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에 대한 전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다. 국정원은 8일 오전 8시30분경 서울과 인천, 제주 강정마을 등지에 있는 평통사 간부들의 신변과 자택, 사무실을 대상으로 거의 동시에 수색을 시작했다.
수색 대상은 평통사의 오모 사무처장과 유모 인천지부 사무국장, 김종일 현장팀장의 자택 등과 서울과 인천에 위치한 평통사 사무실로 알려졌다. 이들 일부가 홈페이지 서버 등을 두고 있는 '진보네트워크'도 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김종일 팀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지금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 때문에 강정마을에 내려와 있는데, 여기에도 (수사팀이) 와 있고, 서울 집에도 와 있다"면서 "찬양·고무(국보법 7조1항) 뿐 아니라 통신·회합(8조) 금품수수(5조) 등의 혐의도 영장에 나와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예고되는 부분은 국정원이 '혐의 사실'로 보고 있는 것이 어떤 특정한 행위가 아니라 이 단체가 그간 벌여온 거의 모든 활동이라는 점이다. 시민단체의 활동 전반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김종일 팀장은 "(영장 내용은) 2003년 평통사가 재창립된 이후 벌여온 제반 활동과 주장들이 모두 북한의 입장과 똑같다는 것"이라면서 "평통사를 이적단체로 단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팀장은 "주한미군 철수라든가, 평화협정 체결 등의 내용이 광범위하게 보면 북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고, (한국전쟁 때 미군의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파주 무건리 훈련장 확정 반대 투쟁도 적시한 것으로 보아 제주 강정마을 관련 활동도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보법 위반 사실에 대한 구체적 근거가 취약하다"면서, 주요 '혐의' 사실이 그간 평통사 또는 소속 간부들이 해 온 공개강연, 기고문 등인 점에 비춰볼 때 "이미 인터넷에서 다 뽑아볼 수 있는 건데 광범위한 압수수색까지 한 것은 그런 자료들만으로는 구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그는 신자유주의 반대와 반전 등을 내세우는 진보단체들의 연대체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준)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마치 북한의 지령을 받아 한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면서 "영장 작성을 국정원 법무팀에서 했다고 하는데, 기본적인 인식도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근 평통사가 특별히 국보법 위반 논란을 일으킬 만한 활동을 벌인 바 없음에도 갑작스럽게 이번 수사가 진행된 배경에 대해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 인수위 때부터 그런(평통사가 이적단체라는) 얘기가 나왔고, '손을 본다'는 얘기가 수 년에 걸쳐 나왔는데 결국 정권 말기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집행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사 진행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혐의 사실 등 자세한 부분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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