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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총선 부정 시위, 푸틴의 '목' 더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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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총선 부정 시위, 푸틴의 '목' 더 조인다

혹한 속 10만 이상 운집 "푸틴 없는 러시아" 외쳐

"푸틴을 향한 우리의 분노는 눈덩이가 됐다. 지금 우리는 구르고 있다."

영하 20도의 강추위도 작년 12월 총선 부정을 규탄하는 러시아인들의 분노를 식히지 못했다. 3월 4일 대선을 통해 대통령 복귀를 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관제 데모로 맞섰지만 과거와는 다른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총선 부정을 비난하고 '푸틴 없는 러시아'를 외치는 시민들이 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모여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3만6000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으나 주최 측은 12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행진은 작년 총선 후 벌어진 세 번째 대규모 항의 시위였다.

정오 무렵 모스크바 중심가 남쪽 칼루슈스카야 광장에 모여든 반(反) 푸틴 시위대는 지지 정당별로 대열을 지어 약 3km 떨어진 크렘린궁 인근의 '늪 광장'으로 행진했다. 최대 야당 공산당, 자유주의 성향의 '야블로코당', 야권단체 '솔리다르노스티(연대)', 좌파 및 민족주의 성향 야권 단체 등이 모두 참가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결사체에 소속되지 않은 시위대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정직한 선거", "푸틴은 사퇴하라", "푸틴은 도둑", "우리는 권력 교체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약 1시간 동안 행진했다. 시위 참가자인 이반 프로로프(28)는 <가디언>에 "푸틴 치하에서는 많은 강도들이 권력을 잡았다"라며 "당국은 매우 폐쇄적이어서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우리는 소통하는 지도자들을 원하지 한 사람(퓐)만을 숭배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문은 지배 엘리트들이 국민들을 모욕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불만이 많이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이후 '늪 광장'으로 모인 이들은 오후 2시부터 집회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연단에 오른 야권 지도자 블라디미르 리슈코프는 "우리는 앞선 두 차례의 시위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블라디미르 추로프 사퇴와 부정 총선 결과 무효화 등을 요구했다"며 "이제 푸틴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일주일 전인 이달 26일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어 최근 선관위에 의해 대선 후보 등록이 거부된 자유주의 성향 '야블로코당' 지도자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극좌성향 정치단체 '좌파 전선' 지도자 세르게이 우달초프, 유명 가수 유리 쉐브축 등이 잇따라 연설했다.

경찰은 행진과 집회 내내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안전한 시위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했을 뿐 시위 저지에 나서지는 않았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의 충돌도 없었다. 이는 작년 총선 부정 선거 이후 줄곧 나타난 현상으로, 시위대를 자극하면 좋을 것 없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반정부 시위의 열기는 식지 않았고 올 봄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그 경우 푸틴에게 예상치 못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신문은 시위가 하나의 정치적인 힘으로 집약되지는 못하고 있고, 시위의 최종 목적도 명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현지 일간 <베도모스티>의 편집자인 막심 트루돌리우보프는 시위의 핵심 메시지는 '푸틴은 과거와 같은 고도의 중앙집권적 방법으로는 러시아를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테니스 라켓에 푸틴 얼굴을 그려 시위에 나온 모스크바 시민 ⓒAP=연합뉴스

비슷한 시각 2차 대전 승전기념공원이 있는 모스크바 서쪽 '포클론나야 고라'에선 푸틴 지지 집회가 벌어졌다. 경찰은 이 집회 참석자는 13만8000명이라고 추산했고, 친 정부 언론들은 이 소식을 메인 뉴스로 처리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인들은 이 숫자는 부풀려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아울러 <뉴욕타임스>는 이날 푸틴 지지 시위는 정부에 의해 동원된 관제 데모라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은 버스를 타고 집회 현장에 도착했고, 일부는 '왜 왔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 시위의 연설자들은 반 정부 시위를 언급하며 러시아에서 정권교체 혁명을 허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우랄산맥 인근의 공업도시 첼랴빈스크를 방문한 푸틴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시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물론 어느 정도의 행정력이 동원됐겠지만 그것만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지방 주요도시들에서도 수백~수천 명이 참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일부 도시에서는 친정부와 반정부 시위가 동시에 열리기도 했다. 푸틴의 정치적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야권 지지자 약 3000명이 반정부 가두행진을 벌였다. 지난 1일 푸틴 총리는 자신이 3월 4일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에 실패해 결선투표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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