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사는 이날 오후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서울 충정로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왕재산 사건에 평통사를 엮어넣고 있다"면서 "압수수색은 내용이 부당하고 영장 발부 과정이 부도덕하며 집행 과정도 과잉·불법으로 가득차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날 오전 평통사 오혜란 사무처장과 김종일 현장팀장, 유정섭 인천평통사 사무국장, 김강연 교육부장을 대상으로 이들의 사무실과 거주지, 평통사 서버 관리업체인 '진보네트워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유정섭 국장이 이른바 '왕재산 간첩단'의 지역책에 포섭된 인물로, 인천평통사는 그 하부조직으로, 평통사 전체는 왕재산과 관련된 조직으로 표현돼 있지만, 이들이 왕재산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근거는 전혀 적시하지 않고 있다고 이들은 밝혔다.
배종열 평통사 상임대표는 평통사가 왕재산 간첩단과 연계돼 있다거나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 "웃기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배 대표는 "우리는 북녘 정부에 대해 '왜 잘못하고 있느냐'고 해왔지 그 밑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면서 "(평통사는) 왜 미국에 유연한 태도를 취하느냐고, 더 자주적으로 해야 한다고 (북한을) 압박해왔다"고 말했다. 평통사는 또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단체로 매도하는 것은 평통사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8일 국정원과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이 단체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수사를 '공안 탄압'으로 규탄했다. 배종열 평통사 상임대표(오른쪽 세 번째)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프레시안(곽재훈) |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국정원이 밝힌 혐의 내용은 평통사가 그동안 공개적으로 수행해온 거의 모든 활동들을 망라하고 있다"면서 "이들 내용은 우리 사회의 자주와 평화, 통일을 위한 정당하고 합법적인 활동(인데도…) 국정원은 이런 활동들을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평통사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문제삼은데 대해 이들은 "외국 군대의 장기적 주둔은 우리 주권을 제약하는 비정상적 상태로서 평화협정 체결과 실현 과정에서 당연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며 통일부 연구용역에도 한반도 평화협정의 의제로 외국군대 주둔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평통사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조의문을 보낸 것에 대해 국정원이 '발송 경로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면서, "통일부의 사전접촉 승인에 따라 문안까지 통일부와 협의해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를 밟아 조의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이처럼 허위사실을 날조하거나 사실을 교묘히 은폐 왜곡하는 방식으로 영장담당 판사를 속여 영장을 발부받는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위를 했다"고 강력 비난했다.
이들은 "국정원이 허위 사실까지 날조해가면서 불법 부당하게 평통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감행하는 것은 제주 해군기지 저지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평통사를 색깔론으로 매도해 투쟁을 잠재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궁지에 몰린 이명박 정권이 (…) 공안탄압을 통해 자신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배종열 대표는 "압수수색 대상인 세 사람은 강정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분들"이라며 "국정원이 아닌 해군이나 국방부의 용역깡패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정원이 영장 집행 과정에서 영장 범위를 넘어 대상 인물이 아닌 다른 평통사 실무자의 책상까지 무차별 수색을 하거나 가족 구성원의 물품까지 무단으로 압수하고, 역시 압수수색 대상이 아닌 평통사의 다른 기관에 대한 기자의 접근까지 막는 등 부당한 법 집행을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은 논평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 SNS 할 것 없이 마구잡이 탄압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해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저열한 꼼수"라며 "이명박 정권은 구시대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으로 정치사상, 표현의 자유를 가두고 진보·평화단체와 민주시민을 옭아매려는 구태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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