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재무부가 1980년 이후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면서 "일본이 무역 적자를 내기는 31년만에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 일본 수출의 상징 제품이 된 자동차들이 도쿄 인근 가와사키 항에서 선적되고 있다. ⓒAP=연합 |
이 신문은 "지난 수십년간 일본은 막강한 제조업 군단과 수출지향 정책으로 자동차와 가전제품으로 전세계 시장에 휩쓸었다"고 회고하면서 "일본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은 한때 시장지배적인 수출 업체들의 해외 매출이 감소한 반면,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에너지 수입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2490억 엔(약 36조 원, 320억 달러)이 넘었다. 수출은 2.7% 감소한 반면, 수입은 12%나 늘었다. 특히 화석연료 수입이 25% 넘게 급증했다.
54기 원자로 중 4기만 가동될 상황
일본연구소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마쓰무라 히데키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는 이례적인 한 해였다"면서도 "문제는 올해도 무역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추세가 바뀌고 있다는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제의 펀더멘털은 전체적으로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엔화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안전자산'으로 부각돼 강세를 보이고 있어 무역수지에 더욱 부담을 주었다. 여기에 에너지 수입 부담으로 일본 수출 업체들의 비용까지 증가한 것도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일본 전력 생산의 30%를 차지했던 원전은 후쿠시마 사태로 대부분 정지 상태에 들아갔다. 게다가 13개월마다 정기 점검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규정에 따라 이제 54기의 원자로 중 4개만이 가동될 상황을 맞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원자로 수명을 원칙적으로 40년으로 제한하고, 원전 신설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해 이르면 2050년 '무원전' 국가가 될 전망이다.
"일본 국채도 흔들릴 가능성"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원자력 당국은 안전 진단을 다시 실시해 일부 원자로들은 재가동되길 바라고 있지만, 원전이 있는 해당 지자체와 시민사회는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앞으로도 일본이 에너지 부담이 지속돼 무역적자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본의 엔화 강세가 지속되고 글로벌 수요는 둔화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무역 적자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일본 국채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흔들려, 일본 정부가 GDP의 두 배가 넘는 국가부채 문제에 대처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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