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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종미'냐 마잉주의 '용미'냐, '국익'에게 물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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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종미'냐 마잉주의 '용미'냐, '국익'에게 물어보라

[한반도 브리핑] 대미 FTA 전략의 고수와 하수

대만(타이완)은 한국과 여러모로 닮은 나라이다. 대만은 국제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실질적인(de facto) 분단국가이다. 또 한국과 유사하게 수십 년 동안 독재를 경험했으며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해 한국과 더불어 동아시아에서 신흥 공업 경제 지역(East Asia's Newly Industrializing Economies)으로 발돋움했고 민주화를 달성하였다.

이러한 유사점은 마잉주(馬英九) 총통과 이명박 대통령에게서도 나타난다. 두 사람은 2008년 정권교체를 이뤘다. 마잉주는 국민당 후보로 총통에 당선되어 8년간의 민진당 집권을 종결시켰으며 이명박은 한나라당 후보로 민주당의 10년 집권을 끝냈다.

마잉주의 정치노선도 이명박 대통령과 유사하게 중도 실용주의였다. 그러나 마 총통의 실용노선과 이 대통령의 실용노선은 내용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마 총통의 실용주의 노선의 근간은 '대륙과의 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독립을 추구하지 않으며,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不統, 不獨, 不武)'는 삼불(三不)이다. 아울러 '1992년 양안(중국과 대만) 컨센서스'를 기초로 양안의 평화발전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양안 컨센서스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의미는 양안 쌍방의 각자 해석에 맡긴다(一個中國, 各自表述)'로 요약된다.

이 노선에 따라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아갔다. 격렬한 내전을 겪은 분단국가인 대만에서 '실용노선'이란 중국과 분쟁 또는 전쟁을 피하고 평화롭게 공생 발전하는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물론 중국과 북한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대만이 보다 수세 또는 순응적인 입장에서 중국과 공생·발전 추진했다고 볼 수도 있다. 즉 힘의 열세에 있는 대만이 거대한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공생·발전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연평도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이 언제라도 현실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에도 '실용노선'이란 그것이 진정한 '실용'이라면 대만과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한다.

마잉주 총통과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노선'은 각기 다른 내용을 갖고 시작되었다. 2008년 3월 정권 교체 이후 대만은 중국과 정치, 경제 등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위해 양안회담을 수차례 개최했다. 2010년 6월 29일 중국 중칭(重慶)에서 열린 제5차 양안회담에서는 양안경제협력기구협정(ECFA; 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을 정식 체결했다. ECFA채결로 중국은 대만의 539개 품목, 대만은 중국의 267개 품목(조기자유화 대상 품목)에 대해 향후 2년 내에 3단계에 걸쳐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하였다.

반면 한국은 민주당 집권 당시 햇볕정책을 북한 퍼주기로 규정하고 대가없이 북한과 교류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으며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자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된 인적·물적 교류를 중단하는 이른바 5.24 조치(①북한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전면 불허 ② 남북교역 중단 ③남측 국민의 방북 불허 ④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⑤대북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를 취했다. 이로써 남북관계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대만의 실용주의는 현실에서 국익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 ECFA에 규정에 힘입은 대만의 대중국 수출은 2011년 들어 5개월간 12억 달러에 달했으며 관세절감만도 3069만 달러였다. 이에 힘입어 2010년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년 대비 10.82% 증가한 14조2000억 위안을 기록했다. 이것은 1986년 이래 24년 만에 최고치로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10.3%)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경이로운 경제성장과 무역흑자에 힘입어 대만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외채의 최종 상환 분 23만8000달러를 9월 15일자로 상환해 외채 제로 국가가 되었다.

양안관계가 안정되자 대만을 방문한 관광객도 지난 3년간 급속히 증가(2008년 연인원 300만 명에서 2010년 556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타오위앤(桃園) 국제공항의 승객 및 화물 운송량은 아시아 네 마리 호랑이(싱가포르, 홍콩, 한국, 대만) 중 꼴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1위로 뛰어올랐다.

미국에 본부를 둔 '비즈니스 환경 리스크 정보'(BERI)는 2010년 9월 발표된 올해 2차 투자환경 평가 보고서에서 대만의 투자환경이 올해 1차 평가 때보다 한 단계 상승해 노르웨이와 공동으로 3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ECFA 체결 등으로 양안관계 정치 리스크가 크게 감소된 것이 대만의 투자환경 순위 상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 내년 1월 재선에 도전하는 마잉주 대만 총통이 지난 22일 타이베이의 미 상공회의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만이 양안관계 개선에만 올인하는 것은 아니다. 무역의존도가 늘 100%가 훨씬 넘는 대만(2010년 기준으로 125%)에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통상조약은 국익을 극대화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21세기 들어 대만은 미국,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태평양 국가들과 경제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는 2002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심스럽게 타진해 왔다. 대만에 미국과의 FTA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할 수 있다.

한미 FTA 추진 배경에는 경제논리 이외에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정치논리가 있듯이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에게 미국의 협력 강화는 한국이 한미 FTA에서 갖는 의미보다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대만은 철저한 그리고 진정한 실용주의를 택했다. 대만은 양안관계의 안정화를 가장 중심에 두고 이것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과 중국시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담당해 대만의 지위 제고를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적중하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대만이 중국과 ECFA를 체결하자 미국 내에서 조속히 대만과 FTA를 채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방 상원에서 나오고 있다. 연방 상원의원이며 과거 부통령 후보였던 조셉 리버만은 한국에 이어 대만과 빠른 시일 내에 FTA를 채결해야 한다고 오바마 행정부에 요구했다. 그에 따르면 ECFA로 양안 경제관계가 대만-미국 경제관계보다 더 자유롭다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대만과 FTA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만은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결코 불리한 입장이 아니다. 또한 중국과의 협상에서도 불리하지 않다. 미국에 FTA를 제안하며 적지 않은 양보를 감당해야 했던 한국과 매우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분단국가에게 국익의 핵심은 대립과 대결을 지양하고 공생, 평화 그리고 나아가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이념적 편향을 뛰어넘어 '실용'을 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이치에 맞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 정부가 내걸었던 실용(實用)은 실용(失用)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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