, 미국 보수파의 안보 공세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는 일면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핵보유국들은 물론이고 일부 비핵국가에 대해서도 핵 선제공격 옵션을 유지하면서, 과연 당면 과제인 북한과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국제사회의 동참과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는 극히 의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오바마의 프라하 연설 3년이 지나도록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실질적인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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