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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전쟁 투입 군견들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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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전쟁 투입 군견들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초긴장상태 지속, 임무 투입 거부"

아프가니스탄 전장 현지의 의사로부터 미 본국의 전문가에게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환자가 총격전을 겪은 후 방 구석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뼈다귀 모양의 물어뜯는 장난감을 줘 봐도 소용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의 환자는 사람이 아닌 군견이었다.

사람들만 전쟁 피로감을 느끼는 게 아니다. 개들도 그렇다.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에서 임무에 투입된 군견들 중 많은 수가 사람들이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비슷한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 군견 진료소의 월터 F. 부가트 주니어 박사는 아프간에 파견된 군견 약 650마리 중 5%가량이 PTSD 유사 증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중 절반 이상은 '전역'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미군 장병들이 아프간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 추모하고 있다. 제단에 놓인 희생자들의 사진 맨 오른쪽에는 미군 및 아프간 군인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던 군견의 사진도 있다. ⓒ로이터=뉴시스

동물들도 일종의 행동장애 증상을 보인다는 관측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개들이 PTSD를 겪는다는 개념은 겨우 18개월 전 처음 등장했으며 아직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특히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폭발물, 총격전 등 전쟁의 폭력에 노출된 군견들의 행동을 관찰해온 군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PTSD라는 개념이 점차 호응을 얻고 있다.

개들의 증상도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하다. 어떤 개들은 계속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다른 개들은 특정 건물이나 지역을 기피하는 증상을 보인다. 일부는 예민한 기분 전환을 보이거나 조련사들에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며 지나치게 겁을 먹고 조련사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임무에 투입되는 것을 거부한다. 군이 개들의 이런 증상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군견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아프간에 투입된 미 육군과 해병대, 특수부대 등은 모두 군견을 활용하고 있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50두 이상의 군견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위의 사진을 확대한 것이다. ⓒ로이터=뉴시스
대개 독일 셰퍼드나 벨기에 말리누아, 래브라도 리트리버 등의 종(種)인 군견들은 전장에서 지뢰 탐지와 적병 추적 등의 임무를 맡아 왔으며 특히 '급조폭발물'(IED) 탐지에 큰 역할을 해왔다. 부가트 박사는 임무에 투입된 군견들이 폭발물 탐지를 하지 않는다면 인근의 다른 장병들마저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프간에서 자주 발견되는 IED는 비료 등 화학물질을 원료로 만들어졌고 금속이 거의 또는 아예 포함되지 않아 지뢰탐지기 등 다른 수단으로는 찾아내기 어렵다. 최근 아프간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 중 제1의 원인이 IED였을 정도다.

문제는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말을 할 수 없으니 수의사와 조련사들은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치료 방법도 운동을 많이 시켜 주고 노는 시간을 많이 주는 등으로 비교적 단순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에게 쓰는 약물을 그대로 투여하기도 한다.

일부 군견은 성공적으로 치료돼 임무에 복귀했지만 빨리 회복하지 못할 경우에는 미국으로 돌려보내져 장기적인 치료를 받게 된다. 3달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으면 '전역'시키거나 다른 임무에 투입된다고 부가트 박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PTSD 같은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논쟁이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일부에서는 효과가 확증되지 않은 만큼 약물은 임시적인 처방으로만 쓰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 터프트대의 니콜라스 H. 도드만 박사 등은 "개들은 결코 잊는 법이 없다"면서 치료 전망에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군견이 아닌 '민간견'들의 경우에도 PTSD 사례가 보고됐는데 이들은 보통 교통사고 등 충격적인 일을 겪은 후 이런 증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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