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일본 경제의 미래, 파국인가 회생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일본 경제의 미래, 파국인가 회생인가?

[해외시각] "놀라운 위기 극복력, 이제는 옛말"

지난해 일본이 31년만에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는 발표를 계기로 선진국 중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가장 많은 일본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간단히 대비시키자면,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일본은 놀라운 위기 극복 능력으로 보다 밝은 내일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한 쪽은 고령화에 따른 심각한 인구 변화로 이제 '위기 극복의 일본'은 옛말이라는 비관론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일본통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27일 이 논쟁을 정리하는 칼럼을 썼다. 그는 그동안 비관론에 가까운 입장을 보여왔으며, 이번 칼럼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원문보기)이다. <편집자>


▲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근 주민들이 피난길에 나서고 있다. 일본 국민은 온갖 재난에도 놀라울 정도의 극복능력을 보여줘왔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다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AP=연합
언제나 빗나간 일본 회의론자들의 예측, 앞으로도?

일본의 경제가 가라앉고 있느냐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일본이 31년만에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일본의 막대한 부채를 지탱해온 저축이 이제는 무역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간다는 불길한 조짐이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일본이 실패할 것이라는 잘못된 통념'이라는 기고문을 쓴 이몬 핑클턴은 "무역적자가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고 일축한다. 일본은 본받을 국가라는 그의 주장은 상당한 논쟁을 일으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의 고정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이 핑클턴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반박하자, 핑글턴은 재반박으로 응수했다.

누구 말이 옳을까? 나는 핑글턴보다는 크루그먼의 주장에 기운다. 일본은 너무 많은 부채, 너무 낮은 성장, 너무 많은 고령 인구, 너무 적은 영유아 등 '나쁜 요인들의 조합'으로 특단의 노력이 없으면 파국을 맞을 것이다.

핑글턴의 주장에서 타당한 점들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은 정말 본받을 만한 점이 많은 사회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고, 깨끗하고, 효율적이며, 예측 가능한 사회다. 일본은 합리적인 평등을 추구하고, 세계적인 높은 삶의 수준과 최장수의 수명을 자랑한다. 도시의 사회기반 시설도 세계 어느 곳보다 우수하다.

미국으로서는 그저 일본처럼 되는 것이 소망이게 하는 측면도 있다. '잃어버린 10년', 막대한 부채, 금융 위기, 천재지변 등 일본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요인들을 거론하며 일본의 망할 것처럼 말들이 많았지만, 회의론자들의 예측은 언제나 빗나갔기 때문이다.

범죄가 빈번해지거나, 노숙자가 폭증하지도 않았다. '아랍의 봄' 같은 사회적 소요가 일어나 조짐도 없었다. 노동자와 기업은 함께 어려움을 견뎌냈다. 일본이야말로 버텨내는 게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장기불황 20년' 견딘 일본의 저력, 비결은?

미국이 일본처럼 해낼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장기 불황 20년의 세월을 견뎌낸 일본의 비결은 바로 15조 달러에 달하는 가계저축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월급이 끊기면 두 달도 못견뎠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결코 주저 앉지 않았다.

하지만 핑글턴이 완전히 틀린 것으로 드러난 주장이 있다. 그는 1995년 <맹점>이라는 책을 썼다. '일본이 왜 2000년 경이면 미국을 추월하게 되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일본이 잘 나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가진 진짜 '맹점'은 과거에 일본에서 발휘됐던 요인들이 앞으로도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자산 거품이 붕괴된 후 지난 20년 동안 일본의 정책 당국은 전후 호황을 이어가려고 애를 썼다. 논객들은 일본의 좀비 기업들이 문제라고 지적해 왔지만, 진짜 좀비는 일본의 경제 정책이다.

일본의 경제가 조금이라도 성장한 요인은 부채가 늘어난 것에서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일본 주식회사'를 지탱해온 것은 일종의 '스테로이드 주사'였지, 자생력이 아니었다는 것이 크루그먼의 지적이다.

올해 일본 성년의 날 맞은 젊은이, 1970년의 절반

일본은 변화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 아직도 존재한다. 이것이 일본의 '아킬레스 건'이다. '올림푸스 스캔들'은 기업 내부에서 장기 집권한 세력들이 얼마나 부패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사성 물질들은 하향식 일본 시스템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줬다.

유럽 이후 부채위기가 일어날 곳이 어딜까 예측하는 투자자들은 미국이나 중국을 꼽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일본은 어떤가? 일본의 국채 가격이 떨어질 것에 돈을 건 사람들은 그동안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불길한 기록이 세워졌다는 점을 고려해 보라.

지난 9일은 일본에서 성년의 날이었다. 그런데 1970년에 비해 반토막인 120만 명이 만 20세를 맞았다. 인구 감소는 GDP 대비 2배에 달하는 12조 달러의 부채 상환 문제를 어렵게 하는 변화다.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을 때 빚갚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것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아니라도 알 수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