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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이 낳은 괴물, 눈덮인 산속에서 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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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이 낳은 괴물, 눈덮인 산속에서 동사

이라크전 참전병 총기난사 후 도주…아내 "PTSD로 고통받아"

새해 벽두부터 미국인들은 끔찍한 총기난사 소식을 들어야 했다.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벤자민 컬턴 반스(24)가 총기를 난사해 5명의 사상자를 내고 눈 덮인 산 속으로 도주해 얼어 죽었다는 소식이 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의해 전해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2007~08년 이라크전에 참전한 반스는 1일 오전 시애틀의 한 새해맞이 파티에서 총기를 난사해 2명의 중상자를 포함, 4명에게 부상을 입히고 경찰의 추격을 피해 인근 워싱턴주 레이니어산 국립공원으로 도망갔다.

반스는 같은날 도망길에서 국립공원 순찰대원인 마거릿 앤더슨을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앤더슨은 여러 발의 총알을 맞고 숨져 있었다. 반스는 앤더슨과 함께 있던 순찰대원에게도 총을 쐈지만 그는 무사했다. 경찰은 앤더슨 살해사건 이후 반스와의 총격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120여 명의 관광객을 대피시킨 바 있다.

무기를 소지한 2명의 순찰대원과 맞닥뜨려서도 1명을 숨지게 하고 경찰 특수기동대(SWAT)와 탐지견, 열추적장비 탑재 항공기까지 동원한 수색 작전 속에서도 하루 가까이 잡히지 않았던 이라크전 베테랑 반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추위였다. 경찰은 2일 오전 눈 속에서 반쯤 얼어붙은 그의 시체를 발견했다. 반스가 숨진 레이니어산 국립공원에는 가슴까지 눈이 쌓여 있었다. 그에게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고 경찰 측 법의학 관계자는 덧붙였다.

반스는 이라크에서 돌아온 이후 민간인으로서의 삶에 적응하는데 문제를 보였으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고통받았다고 그의 아내는 주장했다. 반스가 쉽게 화를 내거나 우울해지는 등 감정 조절에 문제를 겪었으며 자살 충동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고 아내는 말했다.

또 반스는 집에 무기고를 차려 놓고 애지중지하는 등 사회 부적응 행동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제공한 반스의 사진은 그가 웃통을 벗고 문신을 드러내 보인 채 두 정의 총기를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이다.

▲ 경찰이 언론에 제공한 이라크전 참전군인 벤자민 컬턴 반스(24)의 사진. ⓒ로이터=뉴시스

반스는 아내에게 "죽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고 이 때문에 아내는 자신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을 법원에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어린 딸의 양육권 문제로 아내와 대립하기도 했고 법원은 지난해 11월 그의 폭력 성향에 대한 평가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딸을 면회할 수 있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찾겠다며 2003년 이라크를 공격한지 8년 만에 미군 철수는 완료됐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는 쉽사리 아물지 않는 모습이다. 반스 외에도 많은 미군 병사들이 PTSD 등 부적응 현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미 국방부가 최근 3개 의료기관에 PTSD 치료제 개발을 위해 1100만 달러를 지원할 정도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는 사람 뿐 아니라 군견들도 PTSD로 시달리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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